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커스On] 與 전대, 한동훈 출마 여부에 관심 집중

◆선거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해…복귀 명분 없어
◆지지율 높아 출마 요구 목소리도 적지 않아
◆목격담 정치로 존재감 알리며 복귀 가능성도 시사

11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서초구 양재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11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서초구 양재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조기 복귀 여부가 관심이다. 이르면 7월 말 예정된 전당대회에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할 것인가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돌고 있다. 본인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지만 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명분도 약하고, 대통령과 관계도 약하고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하면 당선이 유력하다. 하마평에 오르는 후보 중에서 당원과 국민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아서다.

하지만 복귀 명분이 약하다. '정치=명분'이라는 측면에서 복귀는 시기상조다.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 데 곧바로 당대표에 출마하는 것은 명분과 상식에 맞지 않다. 이는 지지율이 높은 것과 다른 문제다. 책임 정치 측면에서 당분간 자숙하는 게 상식이다.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정권 심판론이 모든 이슈를 압도해서다. 한 전 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략적으로 미숙했다. 정권 심판론에 이·조 심판론으로 맞섰지만 오히려 '심판' 프레임을 강화시키면서 역효과를 냈다. 공천도 매끄럽지 못했다. 현역 의원 재공천 비율이 높으면서 혁신과 변화에 미흡했다.

수도권 5선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를 보는 전략을 세우지 않고 맨날 과거만 얘기했다. 책임을 지고 사퇴한 사람이 다시 들어온다는 것은 난센스다. 자숙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이 이른바 '목격담 정치'에 나선 것도 복귀 명분 부족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팬클럽 게시판에는 그를 봤다는 소식과 함께 최근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온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난 것도, 도서관에서 책 읽는 모습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처음 게시됐다. 복귀를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복귀 시점을 가늠하기 위한 여론 떠보기로 읽힌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쉽지 않다. 두 사람 간의 관계는 선거를 치르면서 소원해졌다. 한 전 위원장은 선거 기간 김건희 여사의 가방 수수 의혹 대응을 놓고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었고, 총선 후 대통령의 오찬 제안도 거절했다.

대통령 주변은 공천 등 선거의 전권을 가졌음에도 패한 것은 한 전 위원장 탓으로 보고 있다. 한 전 위원장 측은 김건희 여사 문제, 대파 논란 등 정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패배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에 선출되면 친윤 그룹이 비주류로 전락한다. 당과 대통령실 관계도 원만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차기 대선 주자인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된다. 친윤이 견제하는 이유다.

신(新)친윤으로 불리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가장 견제했다. 홍 시장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의 사냥개가 돼 우리를 지옥으로 몰고 간 애 밑에서 배알도 없이 또 정치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4월 17일 국회 헌정회관 앞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4월 17일 국회 헌정회관 앞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높은 지지율에 지지층 출마 권유

그럼에도 한 전 위원장의 복귀 가능성이 큰 이유는 지지율 덕분이다. 현실 정치에서 '지지율'이 가장 큰 명분이 되기도 한다.

여러 여론조사상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하면 독주 가능성도 있다. 출마를 부추길 가장 좋은 명분이 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탓에 본인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등 보수당은 특히 지지율에 민감한다. 지지율이 높으면 명분이 약한 것쯤은 개의치 않는다. 대선이나 광역단체장 선거 등에서 정체성은 맞지 않지만 지지율 높은 후보를 외부에서 데려오는 사례는 흔하다.

선거 패배 뒤 조기 복귀한 선례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3월 대선 패배 이후 석 달 만인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두 달 뒤에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시 명분이 없다는 비난이 들끓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국민의힘이 총선 패배 백서를 만들고 있다. 만약 백서를 통해 총선 패배 책임을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덮어씌운다고 판단할 경우 한 전 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른바 '목격담 정치'를 통해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백서를 겨냥해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비친 것이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최근 총선 백서를 개인의 책임을 추궁하는 식으로 하지 말라고 조정훈 위원장에게 특별히 당부했다. 한 전 위원장의 책임을 백서에 명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한 전 위원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출마를 부추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언론과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고 있는 한 전 위원장은 조만간 출마 여부를 밝혀야 한다. 목격담 정치를 오래 할 수는 없다. 전당대회 룰과 일정 등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유력 후보인 한 전 위원장이 언론을 피한 채 목격담 정치만 계속한다면 당 지지층의 피로도도 높아진다.

14시간 동안 '끝장 토론'을 벌인 수도권 3040 낙선자 모임인 '첫목회' 이승환 전 서울 중랑을 조직위원장은 "선거 패장이 전당대회에 나가는 게 맞느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례를 보면 된다. 한 전 위원장 본인이 결단할 문제"라고 했다. 사실상 출마 촉구로 보인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혁신과 변화를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첫목회에서 출마를 촉구한 것은 거취를 고민하는 한 전 위원장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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