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각자의 반짝이는 움직임이 만들어낸 거대한 아름다움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공모 선정작 전시
주혜령 작가 ‘반짝이는 움직임’
6월 16일까지 2층 아트스페이스

주혜령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 전시실. 봉산문화회관 제공
주혜령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 전시실. 봉산문화회관 제공
주혜령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 전시실. 봉산문화회관 제공
주혜령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 전시실. 봉산문화회관 제공

꿈 속을 거니는 듯, 만화 속에 들어간 듯 다양한 조각들이 전시장을 유영한다. 고무 튜브에 몸을 싣고 수영모를 쓴 소녀를 따라 푸른색의 오리 떼가 펼쳐지고,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소녀가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강아지와 함께 행복한 춤을 춘다.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 두번째 전시는 주혜령 작가의 '반짝이는 움직임'이다.

작가는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거나 산책 중 오리를 만나는 등, 조금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에 만화적 상상력을 더해 따뜻한 전시 공간을 만들어냈다.

정적인 작품 같지만 자세히 보면 오리 다리가 느리게, 쉼 없이 움직인다. 작가는 이 움직임이 더 잘 보일 수 있게 하늘을 나는 듯한 형태로 설치하면서, 각기 다른 발동작이 모여 운동감을 줄 수 있게 했다.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 역시 각기 다른 자세의 멈춰있는 조각이지만,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꾸준히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조각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 거대한 움직임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작가가 의도하는 바다.

그는 "나의 작업은 개인적 일상과 감정을 드러내 왔고 그 형태들은 대체로 당시 내 삶의 모습"이라며 "현재의 작업은 어딘가 멈춰있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며 잠시 정체된 듯한 시기의 나를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작품 속의 정적인 조각 하나하나는 그런 순간들의 모양새고, 이들이 모여 하나의 형태를 이루며 새로운 얘기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에게는 정체돼보이는 삶 속에도 나름의 치열한 움직임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의 작은 움직임이 하나의 군집을 형성하면 제법 큰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최근 작업을 하면서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키워드가 이런 움직임이다. 비록 지금은 작은 움직임들에 불과하지만 그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저마다의 큰 이야기가 만들어질 날을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김영숙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각자가 삶의 방식과 속도로 나름 치열하게 살고 있으며, 하루하루가 소중한 시간임을 알려준다"며 "미래를 위해 오늘도 수고한 우리의 '반짝이는 움직임'에 응원을 보내는 전시를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 기간 중 5월 25일 오후 3시에는 전시장에서 시민 참여 워크숍 '반짝이는 움직임 만들기'가 진행된다. 일상 속 움직임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자개 조각 모빌로 표현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053-422-6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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