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럼-가산산성에 올라

오랜 숙제이던 가산산성 오르기를 해냈다. 등반로는 잘 닦여 있었으나 공원안내판에 문제가 있었다. 안내판을 보면 산성에는 다섯개의 문이 있고 각 문사이의 거리가 적혀있다. 그러나 성 모양은 다만 만화식으로 부정확하게 그려져 있을뿐이어서 누구도 산성의 지리나 성문위치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게 되어있었다. 애써 알아보아도 성문들의 위치가 적힌 지도는 입수할 수 없었다.국립지리원 발행의 지도에는 {가산바위}의 위치가 아주 잘못 적혀있는등 가상적 조난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었다. 이런 형편으로는 해가 짧고 추운 겨울날에는 조난자가 생길 위험이 있다.가산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조정이 요새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세운 산성의 하나이나 이 자리가 전략적 기지로 사용된 역사는 그보다 오래라고한다. 나는 빈 몸으로도 등반이 힘겨워 중도에 몇번을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고 땀을 닦았다. 그런데 선인들은 이 험로에 짐을 져나르며 성을 쌓고 지키느라 얼마나 힘들었으랴 생각하니 {나라지키기란 힘든 것}하는 생각이 났고 {이토록 힘든게 국방인데 지금의 꼴은 무언가?}하는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가산산성은 내성 중성 외성의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 하나 함락되어도 남은 성에서 버티며 싸우기 위함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아무리 싸우려 해도 힘이 모자라면 헛일이다. 그런데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땅의 이는인화만 못하다}는 말과 같이 지형지물이 아무리 유리해도 사람들의 단결된마음이 없으면 전쟁에 지는 것이다.

뻔뻔스런 사성장군-군사기밀이라 하여 감사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율곡사업}에 감사원이 다가서자 백일하에 폭로된 것은 무엇이었던가? 돈을 먹고 무기를 사들였고 짐짓 국고를 과잉지출한 것이 수천억원이라 발표되지 않았는가!뇌물수수가 너무 상식화 보편화되어 있어 그것이 범죄라는 의식조차 없는것이 사성장군들의 얼굴이다. 무기중개상이 주는 뇌물은 그 돈만큼 무기값이비싸지는 것이므로 결국 납세자인 국민의 주머니에서 그 돈이 나가는 것이다.저 {평화의 댐}이라 하여 한때 국민학교 학생들의 돈까지 긁어 모아 국방을하겠다던 사업도 흐지부지 돈만 낭비하는 희극에 머물지 않았는가! 아이들이무엇을 보고 배우겠으며, 이런 기강을 가지고 어떻게 국방을 하겠는가?별과 요직은 돈을 써서 사야했다. 뇌물 준것을 벌충하자면 뇌물을 먹는다는것이 군부의 분위기였다. 청렴한 장교들이 다수일 것이나 그들은 밑으로 처지고 나쁜 소수가 승진을 하고 요직을 차지하게 되었던 것이니 이것이 {악화가 양화를 도태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아닌가! 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환경이라는 말과 같이 뇌물이 보편화된 환경에서는 예외나 외톨이가 되기는 극히어렵고 마침내 도태되게 마련이다.

양심을 되찾아야-생각하면, 국방은 온 국민이 하는 것인데 부패는 각 분야에미치어 미인 선발도 대학입시 점수도 돈에 좌우되기 시작했던 것이니 이것이바로 북이 아직도 남을 넘보고 희망을 걸고 머뭇거리는 이유가 아닌가. 부정부패해서 서로 대할 낯이 없는 백성은 서 갈 수 없다. 서로 속이고 의심하고무시하고 미워한다면 어디서 국력이 나오겠는가. 썩은 환경에도 소생력이 내재해 있었음이 이번 개혁으로 증명되었다. 개혁이란 정(정)으로의 복귀다. 양심을 되찾는 일이다. 기회 있으면 전방의 병력을 빼돌려 쿠데타나 하는 그런국군으로는 국방을 할 수 없으므로 개혁은 국방이다. 악습을 그대로 가지고는 통일을 할 수 없으므로 개혁은 통일의 준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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