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뱅크' 道단위 거점 점포 14개 신설…1호점은 원주 유력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간판 바꾸고 '전국구 존재감' 키우기 본격화
지역색 빼고 내달 새출발 선포…강원 인구 최다 경제도시 선공
충청·호남·제주 등 순차 확대

16일 오후 DGB대구은행 수성동 본점에
16일 오후 DGB대구은행 수성동 본점에 'DGB대구은행이 전국은행으로 지역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설치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024년은 역사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던 김태오 전 DGB금융그룹 회장의 말은 16일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심의를 통과하면서 현실이 됐다. 1967년 국내 첫 지방은행으로 시작한 대구은행은 올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첫 지방은행'으로 다시 출발한다.

시중은행 전환 준비 과정에서 수립한 계획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 대구은행 구성원들은 어느 때보다 분주해졌다. 32년 만에 출현한 시중은행답게 전국적으로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낼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은행 전 부서가 참여하는 '시중은행 전환 TF(태스크 포스)'를 운영 중인 대구은행은 우선 시중은행 전환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진출한 적 없는 강원도 등지로 영업망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도 본격화한다.

◆ 지역색 탈피하고 전국구 은행으로

대구은행은 우선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이미지 변신에 나선다. 사명과 CI(corporate identity‧기업 이미지) 변경을 통해서다. 새 이름은 'iM뱅크(아이엠뱅크)'다. 대구은행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사명과 CI 변경을 확정하면 내달 초순 기념행사를 열고 새 출발을 선포할 예정이다. 수성구 본점에서 iM뱅크로 간판을 교체하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대구은행 모바일뱅킹 앱 이름으로 이미 활용 중인 iM은 'I am a bank'를 줄인 말로 '손안의 모바일 지점'이라는 뜻이다. 대구은행은 대구‧경북 지역 경계를 넘어 전국으로 영업망을 확대하는 만큼 지역성이 강한 기존 사명보다 개방감을 보여줄 이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중장기적으로 디지털 부문 경쟁력을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소비자 혼란을 줄이고 57년 역사성을 드러내고자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기존 사명을 병기하기로 했다. 지점별 간판 갈이도 사명 변경을 발표한 이후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전환을 기념해 전국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사명 변경 발표를 전후로 고금리 예‧적금 특판과 은행권 최저금리 수준의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자 대출상품 등을 연이어 내놓을 예정이다. 비대면 신용대출 금리 감면, 해외 간편결제 수수료 전액 면제 등 이벤트도 다양하게 진행한다.

DGB대구은행 연혁. 대구은행 제공
DGB대구은행 연혁. 대구은행 제공

◆ '기업금융' 중심으로 신시장 진출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전국 영업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대구은행은 처음 '1도 1은행' 정책에 따라 지방 금융지원을 목적으로 설립한 지방은행이었던 만큼 경상도와 서울, 광역시‧경기도 등으로 영업구역에 제한을 받아 왔다.

대구은행은 점포 수를 대폭 늘리기보다 도(道) 단위로 거점 점포를 신설하고, 중소기업 중심의 '찾아가는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으로 전략 방향을 잡았다. 첫 번째 출점 지역으로는 강원도 원주를 지목했다.

원주시는 대구‧경북과 수도권 간 가운데 지점에 가까워 입지적으로 유리한 데다 해당 지역에 지방은행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는 게 대구은행 설명이다. 36만1천여명이 거주하는 원주시는 강원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이자 반곡동 혁신도시 등이 조성돼 있어 강원도를 대표하는 경제도시로 여겨진다.

원주지점 개점 시기는 빠르면 올해 2~3분기로 점쳐진다. 대구은행은 강원도에 이어 현재 지점이 없는 충청, 호남, 제주지역에 순차적으로 점포를 개설하기로 했다. 향후 3년간 영업점 14개를 신설할 계획이다.

거점 점포는 1인 지점장과 '기업영업 전문 인력(PRM)'이 상주하는 기업영업 맞춤형 형태가 유력하다. 대구은행의 PRM은 시중은행에서 퇴임한 기업영업 전문가들을 영입해 기업체를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전개하는 제도다. 대구은행은 지난 2020년 42명, 2021년 51명, 2022년 61명, 2023년 66명으로 PRM 인원을 늘려 왔다.

◆ 시중은행과 자본력 격차 줄이기는 숙제

영향력 확장을 위한 제도적 배경은 마련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시중은행과의 덩치 차이를 줄이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우선적인 과제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대구은행의 자기자본은 5조3천984억원이다. 국민은행(40조8천427억원), 신한은행(35조3천107억원), 하나은행(33조1천955억원), 우리은행(27조8천276억원), 한국씨티은행(6조582억원), SC제일은행(6조54억원) 등 나머지 6개 시중은행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자기자본은 기업이 소유한 자본금과 잉여금, 여러 종류의 준비금 등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으로, 기업 재무구조 건전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다. 대구은행은 향후 5년간 DGB금융지주 증자를 통해 7천억원 규모로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4천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과 2천억원 상당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재원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연체율을 포함한 자산건전성을 고려해 자산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은 지난해에도 2천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 자본을 확충한 바 있다.

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디지털 접근성, 비용 효율성과 같은 인터넷전문은행 장점과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역은행 장점을 함께 갖추고자 한다. 시중은행 전환으로 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은행업 전반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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