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속의 연주} 시도 돋보여

외형과 실질이 부합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구음악계에 대한 음악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는 외형적인 측면에서 볼때 어느정도 성숙한 모습을 찾을 수 있지만 실질에 있어서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없다는 지적이다.대구음악계의 93년 한 해는 이제까지의 외형과 실질의 틈을 바싹 좁히지 못했지만 화려한 무대보다는, 의미있는 음악회를 지향한 점에서 돋보이고 그 어느때보다 향토음악발전을 위한 방안을 조용히 모색한 해로 평가할 수있다.올해 대구음악무대에서 뚜렷이 기억될만큼 비중있고 관심을 끈 연주회는 없었다. 자연히 청중도 없었다. 적어도 흔히 중앙이라 부르는 서울무대와 무섭게 달라지고있는 부산무대는 화려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외형적으로 대구음악무대가 평년작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시각과는 다르게 이제 소수를 위한, 보여주기위한 음악보다는 음악저변을 넓히고 다같이 느끼고 즐길 수있는 음악을지향해야할 시점이라는 이슈는 있었다.

대구음낙협회가 2000년을 향한 대구음악계의 발전을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이나 입시에 쫓겨 학교에서 제대로 음악을 알지못했던 고교생들을 대상으로대구시립오페라단이 마련한 청소년오페라음악교실, 대구예총의 시민예술대학개설등 올해 큰 성과를 남긴 이들 프로그램은 무대에 서는 사람보다는 무대아래에 있는 대중의 음악을 중시한다는 성격이 강했다. 음악전문가들의 말처럼지방음악계가 개성있는 음악무대로 다시 태어나고, 풍요롭고 멋있는 음악문화를 창출하기위해서는 이같은 자세와 움직임이 선행되어야함을 그대로 보여준 의미있는 무대였다.

외국의 유명한 연주단체가 대구무대에 서고, 새로 연주단체가 만들어지고,누가 어떤 상을 받고는 더 이상 이슈가 될 수없다. 적어도 대구에서는 말이다.진정한 음악문화는 이런 풍토에서가 아니라 얼마만큼 많은 청중들이 진한감동으로 무대를 느끼며, 생활속에서 음악이라는 장르가 어떤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는가, 아니면 대중들이 음악을 얼마만큼 소중히 생각하는가가 더중요하고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구음악계가 이제까지 문화의 의미로서가 아니라 그냥 음악함을 보여주는데매달렸기 때문에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청중들의 음악을 만들지 못했다는 향토음악인들의 자성이 때늦은 감은 있지만 새로운 지향점을 인식한 음악계의 노력여하에 따라 대구무대도 달라질 수있다는 것을 실감케한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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