홍수현 기자 suhyeon303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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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민지(MZ)]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카페가 있다고요?

    [카페민지(MZ)]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카페가 있다고요?

    "기자님은 카페 취재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카페를 고르시나요?"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했다. 되돌아보니 지금껏 커피 맛이 좋거나, 독특한 디저트를 팔거나, 인테리어가 멋진 곳 위주로 골라 취재했다. 이번에는 다른 기준으로 카페를 선택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철학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참으로 어렵게 한 곳을 찾았다. 인간의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고, 지구환경에도 관심을 두는 더커먼(대구 중구 동인동)을 소개한다. ◆ 지속 가능한 보통의 삶을 위해 차린 공간 더커먼의 인테리어는 조금 독특하다. 가게 입구문은 가정집 방문처럼 생겼고, 가게 안에 놓인 테이블은 각양각색이다. 더커먼의 모든 가구와 물건은 재활용된 것들이다. 가게문은 길거리에서 주운 나무문을 사포질해서 달았다. 파란색 원형 테이블은 80년대 예식장에서 사용했던 것을, 네모난 대리석 테이블은 폐업한 밀양 카페에서 사용했던 것을 가져왔다. 강경민(38) 더커먼 대표는 쓰레기 배출 없는 가게를 만들고자 이같이 인테리어 했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 정말 많은 카페가 있어요. 카페들은 살아남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인테리어를 바꾸곤 하죠. 그럴 때마다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지 아시나요? 1톤 트럭을 가득 메울 정도예요. 쓰레기 배출 없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어요. 폐업한 카페, 예식장, 과학실에서 테이블을 가져왔고, 재활용된 집기도 사용하고 있어요. 지붕에는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지구환경에도 신경쓰고 있어요." 강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권과 해양환경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구제역 당시 동물들이 살처분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육식을 피하게 됐다. 또 취미활동으로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바닷속 스티로폼 조각이 널브러져 있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강 대표의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은 공간 곳곳에 반영됐다. 그는 카페와 제로웨이스트숍을 함께 운영한다. 더커먼 한쪽에는 견과류, 향신료, 세제, 화장품 등 130여 종 물품들이 진열돼 있다. 손님들은 집에서 빈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 물품을 담고 1그램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 손님들은 제품을 저렴하게 사고, 가게는 포장지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기 때문에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다. 가게 다른 한쪽에는 손님들로부터 병뚜껑과 유리 공병, 브라타 필터, 멸균팩, 종이팩을 기부받고 있다. 더커먼은 이들을 모아 업사이클링하는 곳으로 보내고 있다. 고체 비누를 사용해 보는 공간도 있다. 여기에는 설거지 비누, 린스바, 샴푸바, 화장 지움 비누 등 수십 종의 비누가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샴푸, 린스, 클렌징폼, 클렌징오일은 모두 액체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서 판매되고 있어요. 액체를 고체로 바꾸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죠. 저도 세수하는 비누, 몸을 씻는 비누,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비누를 나눠서 사용하고 있어요. 손님들도 체험할 수 있도록 비치해 뒀어요." 더커먼은 환경, 동물, 인권 등 사회문제와 관련한 모임과 강연을 열고 있다. 방송인 줄리안이 '지구를 살리는 채소 한끼 최소 한끼'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기본소득당 대표가 기본소득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그는 유기농 음식, 식재료를 사고 싶어도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구매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동물권, 환경에 관심이 많다 보니 사회적 기업과 협업해 일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세상에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잘 없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기후 위기, 비건 모임 등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모임을 만들고, 강연까지 열게 됐죠. 저는 믿고 있어요.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비건 식단을 하는 사람들을 유별난 사람이라고 보는 게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될 수 있다고요." ◆ 내 몸과 지구를 위한 다정한 식단 "더커먼의 슬로건은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할 수 있어요'예요. 우리 몸에도, 지구에도 다정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죠. 이곳에서 판매하는 비건 음식, 커피, 음료, 디저트에는 동물성 재료가 아닌 식물성 재료가 들어가요." 지속 가능한 삶을 지향하는 더커먼은 손님들에게 커피 한 잔을 내어줄 때도 지구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젖소를 착취해 만들어지는 우유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두유, 아몬드유, 오트유를 쓴다. 강 대표는 "라떼를 만들 때는 우유가 아닌 대체유를 사용하고 있다. 대체유로도 충분히 고소하고 맛있는 라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커먼은 커피를 내리는 머신도 남다르다. 이곳은 가정식 모카포트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일반 카페에서 사용하는 커피 머신은 크기가 크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쓰게 되죠. 저희는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카포트를 이용해 커피를 내리고 있어요. 아참, 원두도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원두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건강 스무디(5천900원)에 들어가는 채소와 과일은 로컬푸드를 사용하고 있다. 로컬푸드를 사용하면 운송 시간이 단축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주변 농가에서 사과를 구해온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지역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과 음료를 만들기도 해요. 지금은 미나리 철이라 청도에서 가져온 미나리로 베이글 샌드위치(1만1천900원)와 미나리 스파게티(1만3천900원)를 판매하고 있어요. 여름에는 토마토 음식과 음료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저희 가게에 디저트도 맛있는 게 많은데 한 번 드셔보시겠어요?" 강 대표가 비건 오트 브라우니(3천500원)를 건넨다. 이 브라우니에는 밀가루와 우유, 버터, 달걀,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오트가루, 두유, 식물성 오일, 비정제 천연 원당, 해바라기씨, 호박씨가 들어간다. 식물성 재료만으로 브라우니를 만들어 칼로리가 낮지만, 일반 브라우니 맛과 별반 차이가 없다. "맛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죠? 저는 환경이나 동물권에 크게 관심 없는 분들도 이곳에 한 번쯤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손님들이 이곳에서 비건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며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네?'라고 생각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런 음식들이 기후 위기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04-18 18:30:00

  • [카페민지(MZ)] 벚꽃 보러 또 석촌호수 가니? 올봄에는 대구 카페로 가자

    [카페민지(MZ)] 벚꽃 보러 또 석촌호수 가니? 올봄에는 대구 카페로 가자

    벚꽃의 계절이 왔다. 일 년에 단 한 번, 일주일 남짓 피는 벚꽃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벚꽃 명소'를 검색한다. 서울 석촌호수, 경주 대릉원 돌담길. 벚꽃으로 유명한 곳들이 줄줄이 나온다. 이곳들도 좋지만, 올해는 남들이 다 가는 뻔한 관광 명소는 피하고 싶다. '좀 더 특별한 장소는 없을까' 찾다가 발견한 곳. 벚꽃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대구 카페 두 곳을 소개한다. 올봄 이 두 곳에 가기만 해도 인생샷 획득은 따 놓은 당상이다. ◆왕벚나무를 한가득 즐길 수 있는 '아눅 앞산점' 벚꽃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아눅 앞산점이 적격이다. 앞산 벚꽃 거리에서 가장 큰 왕벚나무가 아눅 앞산점 앞에 있으니 말이다. 남구에 위치한 아눅 앞산점은 대구 벚꽃 카페로 유명하다. 통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빼곡한 벚꽃의 매력에 빠진 손님들은 매년 벚꽃 철만 되면 아눅 앞산점을 찾는다. 최윤석·김효석(44) 아눅 공동대표는 이 공간을 찾기 위해 대구 곳곳을 돌아다녔다. 최 대표는 "앞산점은 아눅의 3번째 지점이다. 앞서 신천점, 범어점과 달리 3번째 지점은 규모를 키우고 싶었다.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대구 100군데 이상 돌아다니다가, 40년간 돌솥 식당을 했던 이곳을 발견했다"며 "이곳 옥상에 올라가니 대구 전경이 한눈에 다 보였다. 전망에 반해서 바로 계약했고, 아눅 앞산점을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와 김 대표는 돌솥 식당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식당 앞 벚나무가 이 거리에서 가장 크다는 것을 알아챘다. 두 대표는 벚꽃 시즌을 대비해 벚나무가 한눈에 보이는 2층 공간에 파고라(주택 옥상에 설치하는 그늘막)를 설치했다. 봄이 되자, 팝콘처럼 톡톡 튀는 분홍색 벚꽃들이 빼곡히 폈다. '벚꽃이 예쁘다'는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벚꽃 사진을 찍으려 몰려들었다. 올해는 몰려드는 손님들을 대비해 포토존을 만들 계획이다. 최 대표는 "이달 25일부터 내달 7일까지 2주간 2층 파고라 한쪽 공간을 포토존으로 비워둘 생각"이라며 "벚꽃을 배경으로 네모난 파고라 창틀이 카메라 앵글에 걸리도록 사진을 찍는다면 마치 창문이 액자처럼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벚꽃 시즌에 맞춰 한정 메뉴도 출시한다. 음료 종류인 벚꽃레몬에이드(7천원), 블라썸밀크티(7천원)와 디저트 종류인 베리블라썸(8천500원) 무스, 벚꽃다쿠아즈(4천500원)가 그 주인공이다. 이 메뉴들에는 벚꽃 청이 들어간다. 손님들은 봄과 어우러지는 벚꽃 향을 디저트에서 맛볼 수 있다. 한정 메뉴를 놓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 메뉴가 수제인 아눅의 커피·브런치·빵은 평균 이상의 맛이기 때문이다. 특히 양송이수프(1만2천원)와 프렌치토스트(1만4천원) 맛은 기가 막히다. 양송이수프는 끓이는 데만 4시간이 걸린다. 수프 안에 들어가는 양파를 카라멜라이징 하려면 오랜 시간 저어야 하기 때문이다. 양파를 오래 끓일 때 나오는 인공적이지 않은 특유의 단맛과 양송이 맛의 조화는 일품이다. 프렌치토스트는 브리오슈 식빵 위에 제철 과일이 올라간 브런치 메뉴다. 브리오슈에는 유지방 함량이 높은 버터가 50% 이상 들어간다. 브리오슈와 그 위에 올라간 딸기, 오렌지, 포도, 블루베리, 바나나를 함께 먹으면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최 대표는 아눅 앞산점이 손님들에게 친절한 카페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그는 "인테리어가 멋지거나, 음식들이 맛있는 카페들은 이미 너무 많다. 상향 평준화된 상태다. 아눅은 멋진 인테리어와 디저트가 맛있는 것은 기본이고, 항상 친절함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손님들 기억 속에 다시 방문하고 싶은, 다시 방문할 이유가 있는 카페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디서 찍어도 인생샷! 포토존 가득 '슬로우벗베럴' 평범한 것은 싫다. 남들과 다른 독특한 벚꽃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슬로우벗베럴로 가라. 거대한 피라미드와 함께 벚꽃 사진을 찍을 수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배경으로 벚꽃 사진을 찍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동구에 위치한 슬로우벗베럴은 대구판 루브르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야외 공간에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피라미드들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카페들과 다른 특별한 느낌을 주고자 이 같은 조형물을 설치했다는 이임준(36) 슬로우벗베럴 대표. 그는 카페 정면 기준으로 왼쪽 피라미드에는 유리를, 오른쪽 피라미드에는 잔디를 깔아 상반된 느낌을 연출했다.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조형물 덕분일까. 이곳은 2024년 아시아 디자인어워드 대상을 받았다. 슬로우벗베럴 야외 공간은 봄이 되면 진가가 발휘된다. 피라미드 뒤편으로 나란히 핀 벚꽃들이 조형물의 아름다움을 배가 시킨다. 피라미드 사이에 직사각형으로 길게 뺀 연못에 비친 벚꽃이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올봄에는 이 공간에서 튤립과 수국도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달 25일부터 내달 20일까지 튤립·벚꽃 축제를 한다. 이때 방문해 주시면 아름다운 봄꽃을 감상할 수 있다"며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스팟도 있다. 야외 테라스 파라솔 밑 의자에 앉아 벚꽃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피라미드 공간 연못에 비친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아름답게 나온다"고 했다. 비행기가 지나가는 시간에 맞춰 사진을 찍어도 좋다. 이곳은 대구공항에 인접해 여객기, 항공기, 전투기 등 각종 비행기가 착륙하기 위해 낮게 지난다. 손님들이 대구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시간을 알아보고 방문한다면 더욱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이 대표는 "많은 분이 비행기가 언제 지나가는지 물어보신다. 공항에 가면 대형 스크린에 출·도착 스케줄이 붙어있지 않나. 저희 카페도 그런 느낌이 나는 간판을 만들어 손님들께 대구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시간대를 알려 드릴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포토존을 보유하고 있는 슬로우벗베럴은 사실 디저트 맛집이다. 특히 여름철에만 맛볼 수 있는 체리 음료와 디저트가 유명한데, 모두 이 대표 아버지의 농장에서 가져온 체리로 만든다. 이 대표는 "아버지는 전국 3대 체리 수확 마을에서 체리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아버지 농장이 있다"며 "현재 판매 중인 고구마 가득 라떼(5천900원)에 들어가는 고구마, 망고레몬에이드·청귤오미자에이드(각 6천500원) 위에 올라가는 애플민트·로즈마리도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것이다. 재료의 신선함과 맛을 위해 농장에서 키우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슬로우벗베럴이 사계절 내내 방문하고 싶은 카페로 남기를 기대했다. 그는 "벚꽃 피는 봄에 찾기 좋은 카페라는 수식어도 참 좋다. 그러나 저희 카페는 계절마다 매 공간을 새롭게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체리 음료와 디저트,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마을 콘셉트로 인테리어와 메뉴에 변화를 준다"며 "손님들이 사계절 내내 찾는, 매번 새로움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2024-03-21 18:30:00

  • [카페민지(MZ)] 에그타르트 찐 맛집이 궁금해? 대구카페로 와!

    [카페민지(MZ)] 에그타르트 찐 맛집이 궁금해? 대구카페로 와!

    대학 시절, 홍콩으로 여행 갔다가 맛본 에그타르트를 몇 해가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에그타르트를 한 입 베어 문 순간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가 '바삭'거리던 그 소리. 그 안에서 흘러나온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의 맛까지도.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에그타르트가 생각난다. 그러나 에그타르트 하나 먹자고 홍콩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구에서도 그 맛을 느낄 수는 없을까' 생각하다 직접 찾기로 결심했다. 대구 곳곳을 돌아다닌 결과 에그타르트 찐 맛집 두 곳을 발견했다. 바로 중구에 위치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이씨에그타트르'다. ◆입안 가득 달콤한 크림을 느낄 수 있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 '파이지는 얇아도 돼. 그 대신 에그타르트 필링을 마음껏 맛보고 싶어' 얇은 파이지 안에 커스터드 크림이 듬뿍 담긴 에그타르트를 맛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목! 지금 당장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가라. 입안 가득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의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을 테니.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 위치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들어가자마자 한 사람이 에그타르트 파이지 반죽을 틀에 넣고 밀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바로 금유임(55)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대표. 금 대표는 "에그타르트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틈틈이 파이지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에그타르트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대표 메뉴로, 손님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에그타르트를 판매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가게에 손님이 줄자, 이곳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평소 여행을 좋아했던 금 대표는 문득 홍콩·마카오 여행을 갔을 때 타이청 베이커리 앞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던 것을 기억했다. 그는 '에그타르트가 상품성이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곧장 직원들에게 "에그타르트를 만들어보자"고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금 대표의 아이디어를 실현한 사람은 박정민(32) 매니저다. 그는 퇴근 후 학원에 다니고 스스로 연구도 하면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만의 에그타르트를 만들었다. 박 매니저는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는 버터 함량이 너무 많아서 제 입맛에는 조금 느끼했다. 그래서 포르투갈식과 홍콩식을 섞은, 오히려 홍콩식에 가까운 에그타르트를 만들었다. 파이지는 페이스트리의 바삭함과 쿠키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파트브리제 공법을 사용해 만들었다.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 가득 차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파이지 안에 필링을 듬뿍 채웠다"고 말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에그타르트 안에 들어가는 재료도 아끼지 않는다. 금 대표는 "저희 가게 에그타르트는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 기본, 단호박, 옥수수, 팥 그리고 초코(각 4천500원)다. 기본 에그타르트 베이스에 여러 가지 재료를 추가하는데, 단호박 맛에는 진짜 단호박을, 옥수수 맛에는 통조림 속 콘옥수수를 갈아서 넣는다. 팥 맛에는 뜨거운 물에 삶은 팥을 구워서 에그타르트 필링에 사용한다"며 "재료를 아낌없이 듬뿍 넣어서 한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에그타르트와 함께 곁들일 커피, 음료도 구비되어 있다. 시그니처는 딥크림라떼(6천원) 아이스. 바리스타가 직접 원두를 로스팅해 내린 연유 커피 위에 크림이 올라간 메뉴다. 커피의 쌉싸름한 맛을 연유와 크림이 잡아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생과일주스도 인기가 좋은 메뉴 중 하나다. 딸기라떼(6천원)에는 으깬 딸기가, 레몬에이드(5천900원)에는 생레몬이, 키위주스(6천원)에는 큰 키위 2개가 통째로 들어간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는 에그타르트, 딥크림라떼 등 맛있는 메뉴가 많다. 그럼에도 메뉴 개발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금 대표는 매주 휴무인 월요일 직원들과 함께 카페 투어를 간다고 말한다. 그는 "매주 월요일 다함께 디저트 맛집 탐방을 한다. 인테리어가 멋진 곳에 가기도, 디저트가 맛있다는 곳에 가기도 한다. 인테리어를 보고, 디저트를 먹으면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보완해야 할 점들을 찾는다"며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에그타르트 카페가 되고 싶다. 그에 걸맞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 파이지가 매력적인 '이씨에그타르트'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 파이지 속에 부드럽고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이 듬뿍 담긴 에그타르트를 먹고 싶다면 이씨에그타르트로 오시라. 이곳의 에그타르트는 페이스트리의 바삭함과 커스터드 크림의 촉촉함을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이다. 동성로 관광안내소(구 중앙파출소) 뒷골목에 위치한 이씨에그타르트는 테이크아웃 전문 에그타르트 맛집이다. 커피, 음료 메뉴 없이 오직 에그타르트만 판매하지만, 항상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다. 이씨에그타르트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는 페이스트리 파이지 때문이다. 이씨에그타르트 파이지는 다른 가게들에 비해 유독 바삭하다. 이미래(34) 이씨에그타르트 대표는 파이지를 바삭하게 만들기 위해 반죽을 할 때 온·습도 조절에 신경 쓴다고 말한다. 그는 "에그타르트를 먹을 때 '바삭'하는 식감과 소리가 좋아서 페이스트리 파이지를 만들기로 했다. 파이지는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저희는 남산동에 작업실을 따로 마련해 두고 그곳에서 반죽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에그타르트의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식이다. 이 대표는 포르투갈에서 먹은 에그타르트 맛에 반해 직접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전에는 마카롱,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했다. 가게를 하다가도 1년에 1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갔는데 때마침 포르투갈로 여행을 가게 됐다. 그곳에서 맛본 에그타르트가 너무 맛있어서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며 "이왕이면 에그타르트의 본고장 포르투갈에서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해 현지에서 만드는 방법 배웠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가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포르투갈에서 배운 오리지널 맛을 시작으로 콘옥수수, 바닐라, 누룽지, 블루베리(각 3천원) 등 여러 가지 맛의 에그타르트를 만들어냈다. 과거 여러 디저트 가게를 운영한 경험 덕에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콘옥수수 맛에는 에그타르트 필링에 옥수수를 넣어 고소함을 살렸다. 블루베리 맛에는 블루베리잼을 첨가해 달콤함을, 누룽지 맛에는 누룽지와 누룽지 가루를 넣어 구수함을 더했다. 5월 어린이날을 앞두고 초코바나나 맛도 재출시한다. 이 대표는 이씨에그타르트를 운영하면서 여러 소중한 경험도 했다고 말한다. 그는 "재작년에 프랑스 유명 디저트 카페인 파리다방과 협업한 적이 있다.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이씨에그타르트의 에그타르트를 판매했는데, 손님들이 줄을 서서 살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이어 "대구에 여행을 왔다가 매장을 찾은 포르투갈 손님도 있었다. 맛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히 여겼는데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또 한 번 와서 에그타르트를 맛보고 가셔서 너무 뿌듯했다. 3개월 동안 매일 오리지널 맛 4개를 사 가시는 부부도 계신다. 찾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씨에그타르트는 손님들의 사랑에 힘입어 최근 서울 신촌점을 오픈했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택배로 에그타르트를 주문하는 손님이 많았다. 경기도 수원·서울 백화점 팝업을 열었을 때도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 수도권에 사시는 분들이 대구를 찾지 않아도 이씨에그타르트의 에그타르트를 드실 수 있도록 신촌점을 열게 됐다"며 "이씨에그타르트가 손님들에게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 제가 만든 에그타르트를 먹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4-03-06 14:31:55

  • [카페민지(MZ)] 커피의 고향 대구에서 장인이 만든 커피·케이크 즐겨보세요!

    [카페민지(MZ)] 커피의 고향 대구에서 장인이 만든 커피·케이크 즐겨보세요!

    이디야 커피, 메가커피, 탐앤탐스.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프랜차이즈 카페들이다. 서울에서 출발한 이들 카페는 현재 대구, 경북, 대전 등 대한민국 전역에 퍼졌다.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 대부분은 이들 카페처럼 서울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자랑스럽게도 '커피의 고향'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에 이름을 알린 카페들이 있다. 사실 너무나 유명한 카페들이라 소개하기도 민망하지만, 탄생 비하인드를 알고 나면 커피·디저트 맛도 두 배일 터. 대구에서 탄생한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명가와 슬로우터틀을 소개한다. ◆ 대한민국 커피 명인이 만든 커피명가 1990년 대구 경북대학교 후문에서 조그마하게 시작한 커피명가는 현재 전국 46개 지점을 낼 정도로 성장했다. 급변하는 커피 시장 속에서도 30여 년간 한결같이 제자리를 유지한 것은 대한민국 1세대 커피 장인 안명규(60) 대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 대표가 커피의 세계에 처음 발을 내디딘 건 고등학생 시절이다. 그는 믹스커피가 즐비하던 시절, 우연히 맛본 원두커피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공격적인 상황에 부딪혔을 때도 커피 한잔으로 마음에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치유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매개가 커피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커피에 대한 안 대표의 열정은 지독하다. 지금처럼 커피 문화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1980년대 중후반에는 관련 서적조차 구하기 힘들었다. 그는 교보문고 해외 서적 코너에서 일본 커피 책 한 권을 겨우 구해 밤새워 읽었다. 커피 문화를 조금 더 알고 싶어진 안 대표는 일본에 가고 싶었지만, 당시 까다로운 비자 문제로 쉽게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김포공항을 찾았다. 그는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손님 중 인상이 좋은 사람들을 골라 커피 관련 서적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독학으로 커피를 마스터한 안 대표는 처음 경주에서 카페를 차렸다. 커피 가격은 5천원. 당시 지역 특급호텔 커피값이 1천원 언저리였고, 대구 시내에서 판매하던 커피값이 500원이던 시절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한 이유는 순전히 고등학교 은사님의 "5천원에 커피를 판매하라"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손님은 하루에 1~2명뿐이었다. 안 대표가 이곳에서 12시간 동안 근무하며 깨달은 것은 손님 한 사람 한 사람 귀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곳을 찾는 손님들께 최고의 커피를 대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손님들에게 최고의 커피를 대접하겠다는 마음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없다. 커피명가의 핸드드립 마이크로랏 커피(1만원)는 과테말라 최고 농장인 엘 인헤르또의 원두를 사용한다. 커피를 내리는 방식도 다른 카페와 달리 아날로그적이다. 최근 많은 커피 매장들이 머신을 이용한 브루잉 방법으로 커피를 내리지만, 커피명가 바리스타들은 한 잔 한 잔 커피를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방식을 고집한다. 커피의 풍미와 맛을 최상으로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커피명가는 커피 맛을 내는 방식부터 카페 지향점까지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와 다르다. 안 대표는 여러 지역에 지점을 낸 것도 단순히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는 "내가 커피에서 받았던 좋은 감정을 손님들께도 전달하고 싶었다. 전국에 지점을 내면 대구에 오지 않더라도 가까운 매장에서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체인점 개수가 많든 적든 내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커피명가를 찾은 손님 한 분이라도 커피로 인해 즐거움을 찾는다면 그것이 나의 기쁨이다. 이곳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편안함을 느끼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 수제로 만든 케이크·커피 맛집 슬로우터틀 슬로우터틀은 2012년 대구 성서에 처음 자리 내렸다. '느리지만 제맛이 날 수 있게'라는 상호에 걸맞게 모든 메뉴를 수제로 만들었다. 정성을 쏟은 덕일까. 손님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계명대점, 약전골목점, 중앙대로점, 동성로점 4개 지점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이형철(41) 대표가 슬로우터틀을 차리게 된 계기는 조금 로맨틱하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대구로 내려왔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대구 유명 카페에서 무급으로 1년간 일을 배웠다. 그때 손님으로 왔던 아내와 사랑에 빠진 이 대표는 결혼을 위해 본인의 가게를 차리기로 결심한다. 이 대표는 아내를 향한 마음만큼이나 슬로우터틀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슬로우터틀의 메뉴 레시피는 모두 이 대표 손을 거쳤다. 그는 케이크 한 조각을 만드는데도 온갖 정성을 쏟는다. 대표 메뉴 딸기 케이크(1조각 기준 7천800원)를 만들 때도 그랬다. 그는 시중에 파는 모든 생크림을 맛봤다. 크림에 마스카포네·요거트 등을 섞어 맛보기도 했다. 케이크 시트 위에 바를 가장 맛있는 크림을 찾기 위해서다.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세심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케이크에는 단맛을 가미하기 위해 크림에 약간의 소금을 섞는데, 그 소금조차 시중에 파는 모든 제품을 사용해 봤을 정도다. 이 대표의 이같은 노력 덕에 제철 과일로 만든 케이크는 슬로우터틀 대표 메뉴가 됐다. 그러나 이 대표의 주 전공은 사실 커피다. 그는 "나는 드립커피를 내리던 사람으로서 커피에 대한 애정이 크다. 사랑하는 마음을 메뉴에 고스란히 담았다. 바닐라 빈 라떼(6천원)의 경우 직접 바닐라 빈 씨앗을 갈라 우려서 시럽으로 만들었다. 손은 많이 가지만 맛 자체가 다르다"며 커피 맛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슬로우터틀은 손님들에게 최고의 맛을 전하기 위한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10여년간 카페를 운영하면서 매년 신메뉴 개발에 나선다. 올해 목표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손님들이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고 싶을 정도 비주얼의 디저트를 만드는 것. 둘째, 케이크 층마다 다른 생크림을 넣어 새로운 맛을 선보이는 것. 셋째, 시폰 케이크를 출시하는 것. 마지막으로 와플 메뉴 반죽 형태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메뉴 수가 늘어나는 만큼 매장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 1년에 지역 내 지점 1개씩 늘릴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는 "직원들 수가 많아지면서 일할 공간이 부족해졌다. 1년에 한 지점씩 늘릴 건데, 2025년에는 신월성점을 차릴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대구에 18개 지점과 초대형 매장 3곳을 내는 것이다. 그것이 충족되면 광역시에 각 1개씩 초대형 매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슬로우터틀이 손님들 기억 속에 남는 공간이 되길 기대했다. 그는 "손님들에게 진실된 음료, 디저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저뿐만 아니라 직원 25명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슬로우터틀을 떠올렸을 때 '거기 좋았는데'하고 기억 한편에 남았으면 좋겠다. 또다시 공간을 찾았을 때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4-01-26 06:30:00

  • [카페민지(MZ)] 나만의 멋진 그림 작품을 만들어볼까?…그림 편집숍 ‘미확인’

    [카페민지(MZ)] 나만의 멋진 그림 작품을 만들어볼까?…그림 편집숍 ‘미확인’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기에는 자고로 가족, 친구, 연인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법.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들과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밥 먹고, 영화 보고, 카페 가는 코스는 너무 식상하다. 새해를 앞두고 특별하고 의미 있는 장소에 가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대구 봉산동에 위치한 그림 편집숍 미확인은 어떨까. 이곳에서는 대구경북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린 작품을 볼 수도,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도, 타자기를 이용해 편지를 써볼 수도 있다. 물론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 대구경북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 만나보세요! '딸랑' 가게 문에 달린 방울 소리에 브리타니 스파니엘이 반갑다고 꼬리를 친다. 이름은 두근이. 이마에 하트 모양이 있어 지어진 이름이다. 한참동안 두근이를 쓰다듬다 고개를 들어보니 멋진 포스터와 엽서들이 시선을 끈다. 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대부분 일본풍이다. 일본 작가가 그렸나 싶지만, 대구경북 작가들 작품 비율이 90% 이상이다. 구연일(27) 대표는 "일본 작가가 그린 작품은 없다. 제가 기탁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좋아해 포스터와 엽서를 많이 가져다 뒀다. 기탁 작가는 대구 사람이지만 일본, 시티팝 스타일의 그림을 그린다. 미확인 역시 시티팝 스타일 인테리어를 추구하다 보니 간혹 착각하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있는 다양한 포스터와 엽서들은 각각 100장이 넘는다. 모두 구 대표 취향의 그림들이다. 그는 "포스터와 엽서는 모두 제 취향이 반영된다. 이 공간에 잘 녹아들고 개성 강한 일러스트를 찾는데,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작가님께 연락해 가게에 입점할 생각이 있는지 여쭙는다"며 "그림들은 모두 선매입한다. 예술가들도 재정적 여유가 있어야 일할 때 더 즐겁지 않겠느냐"고 했다. 구 대표는 기탁 작가뿐만 아니라 나무13 작가의 포스터와 엽서도 매장 내 많이 구비해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명의 대구분인 나무13 작가의 작품도 많다. 그의 일러스트를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곳은 1호점 심플책방과 미확인이 전국 유일하다. 새해에는 나무13 작가와 협업해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엽서, 포스터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아직 작가님과 의논하지 않았다. 혼자만의 계획"이라고 했다. ◆ 그림 품평회·타자기…공간 곳곳 즐길 거리 가득 "미확인에 오셨다면 멋진 그림 솜씨를 뽐내보세요. 직원 마음에 쏙 든다면 포스터, 엽서, 음료 구매 시 할인해 드린답니다." 그림 편집숍 미확인에 왔는데 '그림 품평회'를 빼먹으면 섭섭하다. 그림 품평회는 말 그대로 그림을 평가받는 것인데 참여 방법이 매우 간단하다. 우선, 카운터 뒤편 공간에 배치된 고서 위에 그림을 그린다. 어떤 그림이든 상관없다. 자유롭게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면 된다. 그리고 완성작을 직원에게 전달하면 끝이다. 직원의 평가에 따라 포스터, 엽서, 음료의 할인 폭은 달라진다. 최소 100원에서부터 최대 1천원까지 말이다. 구 대표는 "품평에 대한 기준은 없다. 그림에서 공들인 티가 나고, 누가 봐도 잘 그렸다 하는 그림이 있으면 최대 할인을 해준다. 어떤 손님들은 1천원짜리 엽서를 구매하는데, 그림 품평회에서 1천원 할인을 받아 물물교환한 적도 종종 있었다. 또 작품들은 잘 모아뒀다가 매장 곳곳 인테리어로 전시된다"고 했다. 미확인의 즐길 거리는 그림 품평회가 다가 아니다. 이곳에는 눈길 닿는 곳마다 놀거리가 즐비하다. 그림 품평회 맞은편 타자기 이용 공간도 그중 하나다. 손님들은 타자기를 사용해 소중한 자기 자신, 가족, 친구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타자기는 1980년대~1990년대 산업 시대에 쓰던 전동 타자기다. 그래서 오타가 나도 쉽게 지울 수 있다. 이외에도 폴라로이드 카메라 촬영이 있다. 손님들은 직원에게 카메라를 받은 뒤 공간 내부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물론 두근이와 멋진 셀카를 찍는 것도 가능하다. 벽면에 부착된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가수 빈지노의 노래를 청음 할 수 있다. 구 대표는 내부 곳곳 놀거리를 만든 데 대해 "그림 편집숍이지만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가게 상호 미확인은 '미지의 새로움을 확인시켜 주겠다'라는 뜻도 있다. 손님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림 품평회, 타자기를 이용한 편지 쓰기 등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새해를 앞두고 손님들을 위한 새로운 즐길 거리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에는 엘피 청음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본 1970~1980년대 음악과 한국 1980~1990년대 가수들 엘피를 구비해놓을 예정이다. 꼭 그게 아니어도 윤상, 백예린 등 시티팝 음악 스타일을 추구하는 가수의 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림 속 음료를 현실로 구현 미확인에는 조금 특별한 메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멜론 소다(5천500원). 멜론 맛 탄산음료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가는 이 메뉴는 지극히 평범한 음료처럼 보인다. 그러나 구 대표가 멜론 소다를 만들게 된 사연이 독특하다. 구 대표는 나무13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나무13 작가의 작품 중에는 여성이 멜론 소다를 들고 싱긋 웃는 일러스트가 있다. 그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오 청량한데'하는 생각이 들었고, 곧장 현실로 만들게 됐다. 그림에 영감을 받아 실제로 만든 것이다"며 "현재 멜론 소다는 판매량 부동의 1위였던 아이스 아메리카노(3천800원)를 물리치고 미확인의 대표 메뉴가 됐다"고 말했다. 대중적이기보다 개성적인 메뉴를 만들고 싶다는 구 대표의 마음으로부터 탄생한 음료들도 있다. 커피 맛 술에 우유, 아이스크림을 넣은 깔루아밀크(6천원). 초콜릿 맛 술에 우유, 아이스크림을 넣은 베일리스밀크(6천원)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칵테일 메뉴라 진입장벽이 다소 높았지만, 지금은 봉산동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구 대표는 "포스터, 엽서만 팔아서는 금전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음료 메뉴를 추가해야 했는데, 처음부터 대중적인 커피를 메뉴에 넣고 싶지 않았다. 칵테일이 음료계의 2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길로 곧장 학원에 등록했고,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칵테일을 하나하나 배합해 가며 취향에 맞는 메뉴를 만들었다"며 "깔루아밀크와 베일리스밀크에는 아이스크림이 들어가 알코올 향이 덜 난다. 그래서인지 동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료가 됐다"고 했다. 구 대표는 미확인이 '시티팝'하면 떠오르는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했다. 그는 "저는 대구가 예술의 도시이고, 시티팝과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게 곳곳 시티팝을 떠올릴 수 있는 포스터, 엽서를 배치했다. 소품과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며 "대전하면 성심당, 제주도하면 감귤이 생각나지 않나. 대구하면 시티팝, 시티팝하면 미확인이 생각나는 그런 공간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2023-12-28 14:21:31

  • [카페민지(MZ)] 식물원·아쿠아리움 즐길거리 가득한 '러키더키'

    [카페민지(MZ)] 식물원·아쿠아리움 즐길거리 가득한 '러키더키'

    한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야외에 5분만 서 있어도 온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날씨다. 이럴 때는 집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가장 좋지만,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마냥 집에서 쉬기는 어렵다. 부모들은 바깥으로 나가자고 아우성치는 아이들의 성화에 갈만한 곳을 찾는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이면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말이다. 이 조건을 부합하는 적격의 장소가 있다.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어른들은 자연 속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경북 칠곡에 위치한 '러키더키'다. ◆ 귀여운 오리 인형·아쿠아리움…아이들 눈빛 반짝 러키더키 2층 입구에는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존재가 있다. 바로 귀여운 대형 오리 인형 러키와 더키다. 이들은 각각 하얀색 요리복과 남색 앞치마를 두르고 어린이 손님들을 반긴다. 러키와 더키는 카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식기에도, 벽화에도 심지어 그림 액자 속에도 전시되어 있다. 카페를 대표하는 마스코트인 셈이다. 김진식(54) 러키더키 대표는 오리 캐릭터를 카페 마스코트로 만든 데 대해 "카페가 낙동강이 보이는 곳에 있다. 낙동강하면 '낙동강 오리알'이 떠오르지 않나. 그래서 오리 캐릭터를 카페 마스코트로 만들게 됐다"면서 "낙동강 오리알이 부정적인 뜻이지만, 긍정적으로 바꿔보자는 의미에서 행운을 뜻하는 영어 럭키(러키)와 오리를 뜻하는 덕(더키)를 합쳐 캐릭터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김 대표가 만든 러키와 더키는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러키, 더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지난 11월 개장한 아쿠아리움이다. 아쿠아리움에는 100여 종의 대형어와 수백 종의 소형어가 살고 있다. 민물 홍룡, 금룡, 피라루크, 엘리게이터 등 종류도 다양하다. 도마뱀, 거북이, 이구아나와 같은 파충류도 있다. 아쿠아리움에는 상주 직원이 있어 관리도 잘 되는 편이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했을 때, 담당 직원이 수족관 내부를 청소하고 있었다. 아쿠아리움 입장료는 따로 받고 있지 않다. 다만 카페 본관에서 음료 한 잔을 시켜야 아쿠아리움 입장 팔찌가 제공된다. 아쿠아리움 내부에는 커피와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놓여 있어 구경하면서 식사도 가능하다. 아쿠아리움에서 커피를 마시던 김은정(37) 씨는 8살 딸과 5살 아들을 뒀다. 그는 "보통 일반 카페에 가면 아이들이 빨리 집에 가자고 떼를 쓴다. 이곳은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들이 많아 오히려 집에 가기 싫어한다. 남편과 여유롭게 커피 마시며 대화하기 좋다"며 "요즘 노키즈존이 워낙 많아 아이를 데리고 나가기 조심스럽다. 러키더키는 케어키즈존이라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아쿠아리움은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쿠아리움 옥상에 애견 카페 운영 계획을 밝혔다. 그는 "옥상이 대략 200평 정도인데, 지금 비어있다. 내년 봄쯤 이 공간에 인공 잔디를 깔아서 애견 카페를 만들어볼까,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아름다운 풍경·잘 가꿔진 정원…어른들도 만족 러키더키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취향도 저격했다. 러키더키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잘 가꿔진 조경은 어른들의 마음마저 설레게 한다. 러키더키 본관은 낙동강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터를 잡았다. 건물 전체가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폭신한 의자에 앉아 앞을 바라보기만 해도 평화롭게 흐르는 강물을 볼 수 있다. 옥상인 루프탑에 가면 칠곡보 전경도 눈에 담을 수 있다. 이곳을 찾은 어른들은 자연풍경을 바라보며 힐링하는 시간을 보낸다. 카페 본관에서만 이같은 풍경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관 뒤 별관에는 분재원과 식물원이 나란히 붙어있다. 분재원에는 수십 종의 분재들이 관리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40년생 수사해당, 80년생 해송, 100년생 향나무, 200년생 모과, 300년생 주목까지 있다. 200년생 모과는 가격이 무려 3천500만원이라고 한다. 식물원에는 이너미스, 아메치스, 기노사 등 선인장과 나무들이 심겨 있다. 식물원 한가운데에는 직사각형 모양 연못이 있는데, 그 안에 비단잉어 수십 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1천원만 내면 잉어 먹이 주기 체험도 가능해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분재원과 식물원에 있는 나무들은 관리도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두 온실 다 개방형 통유리창을 설치, 필요에 따라 문을 여닫아 온도를 조절한다. 김 대표는 "겨울잠을 자야 하는 분재는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 선인장과 나무는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로 관리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오로지 나무를 보러 오는 손님들도 많다고 설명한다. 그는 "젊은 시절 제주도에 생각하는 정원이라는 곳에 갔다가 가꿔놓은 나무들을 보고 감탄했다. 그때부터 분재, 나무에 관심이 생겨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며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취미 생활도 마찬가지다. 분재를 모으더라도 최상급만 취급하고, 관리에도 최선을 다한다. 고퀄리티에 나무 때문인지 지금은 동호회 회원들이 단체로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 못지않은 김 대표의 관리에 나무를 좋아하는 한 손님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가족을 따라 이곳을 찾았다는 김창수(53) 씨는 "러키더키는 물고기를 좋아하는 손녀를 위해 딸이 찾은 곳이다. 별생각 없이 딸을 따라왔는데, 평소 좋아하던 나무들을 보게 돼서 신기하다. 의외의 장소에서 심지어 잘 관리된 모과와 보리수나무를 보다니. 기대하지 못한 장소에서 좋은 묘목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자연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위한 또 다른 힐링 공간도 준비 중이다. 그는 "아쿠아리움 뒤쪽으로 정돈된 부지가 있다. 자연 친화적인 주변 환경에 맞춰 내년에는 캠핑장이나 글램핑장 설치를 계획 중이다. 다만 아직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 지역 특산물 사과 음료·디저트 맛보세요! 러키더키에는 아쿠아리움과 분재원, 식물원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러나 볼거리가 전부인 곳은 아니다. 이곳에는 다른 카페에서 먹기 어려운 특색 있는 음료와 디저트도 있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사과를 활용한 자두사과에이드(7천원)와 레드베리크림도넛(5천원)이 그 주인공이다. 자두사과에이드는 수제로 만든 자두청, 사과청에 탄산수를 섞은 음료이다. 에이드 안에는 얇게 썰린 사과 조각이 들어간다. 사과 과육의 달콤함과 자두의 상큼함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단맛을 좋아하는 어린이부터 톡 쏘는 탄산의 맛을 좋아하는 어른들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레드베리크림은 도넛 반죽 속에 수제 사과잼과 딸기 크림을 넣고 동그랗게 튀겨낸 디저트이다. 도넛 위에는 딸기 카스텔라 가루가 뿌려진다. 둥글고 빨간 도넛 모양은 마치 빨간 홍옥 사과를 연상하게 한다. 사과를 닮은 모양에 눈이 즐겁고, 한 입 베어 물면 느껴지는 부드러운 딸기 크림 맛에 입이 즐거운 메뉴다. 김 대표는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경상도 토박이다. 대구경북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다 보니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메뉴를 만들고 싶었다. 대구하면 떠오르는 게 사과이기 때문에 사과가 들어가는 자두사과에이드, 레드베리크림도넛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러키더키가 손님들의 힐링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러키더키 앞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뒤로는 숲이 있다.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이 자연풍경을 바라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물고기와 나무들도 구경하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3-11-30 14:55:56

  • [카페 민지(MZ)] '커피 한잔 할래요'…포린에서 LP의 매력에 폴인

    [카페 민지(MZ)] '커피 한잔 할래요'…포린에서 LP의 매력에 폴인

    완연한 가을이다. 청명한 하늘 아래 울긋불긋한 단풍과 샛노란 은행잎은 절정을 맞았다. 가을은 감성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피고 지는 단풍과 은행잎을 보고 있자면 괜스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마음을 잠재우려 고요하고 감미로운 음악을 재생한다. 아이유, 카더가든, 잔나비, 검정치마의 따스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잔잔한 음악만 반복 재생하고 있으니 한 친구가 말했다. "이렇게 포근한 목소리는 LP(엘피)로 들으면 더 좋아. 아날로그 감성도 나고 말이야" 디지털로도 충분히 좋은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단 말인가. 대구에도 엘피를 청음 할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곧장 남구에 있는 포린으로 향했다. ◆ 보고 듣고…엘피판 매력에 퐁당 "카페야 음반 매장이야?" 포린에 발을 내디디면 가장 먼저 하게 될 말이다. 입구에서부터 엘피판을 전시해놓은 포린이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 찰나, 내부에는 더 많은 엘피가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다. '몇 장이나 될까' 생각하고 있던 순간 김민지(26) 대표가 나타났다. 김 대표는 매장에만 1만5천~2만 장, 창고에 보관된 것까지 합치면 4만5천~6만 장이나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셨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유품을 정리하던 중 엘피를 발견하게 됐다. 한 번 들어보니 엘피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그렇게 엘피를 모으다 보니 개수가 늘었다"며 "엘피판 판매 사업도 병행하다 보니 음반 매장 분위기도 난다"고 설명했다. 포린은 엘피판 개수만큼이나 여러 장르, 다양한 가수의 엘피를 보유하고 있다. 클래식, 오에스티, 가요, 팝, 헤비메탈부터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가수 이문세, 김현식, 변진섭 엘피까지 있다.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그룹 레드벨벳 조이, 애니메이션 지브리, 세일러문 엘피판도 눈에 띈다. 이 중에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한 엘피판도 있다. 전영록 친필 사인이 담긴 '불티·사랑과 이별'이 그 주인공으로, 가격이 무려 350만원이다. 지난 2014년 딱 4천장만 찍어낸 아이유의 '꽃갈피' 초판도 미개봉 보관 중이다. 잔나비 '전설' 미개봉 초판, 김광석 엘피 초판 모두 보기 드문 음반이다. 포린의 특별함은 이같은 엘피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손님들은 미개봉, 지퍼백 상품을 제외하고 모두 청음 할 수 있다. 재생 장치인 턴테이블 사용법을 몰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김 대표가 찬찬히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서 도전해 보고 싶다면 아래의 방법을 따라 해 보길 바란다. 우선 듣고 싶은 엘피를 고른다. 앨범을 펼쳐 속 비닐 속 엘피 레코드를 조심히 꺼낸다. 이때 레코드 표면이 손상되지 않도록 반드시 레이블 부분과 바깥 둘레 부분을 잡고 위쪽으로 꺼내야 한다. 기스가 생기면 소리가 튕기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레코드는 턴테이블 위에 올린다. 바늘을 레코드 위로 이동하면 비로소 음악이 재생된다. 기자는 스타이즈본 엘피판을 골라 들었다. 레이디 가가의 목소리가 은은하고 따스하게 울렸다. '이 맛에 듣는구나'하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엘피에 매료됐다. 엘피 청음은 평일 기준 최대 2시간, 금요일 주말 기준 최대 1시간 30분 동안만 가능하다. 턴테이블이 4대이니 손님들이 많아도 듣기 충분하다. 청음 시간이 아쉽다면 현재 포린에서 2주간 엘피를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니, 이용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포린 인스타그램(porin_lp)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년에게는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청년에게는 새로운 감성을 전해준다'는 엘피의 매력 때문일까. 10대에서 68세까지 폭 넓은 연령층의 고객들이 가게를 찾는다. 김 대표는 인기에 힘입어 가게 확장 이전도 계획 중이다. 그는 "매장이 좁다 보니 창고에 있는 엘피나 CD, 카세트테이프를 놔둘 공간이 없다. 다른 넓은 공간으로 옮길 예정이다. 그때는 릴 테이프라는 새로운 앨범도 추가할 예정이고, 창고에 있는 앨범도 매장 내 배치할 것이다. 다만 정확한 시일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 음악을 들으며 마시는 차 한 잔낭만적인 음악에는 그에 걸맞은 차 한 잔이 필요하다. 포린은 분위기 있는 엘피 음악과 어울릴 만한 음료가 가득하다. 포린에 왔다면 수제청 에이드는 꼭 마셔봐야 한다. 과거 수제청 사업으로 오랜 기간 수제청을 담근 김 대표의 정성이 들어간 메뉴이기 때문이다. 그중 청귤청 에이드(7천원)는 포린의 시그니처다. 청귤청 에이드에는 청귤로 만든 수제청에 사이다, 얇게 썬 과일 청귤이 들어간다. 청귤의 새콤함과 탄산의 톡 쏘는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토마토 바질 에이드(7천원)는 상큼함보다는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메뉴다. 바질은 향만 내는 용도로 사용하고 토마토를 많이 넣어 과일 본연의 달달한 맛을 극대화했다. 토마토 바질 에이드에는 일반 토마토가 들어가지만, 스테비아 토마토를 먹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극강의 달콤함을 자랑하기도 한다. 커피 메뉴로는 부드럽고 단 크림카페라떼(7천원), 바닐라빈 라떼(6천300원)를 추천한다. 크림카페라떼는 아인슈페너와 비슷하게 쌉싸름한 원두커피 위에 부드러운 생크림이 올라간다. 한 모금 들이켜면 입안 가득 크림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바닐라빈 라떼는 김 대표가 직접 만든 바닐라 시럽으로 만들어 깊고 진한 바닐라 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커피와 함께 곁들일 디저트도 빠질 수 없다. 대부분 김 대표가 직접 만든다는 포린 디저트는 푸딩, 스콘, 케이크 종류도 다양하다. 푸딩은 여섯 종류로 바나나, 초코, 오레오 푸딩(각 4천800원) 등이 있다. 베이스는 커스터드 크림과 생크림이다. 맛에 따라 속 재료가 달라지는데 바나나 푸딩에는 바나나, 초코 푸딩에는 초코칩, 오레오 푸딩에는 오레오 과자가 들어간다. 그릭요거트 질감처럼 꾸덕하고 아이스크림처럼 시원·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김 대표는 겨울을 대비해 제철 과일 메뉴들도 준비 중이다. 12월 제철인 딸기를 이용한 딸기청 우유와 딸기 푸딩, 빅토리아 딸기 케이크를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포린이 손님들의 추억 속 장소로 남기를 기대했다. 그는 "너무 좋은 공간에 가면 그곳의 노래와 공기, 분위기가 그대로 기억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엘피 음악을 떠올렸을 때 손님들이 포린을 떠올리고 추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3-11-02 14:36:24

  • [카페 민지(MZ)] 힙한 1020대 다 모여라! 세기말 감성 담은 '영원미학'

    [카페 민지(MZ)] 힙한 1020대 다 모여라! 세기말 감성 담은 '영원미학'

    지난 추석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코로나로 보지 못했던 친척 동생들도 오랜만에 만났다. 고등학생인 사촌 동생은 가방 액세서리로 무선호출기인 삐삐를 달고 왔다. 대학생인 사촌 동생은 층을 많이 낸 레이어드 머리에 통 넓은 바지, 딱 달라붙는 짧은 티셔츠를 입었다. 작은삼촌은 아이들을 보고 "니들은 왜 우리 어릴 때하던 모습 그대로고. 이게 또 유행하는갑지"라며 웃었다. 아이들은 "요즘 제 또래들은 다들 이렇게 다녀요"라고 답했다. MZ세대 사이에서 뉴트로(신복고)가 유행이다. 길거리에 나가면 10, 20대로 보이는 많은 여성이 크롭 티셔츠를 입고, 귀여운 키링을 가방에 달고 다닌다. 그들은 화질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카페도 이 같은 유행을 피할 순 없는 것일까. 옛 느낌을 인테리어로 담아낸 카페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구에도 MZ세대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복고풍 카페가 있다. ◆ 옛 감성 한 스푼 담은 '힙(Hip)'한 카페 교동에 위치한 영원미학은 1990년대 다방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실내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원미학 4층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예스러운 벽걸이 장식. 그 뒤로 보이는 투박한 흑색 테이블과 크고 푹신한 호피 무늬 사각 의자는 옛날 다방을 떠오르게 한다. 가구뿐만 아니다. 영원미학은 소품, 인테리어 하나하나가 1990년대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과거에 인기 있었을 법한 화려한 무늬 커튼, 클래식한 필름 카메라, 다이얼 수화기, 음악 카세트테이프. 심지어 가수 소방차 LP판까지 있다. 옛 감성을 고스란히 잘 살린 것을 보아하니 대표가 분명 50대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20대 젊은 사장이었다. 엔틱한 것을 좋아한다는 전아영(27) 대표는 "어릴 적 갔던 한국 경양식 돈가스집, 텔레비전에서 본 일본 옛날 다방이 제 취향이다. 대구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빈티지한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영원미학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영원미학은 오래된 가구, 소품들로만 실내를 꾸몄지만, 촌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힙하다. 그 이유는 전 대표가 미대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생 때 사진영상과 설치미술을 했다. 그래서 공간을 꾸미는 일에 익숙하다. 전 대표는 그때 했던 작업이 영원미학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 대표만의 감성은 1020세대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는다. 손님도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이다. 이곳을 찾은 한우주(21) 씨는 "독특한 카페를 찾다가 오게 됐다. 벽에 태극기와 회사 사훈이 걸려있는데 너무 힙하고 귀엽다. 테이블 위에 어항 조명이 놓인 것도 색달랐다"고 했다. 전 대표는 이에 대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문화에 대한 새로움이 오히려 이 세대에게는 유니크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디저트 영원미학은 유니크하고 톡톡 튀는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음료, 디저트도 매력적이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모양인 디저트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영롱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밀크쉐이크(8천원), 젤리소다(8천500원), 크림소다(6천800원), 영원파르페(1만2천원)는 만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색깔과 형태를 지녔다. 밀크쉐이크는 부드러운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신선한 우유를 섞어 만든 메뉴다. 밀크, 딸기, 커피, 흑당 네 가지 종류가 있으며, 맛에 따라 다른 토핑이 올라간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영원미학의 밀크쉐이크는 특별하다. 바로 귀여운 초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생일파티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촛불에 붙여진 불을 입으로 '후' 불며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젤리소다도 눈길을 끈다. 젤리소다에는 탄산수와 멜론, 딸기, 오렌지, 파워에이드 네 가지 맛 젤리가 들어간다. 초록, 빨강, 노랑, 파랑 등 다양한 색의 젤리 때문일까. 젤리소다는 색색의 보석들이 물속에 담겨있는 듯하다. 맛도 오묘하다. 한 모금 들이켜면 톡 쏘는 탄산과 함께 달콤 쫀득한 젤리가 씹힌다. 크림소다는 화려한 형광색 그 자체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크림소다에는 탄산과 멜론, 블루큐라소, 딸기, 복숭아 시럽이 들어간다. 그래서 초록, 파랑, 분홍색을 띤다. 화려한 색 음료 위에는 아이스크림과 체리 한 개가 올라간다. 독특한 색깔에 한번, 귀여운 데커레이션에 또 한 번 시선이 가는 메뉴다. 디저트 메뉴인 영원파르페에는 초콜릿 푸딩, 커스터드푸딩, 빵, 롤케이크, 생과일이 올라간다. '모형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쁜 플레이팅에 대접받는 기분이 절로 든다. 전 대표는 영원미학의 예쁜 디저트들 모두 만화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어릴 적 일본 만화를 즐겨 봤다. 만화 '짱구는 못말려'에서 짱구가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디저트를 먹는 장면이 있다. 저도 그런 것들을 구현해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영원미학이 유니크하고 예쁜 카페로 남는 것뿐만 아니라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그는 "영원미학이 손님들 마음의 휴식처가 됐으면 좋겠다. 예전에 손님 한 분이 편지를 주셨는데 그 속에는 '영원에 있으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마음의 짐을 놓고 가는 기분이라 홀가분하다'고 적혀있었다. 찾으시는 모든 분들이 답답함과 걱정거리를 이곳에 두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3-10-06 17:30:00

  • [카페 민지(MZ)] 영원미학에 자유분방함을 더한 '영원아카이브'

    [카페 민지(MZ)] 영원미학에 자유분방함을 더한 '영원아카이브'

    영원아카이브는 영원의 1호점으로 영원미학의 모체다. 영원이라는 이름으로 두 카페는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영원미학이 아늑하고 대중적인 공간이라면 영원아카이브는 조금 더 젊고 자유분방하다. 영원아카이브는 전체적으로 통일된 분위기는 아니다. 영원아카이브는 다른 모양과 질감의 테이블을 두어 각각 다른 개성을 나타냈다. 또한 가게 안 곳곳 2000년대 초반에나 볼 수 있을 법한 컬러풀한 포스터를 붙여 더욱 독특해 보이도록 만들었다. 유니크한 카페 분위기 덕분일까. 이곳에서 빈티지 스타일 웨딩 화보를 촬영한 젊은 예비부부가 있었다고 한다. 인디밴드 이글루도 이 장소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영원아카이브에는 영원미학에 없는 특별한 메뉴도 있다. 바로 '오늘의 케이크'다. 레트로한 디자인의 조각 케이크로, 매일 다른 모양과 맛을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파란색 하트 모양 미니 케이크, 분홍색 토끼를 담은 케이크, 만화 캐릭터를 담은 케이크까지 모두 인기 만점이었다. 손님들은 영원미학이 취향이라면, 영원아카이브도 좋아할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두 곳 모두 방문했다는 한 손님은 "영원아카이브는 영원미학의 힙한 느낌에 자유로움이 섞인 곳 같다. 영원미학이 마음에 들었다면, 영원아카이브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고 했다.

    2023-10-06 15:30:00

  • [카페 민지(MZ)] 일상의 대화든, 진솔한 대화든 '대화의장'에서 함께 나눠요!

    [카페 민지(MZ)] 일상의 대화든, 진솔한 대화든 '대화의장'에서 함께 나눠요!

    지난 8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대구역 플랫폼에서 20대 초반 남녀 커플이 목청 높여 싸웠다. 앳된 얼굴을 한 남성은 여성을 향해 "말을 해야 알지. 말을 안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라며 소리쳤다. 그렇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중요하다. 이 커플의 사소한 말다툼도, 우리 사회의 문제로 불거지는 젠더·지역 갈등도 사실은 대화의 부재로 발생한다. 여기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도, 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곳, 대화의장이다. ◆ 대화를 이끄는 어딘가 낯선 공간 대구 중구에 위치한 대화의장은 원래 1920년대 지어진 낡은 '대화장여관'이었다. '대화장'이라는 이름에 매료된 이만수(35) 대표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이 공간을 카페로 탈바꿈시켰다. "대화합시다"라는 의미를 담은 대화의장으로 말이다. 대화의장은 무려 7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다. 강렬한 벽화가 그려진 대화광장을 중심으로 대화빌라, 대화의꽃, 대화주방, 대화강당, 대화살롱, 대화창고가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각 건물은 세계 각국을 연상시킨다. 대화광장은 남아메리카 같다. 검은색 벽면 속 활기찬 말 그림과 그 앞에 놓인 라탄 테이블, 의자는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화주방은 일본 심야식당 컨셉이다.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음식을 해먹는 공간이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리뉴얼을 위해 휴관 중이다. 대화강당은 한옥 다락방 모습이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샹들리에, 하나의 긴 쉐어테이블이 놓인 대화살롱은 유럽 성당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조용한 이 공간에서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대화의꽃은 그리스를 떠오르게 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유니크한 포스터와 낙서 같은 그라피티 그림이 푸른색 벽면에 걸려있다.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 덕에 이 공간은 인디가수의 무대가 되기도, 화가의 갤러리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동남아시아 휴양지 느낌의 대화빌라와 대화창고가 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낯선 공간에서 유연한 사고를 한다고 생각, 건물을 이같이 인테리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해외여행을 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더라도 거부감없이 쉽게 받아들이고 대화한다. 이곳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유연한 사고로 낯선 이와 대화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여러 나라의 모습을 건물에 담아냈다"고 말했다. ◆ 대화의장에 왔다면 이것은 꼭 해보세요!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대화의장을 찾았다면 꼭 해야 할 필수코스가 있다. 바로 대화카드, 대화밸런스카드를 사용해 보기다. 카운터 옆에 놓인 이 카드들은 주문만 했다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화카드는 질문이 적힌 카드다. "당신에게 결핍된 것은 무엇인가요?",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나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상대방 생각을 알 수 있다. 반면 밸런스카드는 선택지를 주는 카드다. "평생 여름 vs 평생 겨울", "좋아하는 사람들과 신나게 놀기 vs 좋아하는 사람들과 깊은 소통하기"와 같은 내용이 담겨 타인의 취향을 파악하기 좋다. 두 카드를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상대방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실제 대화의장 한쪽에서는 50대 부모와 20대 딸이 밸런스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딸 이지영(26) 씨는 "부모님과 한집에 살고 있지만, 근무 시간이 달라 대화할 시간은 부족했다. 이 카드를 통해 엄마의 새로운 취향을 알게 돼서 기쁘다"고 했다. 대화가 너무 하고 싶어 대화의장을 찾았지만, 그 상대가 없다면? 걱정하지 마시라. 대화의장에서는 혼자여도 대화를 할 수 있다. 이곳에는 타인과의 대화를 이어주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안녕 낯선 사람'이다. 안녕 낯선 사람은 평소 대구에서 만나기 힘든 인물들을 대화의장으로 초청해 그에 대해 더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인디가수, 트렌스젠더, 시각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왔다. 이들은 이곳에서 공연하거나 본인의 일상을 타인에게 공유했다. 매주 새로운 주제로 낯선 대화를 나누는 토크아워도 있다. "기억과 추억은 어떻게 다른가요", "되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나요"와 같은 주제를 놓고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대화살롱에서 진행된다. 이외에도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클럽이 있다. 9월에는 영화·애니메이션과 정치고전읽기 등을 주제로 대화클럽을 모집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 카카오톡 채널로 신청할 수 있다. ◆ 대화에 빠질 수 없는 음식들 대화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음식이다. 음식을 앞에 두고 한 공간에 함께 있는 것으로부터 대화가 시작되니 말이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만큼 대화의장 메뉴는 다양하다. 수많은 메뉴 중 눈여겨봐야 할 건 단연 토마토바질에이드(6천500원)다. 수제 청을 베이스로 토마토와 레몬이 들어간다. 바질도 통째로 올라간다. 새콤한 토마토와 상큼한 레몬, 바질의 약간 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제철 과일이 들어간 과일 에이드도 훌륭하다. 복숭아, 자몽, 레몬, 오렌지에이드(각 6천원)에는 수제로 만든 과일청이 들어간다. 수제청 위로 큼지막한 생과일이 들어가 과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커피도 빼놓을 수 없다. 시그니처는 크림치즈라떼(6천원)다. 부드럽고 우유 맛이 강한 라떼에 진하고 고소한 치즈 크림이 들어간다. 입 안에 넣었을 때 씹히는 치즈 알갱이의 식감이 매력적이다. 대화의장의 한 가지 특이점은 카페임에도 불구 지중해식 요리, 비건 음식과 와인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대화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커피뿐만 아니라 요리까지 판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대방으로부터 '우리 이야기 좀 해'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무언가 잘못했나'라는 생각과 함께 왠지 께름칙하다. 그래서 대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밥 한 끼 하자', '커피 한잔하자'며 돌려 말한다. 밥 먹고 커피도 마시며 충분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서 넣게 됐다"고 했다. ◆ 타인을 재발견하는 공간이 되길 대화의장 카운터에는 청각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청각장애인 직원이 있다는 것, 그 누군가는 조금 특별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표에게는 그저 직원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이 대표는 스스로 편견이 덜한 사람이라고 지칭한다. 그래서 더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대학 시절 장애인과 술을 마시고, 성소수자와 어울렸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HIV 감염인과 함께 식사도 했다. 이 대표는 사회적 소수자가 다수자와 동일하다고 말한다. 그는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지 않나. 나와 조금 다른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도 실상 대화를 해보면 다를 게 없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갖고 대화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간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재단하고 정의하기보다는 상대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 오해가 이해가 되고, 편견이 발견이 되는 그것이 대화의 힘이니까"라고 했다.

    2023-08-31 14:36:27

  • [카페 민지(MZ)] 라오스서 온 건강한 커피…자연을 담은 '올곧'

    [카페 민지(MZ)] 라오스서 온 건강한 커피…자연을 담은 '올곧'

    향긋한 커피 향기. 이 유혹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성인 한 사람이 마시는 커피 소비량은 연간 367잔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이 161잔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인은 유독 커피를 즐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건강에 해롭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이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대구 수창동 행복기숙사 안에 위치한 '올곧'은 좋은 재료만을 사용해 건강한 커피를 만들기 때문이다. ◆ 라오스에서 온 커피, 발암물질 걱정 없이 드세요 올곧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진한 커피 향이 코끝을 찔렀다. 좋은 커피 향을 참지 못하고 곧장 아이스 아메리카노(3천500원) 한 잔을 시켜 들이켰다. 가볍고 깔끔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향과 맛에 감탄하며 다시 한 모금 마신 그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오스 볼라벤 농장에서 가져온 유기농 생두로 볶은 커피라 맛이 좋을 거예요." 이순영(71) 올곧 대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브라질, 북아프리카, 인도네시아 생두도 유명하지만, 한국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생두의 신선도를 보장하고자 최단 거리인 라오스에 농장을 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올곧 매장 내 모든 커피가 유기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기농 제품만 사용한다.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신경 쓰기 때문이다. 매장 내 모든 커피는 곰팡이 독소, 발암물질, 잔류농약 검사를 받아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발암물질 커피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생두 로스팅 방법에 따라 발암물질인 아크릴 아마이드, 벤조피렌이 나온다"며 "약한 불에 생두를 덜 볶는 약배전에는 아스파라긴산과 환원당에 의해 아크릴 아마이드가 생긴다. 강한 불에 생두를 오래 볶는 강배전에는 태운 고기와 동일한 발암물질 성분이 나온다. 이 같은 커피를 마시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주장처럼 국제암연구소와 미국 식품의약청은 아크릴 아마이드가 잠재적 유해 물질임을 인지, 2등급 발암 가능물질로 분류했다. 우리나라 식약처도 2021년 1월 아크릴 아마이드에 대한 식품별 권장규격을 적용해 커피 1kg당 0.8mg 이하로 줄일 것을 권고했다. 이 대표는 올곧만의 특별한 로스팅 방식으로 '발암물질 없는 커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예방 먹거리 강의로 전국에 이름을 알린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명예교수에게 도움을 받았다. 이 교수가 3년간 연구, 개발한 로스팅 공법을 활용해 아크릴 아마이드 없는 커피를 만들었다"고 했다. ◆ 베이커리도 자연을 담아 정성스럽게이 대표와 대화를 나누던 중,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자꾸만 베이커리 매대로 시선이 갔다. 무언가에 홀린 듯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러 가지 빵들이 어서 나를 맛보라며 유혹한다. 기자는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현미 소금빵(3천500원)을 주문했다. 올곧 현미 소금빵 맛은 조금 특이하다. 한 입 베어 문 순간, 바삭한 식감과 함께 부드러운 쌀 맛이 느껴진다. 곧 짭짤한 맛으로 바뀌더니, 끝에는 현미의 구수한 향이 입 안에 남는다. 다른 베이커리에서 먹는 빵과는 달리 깔끔하고 자연적인 맛이다. 이 대표는 유기농 현미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 같은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전라도 현미 농가에서 직접 받은 현미 쌀만 쓴다. 유기농 현미로 만들어 구수한 맛이 나는 것은 물론, 일반 밀가루나 쌀로 만드는 것보다 식이섬유가 많고 영양성분도 높다"고 주장했다. 올곧은 현미 소금빵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빵에도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다. 현미로 만든 롤 케이크(5천원), 잠봉뵈르 바게트(7천900원), 현미곡물캄파뉴(1만3천원), 바질토마토 새우 캄파뉴(5천원). 이 모든 빵에는 유전자 변형 없는 식재료, 가루미, 분질미, 발효 버터, 자연 방사 유정란 등이 들어간다. 건강한 재료 덕일까. 올곧의 모든 빵은 고소한 맛이 강하다. 속도 편하게 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올곧은 또 빵과 어울리는 잼까지 수제로 건강하게 만들었다. 올곧이 만든 건강 잼에는 정제 설탕이 아닌 유기농 원당이 들어간다. 원당 양도 과일의 10%만 섞어 과일 본연의 영양소와 맛을 유지한다. 달콤함은 유지하되, 영양 파괴는 최소화한 것이다. 이 대표는 '건강 카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 쓴다고 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빵을 부풀리기 위해 베이킹소다나 건조 이스트를 사용한다. 그러나 올곧은 저온 상태에서 장시간 천연 발효시켜 자연적으로 부풀린다. 발효종으로 빵을 반죽, 숙성한 뒤 굽기 때문에 소화가 잘된다. 맛도 훨씬 깊은 풍미가 난다"고 했다. ◆ 카페 이상의 공간…사회문제까지 해결이 대표와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문득, 일흔이 넘는 이 대표가 카페를 차리게 된 이유에 대해 궁금해졌다. 사실 그의 본업은 공익 재단 운영. 지난 30여 년간 사회병리 현상의 원인을 연구,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찾았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재단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정부, 정당, 교육기관 등에 제공했다. 그러나 재단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이 대표는 주장했다. 이에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 방법을 생각했다. 그는 한국인의 식문화가 쌀에서 밀가루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것에 주목, 시민들에게 직접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건강 카페 올곧이 탄생했다. 이 대표는 올곧이 재단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청년들의 취업을 돕는 K-bakery 창업사관학교도 계획 중이다. 이 대표는 "올곧의 제과제빵 기술력, 원재료 유통 공급망을 기반으로 경산에 사관학교를 지을 것이다. 청년들에게 기술을 전수, 교육해 취업과 창업을 돕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먼 훗날 '건강 마을 만들기'도 기약했다. 이 대표는 "좋은 환경의 시골에 귀농, 귀촌을 원하는 시민들을 모아 공동체 마을을 만들고 싶다. 올곧의 성공적인 운영과 재정적 역량이 뒷받침된다면 부지를 확보, 구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고 했다.

    2023-07-22 05:30:00

  • [카페 민지(MZ)] 천상의 맛을 입 안으로 '샌디레이크'

    [카페 민지(MZ)] 천상의 맛을 입 안으로 '샌디레이크'

    "카이막 드셔보셨어요? 진짜 맛있는데!" 누군가 대뜸 기자에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게 뭐죠?"라고 답했다. 나중에서야 카이막이 튀르키예 디저트인 것을 알게 됐다. 요리 연구가 백종원 씨는 카이막을 두고 '천상의 맛'이라고 표현했다. 이쯤 되니 카이막이 도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해졌다. 당장 '대구 카이막'을 검색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 카이막'이라 극찬한 교동 샌디레이크로 발걸음을 옮겼다. ◆ 유럽식 외관·중동식 내부 '반전 매력 가득' '튀르키예 디저트를 판매하니 외관도 중동풍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샌디레이크 외관은 오히려 유럽 쪽에 가깝다. 통유리창 건물은 바깥에서도 내부를 훤히 보이게 한다. 유리창 너머 보이는 둥근 테이블 덕에 마치 유럽 노천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가 난다. 유럽식 외관과 달리 실내는 중동식이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독특한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둥근 냄비 속 담겨 있는 모래. 놀란 마음을 뒤로한 채 주변을 살피자, 저 멀리서 한 남자가 다가온다. 그는 샌디레이크 이갑서(30) 대표. 이 대표는 냄비를 가리키며 튀르키예식 모래 커피를 만들 때 사용하는 도구라고 했다. 그의 말에 '진짜 튀르키예에 온 것 같다'는 생각하면서 카페 안을 찬찬히 살폈다. 누군가 할퀸 듯한 거친 모래색 벽면과 신기한 모양의 도자기. 양옆으로 나란히 붙어있는 독특한 문양 창문들. 그 아래 놓인 원형 의자. 이 모든 것이 중동의 작은 주택을 옮겨 놓은 듯 이국적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중동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이같이 인테리어 했다고 한다. 그는 "도자기 등 소품, 의자와 테이블 모두 중동풍으로 구입했다. 심지어 2층 창문 문양도 중동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가게 인테리어는 상호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샌디레이크는 '모래에 뒤덮인'이라는 뜻의 샌디와 '호수'라는 뜻의 레이크를 합친 합성어다. 중동 한 가운데 모래사막처럼, 우리의 시그니처는 냄비 속 들어있는 모래다. 모래 위에서 끓는 커피를 호수로 형상화한 것이다. 벽면이 모래처럼 거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고 했다. ◆ 한국식 샌디블랜딩·카이막 탄생기 "커피머신이나 핸드드립이 아닌 달궈진 모래를 이용한 커피 추출방식이 매력적이었죠" 이 대표가 튀르키예 커피 추출 방법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튀르키예에서는 400도 이상 달궈진 모래 위에서 커피를 추출한다. '제즈베'라는 작은 주전자에 곱게 간 여러 종류의 원두와 물을 넣고, 모래 위에서 끓여내는 방식이다. 압력을 가해 추출하는 커피머신과는 전혀 다르다. 과거 항공사에서 근무했다는 이 대표는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면서 다양한 커피를 맛봤다고 한다. 그는 일반 커피 추출방식과 다른 튀르키예식 매력에 빠졌다. 곧장 평소 알고 지내던 튀르키예인 사업가에게 자문했다. 다만, 이 대표는 튀르키예 추출방식 그대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튀르키예에서는 모래 위에서 끓인 커피를 필터에 거르지 않고 함께 마신다. 그래서 간혹 침전된 원두 가루가 입 안에 들어간다. 이에 그는 드리퍼를 사용해 원두 가루를 걸러냈다. 그렇게 침전물 없는 샌디블랜딩 커피가 탄생했다. 그는 또 원두의 맛에도 신경썼다. 튀르키예 원두는 오래 볶아 탄 맛과 쓴맛이 너무 강한 특징이 있다. 이 대표는 적정 시간 원두 볶는 법을 터득해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샌디블랜딩은 향이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다. 카이막도 튀르키예식과는 차이를 보인다. 카이막은 하루 동안 우유를 적정 온도에서 끓이고 식히기를 반복해 만들어진 일종의 크림이다. 부드러운 식감, 고소한 맛이 특징으로 주로 빵과 꿀을 곁들여 먹는다. 이 대표는 카이막과 함께 먹는 빵과 꿀을 한국식으로 바꿨다. 딱딱한 빵을 사용하는 튀르키예식 대신 한국인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식빵과 바게트를 내놓았다. 일반 꿀이 아닌 벌집 꿀을 이용하는 것도 독특하다. 농축된 벌집 꿀은 씹을수록 좀 더 진득한 맛을 낸다. 이 대표가 한국식으로 변형한 샌디블랜딩과 카이막은 현지인으로부터 맛을 인정받았다. 그는 "교환학생, 대구에 사는 튀르키예인들이 많이 찾아온다. 카이막과 샌디블랜딩 커피를 맛보고 현지에서 먹는 것보다 부드럽고 맛도 있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 어떤 메뉴든 평균 이상의 맛 샌디레이크는 샌디블랜딩(5천원)과 카이막(6천원)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들 메뉴 못지않게 맛있는 디저트가 많다. 잠봉카이막(8천원)이 그중 하나다. 잠봉카이막은 잠봉뵈르를 변형한 브런치 메뉴다. 잠봉뵈르에는 보통 얇게 저민 햄, 신선한 야채 그리고 버터가 들어간다. 그러나 잠봉카이막은 카이막이 버터 자리를 대신한다. 카이막은 버터와 달리 입 안에 넣었을 때부터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맛을 한층 더 고소하고 부드럽게 만든다. 프렌치토스트(8천원)도 특별하다. 샌디레이크에서는 일반 토스트와 다르게 허니브레드 토스트 중간을 파낸다. 그 안에 크렘브뤨레를 넣는다. 바삭한 토스트 식감과 크렘브뤨레의 달콤한 커스터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음료는 여러 향을 입혀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티 메뉴(5천원)에는 '마리아쥬 마르코폴로'라는 프랑스 홍차를 섞어 쓴다. 달콤한 과일 향과 좋은 꽃 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더치 커피 메뉴(5천원, 5천500원)에는 오크칩을 넣어 나무 향을 입힌다. 이는 깊고 풍부한 맛을 낸다. 자몽에이드와 레몬에이드(각 5천500원)는 과일청을 사용해 과육 맛을 살린다. 경주에서 대구로 여행을 왔다는 강은하(22) 씨와 김예지(22) 씨는 "샌디블랜딩이 유명하지만, 커피를 즐기지 않아 자몽에이드를 시켰다. 알갱이가 씹히면서 과일의 진한 맛이 난다"며 "카이막을 맛보기 위해 방문했지만, 자몽에이드 때문에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손님들이 '샌디레이크에 가면 맛과 분위기가 평균 이상은 한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굳이 검색해 보지 않아도, 찾아오기 만만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카페로 남았으면 한다"며 "그런 만큼 지금의 맛과 서비스를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2023-07-06 14:33:33

  • [카페 민지(MZ)] 시원한 '밀림'에서 파충류와 교감해보세요!

    [카페 민지(MZ)] 시원한 '밀림'에서 파충류와 교감해보세요!

    6월, 이글거리는 햇볕과 아스팔트가 내뿜는 열기가 하늘과 땅을 가득 메운다. 바야흐로 여름이다. 대구는 특히 '대프리카'로 불릴 만큼 무더운 더위를 자랑한다. 게다가 올해는 역대급 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시민들은 벌써부터 땀을 식힐 만한 실내 공간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대구 남구(용두길 16)에 위치한 밀림은 시원한 숲속 한가운데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더위에 지친 손님들이 찾기 안성맞춤이다. ◆ 공간 그 자체로 하나의 밀림 밀림 2층에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공기가 살갗에 닿았다. 좁게 난 창 때문인지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더욱 찬기가 느껴진다. 검게 칠해진 벽면은 공간을 어둡게 해 밤낮을 분간할 수 없게 한다. "일반적인 카페에 비해 유리창 개수가 적고, 크기도 작게 냈다. 밀림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햇빛은 거의 차단되고, 나무들 사이로만 새어 들어오지 않느냐. 그 느낌을 연출했다" 밀림을 운영하는 김병호(42) 대표가 카페 인테리어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밀림은 그의 말처럼 숲속 그 자체. 4층짜리 건물은 주차장인 1층을 제외하고, 층마다 밀림을 연상하게 하는 포인트가 있다. 2층은 청계천처럼 중앙부가 움푹 들어간 구조다. 이곳에 자갈을 깔고 이끼, 나무, 풀잎, 실내 연못을 조성했다. 아래에는 쿨링포그(안개형 냉각 시스템)를 깔았다. 뿜어져 나오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 물 머금은 축축한 자갈은 습한 밀림을 떠오르게 한다. 2층이 밀림 숲 그 자체라면, 3층에는 '모던함' 한 방울을 추가했다. 3층에 들어가자, 흰 건축물이 눈에 띈다. 현대 미술관에 초대받은 기분이다. 그림이 걸려있지는 않지만, 건축물 위에 달린 조명이 시시각각 바뀌어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자연적 요소도 빠질 수 없다. 이곳에는 야외 테라스가 있다. 이 공간에도 거친 바위와 큰 화분, 위아래로 물 분사기가 설치돼 있다. 이는 물안개가 피어오른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밀림은 인테리어 디테일을 잘 살려 2022년 대구시 건축상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매일신문 2022년 10월 6일 보도) 김 대표는 "건물은 숲, 매장은 밀림 깊은 곳을 표현하고자 했다. 외관 위쪽을 살펴보면, 세로로 길게 뻗은 얇은 기둥이 있다. 이는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것처럼 보이게 한다. 건물 자체로 하나의 숲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매장 안은 안개, 거친 바위, 물웅덩이를 조성해 밀림 깊은 곳이 떠오르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 파충류의 매력에 흠뻑 밀림의 백미는 4층 파충류 갤러리다. 희귀종을 포함해 도마뱀, 거북이, 뱀 등 400여 마리 파충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양쪽 눈이 각기 다르게 움직이는 카멜레온, 엄지손가락 크기의 새끼 거북이. 파충류가 이렇게 매력적인 동물이었나, 눈을 뗄 수 없다. 밀림이 파충류 카페가 된 사연은 조금 특이하다. 2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서 파충류 수백 마리를 키우던 김 대표. 파충류가 번식하면서 사육 공간이 점점 좁아졌고, 결국 카페 일과 접목했다고. 김 대표는 담당 직원을 따로 둘 만큼 파충류 관리에 신경 쓴다고 말한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했을 때, 직원이 이구아나의 물을 갈아주고 있었다. 김 대표는 "파충류는 온습도에 민감하다"면서 "오전에는 주행성, 오후에는 야행성 동물을 관리한다. 요일별, 파충류 종류별로도 따로 관리한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파충류와 교감도 가능하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 '신비한 동물 교실'이 있기 때문이다. 48개월 이상 어린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사실 그보다 어려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보호자 없이 혼자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참가할 수 있다. 비용은 2만원. 수업은 매일 13시, 15시, 18시 세 타임에 나눠 진행된다. 보호자가 2층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이곳에서 1시간 동안 수업을 듣는다. 매장에 있는 파충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온순한 동물에 한정해 먹이 주기 체험도 한다. 아이들은 도마뱀을 만질 수도, 커다란 뱀을 목에 두를 수도 있다. 다만 김 대표는 보호자에게 아이들 교육을 당부했다. "일부 어린아이들은 동물을 생명 그 자체로 대하기보다 호기심으로 거칠게 다룬다. 카페를 하기 전부터, 5년 이상 애지중지 키운 녀석들이다. 보호자로서 당부드린다. '파충류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히 다뤄달라'고 교육해달라" ◆ 자연 속에 들어온 듯한 특별한 메뉴들진짜 밀림은 기껏해야 야자수로 목을 축이는 게 전부이지만, 카페 밀림에서는 브런치, 디저트, 음료까지 모두 맛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나무와 바위를 떠오르게 하는 밀림 테린느(6천원), 무스 오 쇼콜라(6천500원)는 밀림의 대표 메뉴다. 밀림 테린느의 녹색은 절로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맛도 일품이다. 꾸덕하고 쫀득한 식감에 쌉싸름한 제주 말차, 부드러운 화이트초콜릿이 조화를 이룬다. 테린느는 냉동고에 보관해 뒀다가 상온에 꺼내 녹여 먹는 방식과 냉장 보관했다가 바로 먹는 방식이 있다. 밀림은 항상 후자를 택한다. 적절한 온도를 맞추는 것은 여간 수고스러운 게 아니다. 그러나 촉촉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이 방식을 택했다. 무스 오 쇼콜라는 진한 다크 초콜릿을 거품처럼 부드러운 무스로 만든 것이다. 이 위에 크림을 얹어 부드러움을 한층 더 가미했다. 우유 향이 강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맛으로, 입 안에 넣으면 달콤함이 퍼진다. 플레이팅도 독특하다. 무스 주변에 스트로이젤(과자 부스러기)을 뿌려 거친 돌의 질감을 표현했다. 함께 먹으면 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밀림 디저트는 시각적으로만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아니다. 맛도 자연적이다. 건강한 맛을 위해 좋은 재료에 신경 썼다. 주 고객층이 아이들이다 보니 재료 하나에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단다. 밀가루는 프랑스 유기농 제품을 사용한다. 버터도 프랑스 정부에서 우수한 지역 특산물에만 부여하는 AOP 인증 상품만 고집한다. 과일 음료에 들어가는 베이스는 직접 청을 만들어 쓴다. 브런치 메뉴인 햄치즈 캐롯라페 샌드위치(1만5천원), 쉬림프 에그 치아바타(1만5천원)에도 신선한 야채만 넣는다.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메뉴도 연구 중이다. 거북이 멜론 빵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캐럭터 모양 쿠키와 빵이 머지않아 밀림에 상륙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파충류가 있는 카페로 알려져 있다 보니 '메인은 동물, 음식 메뉴는 사이드'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밀가루도 유기농, 음료에 들어가는 과일청도 수제 일만큼 매일 좋은 재료로 좋은 맛을 낸다"며 "파충류가 아닌 음식을 먹는 카페 그 자체로도 충분히 훌륭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3-06-08 14: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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