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뛰놀았던게 엊그제 같은데 많이도 변했구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6일 고향인 경북 포항 덕실마을(북구 흥해읍)을 찾았다.
갖 임기를 마쳤던 2013년 겨울 마지막 방문 이후 무려 11년만의 귀향길이다.
이날 오전 11시 49분쯤 KTX를 타고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포항역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역 앞에 마중나온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김정재·이상휘·이달희 국회의원 당선인 등 지역 정치계 인사들을 비롯해 고향마을 자생단체 회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회색 정장을 말끔히 차려 입었으며, 꽃다발을 전해주던 시민들에게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정정한 몸짓으로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우연히 역사를 찾았다가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거나 반가움을 표시하던 시민들과도 하나하나 악수를 나누며 모처럼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몰려든 인파를 향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모처럼인데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시니 감사하다"며 화답했다.
간단한 환영식을 마치고 이 전 대통령은 곧바로 덕실마을로 이동해 최근 준공된 경주이씨 재실 '이상재'에 발을 디뎠다.
포항시 향토문화유산이기도 한 '이상재'는 이 전 대통령의 문중인 경주이씨 삼효공파 입향조를 모신 재사이다.
정확한 건립시기는 알 수 없으며 지난해 보수정비를 거쳐 지난달 20일 완공됐다.
보수공사와 더불어 새로이 붙인 재실 현판과 종훈(문중의 가훈)을 이 전 대통령이 모두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재 입구에도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각각 심은 기념식수 두 그루가 자리잡고 있다.
이상재 완공을 기념하고 자신의 어린시절 마을을 둘러보는 것이 이번 이 전 대통령 방문에 가장 큰 목적이다.
이상재에 들어선 이 전 대통령은 재실 곳곳을 살펴보고, 마을의 전경을 둘러보면서 '여기서 내가 공부를 했고, 저기서 친구들과 뛰어 놀았다'며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을 조금씩 풀어냈다.
이 전 대통령은 "6.25 전쟁 때 여기 개울 근처에 땅굴을 파고 숨어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가난이 지긋지긋해 고등학교 졸업식도 못가고 고향을 떠났을 때는 포항이 3만명의 작은 도시였는데 이제 50만명이 넘어가니 참 감개무량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상재에서 나와 마을을 둘러보던 이 전 대통령은 풍물놀이 등 환영인사를 준비한 마을 주민들과 일일이 안부를 묻고 한참이나 인사를 주고 받았다.
이후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잔치국수와 지역 막걸리 등을 함께 즐기며 어린시절 추억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기념 건배사를 통해 "이상재는 물론이고 마을이 내 떠나오기 전과 비교해 아주 말끔하더라. 재실 건립에 힘써주신 문중 친척들과 경북도·포항시의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포항이 전통을 잘 이어가는 한편으로 젊은 사람이 모이고 나날이 발전하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덕실마을 방문을 마치고 이 전 대통령은 아동양육 복지시설인 선린애육원을 찾았다.
6.25 이후 전쟁고아들을 위해 만들어진 이곳에서 자신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전하고, 아이들의 생활 모습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선린애육원을 끝으로 공식 행사는 마쳤으며, 저녁 시간은 친우 등과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포항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다음날인 17일에는 자신의 어린시절 다녔던 교회를 둘러본 뒤 지역 경제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어서 자신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그룹 회장의 포스텍 명예공학박사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축하한 뒤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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