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농업에서 농업으로

UR협상이 타결되어서 세계경제는 ??세기와 더불어 새로운 환경속에 들게 되었지만, 우리나라 쌀의 경우 아직도 {개방절대불가론}과 {불가피론}으로 국론이 양분되어 정치적 불안감마저 조성되고 있다. 앞으로 UR협정에 대한 국회의동의절차가 남아있으니 {정치작물}로서의 쌀에 관한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그래서 농민들은 {행여나}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명년에 UR협정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나면 또다시 농민들을 실망시키게 될 것이 뻔히 내다보인다.사탕발림식 대응 왜 아직도 이런 상태이냐. 필자는 정치권의 책임이라고 본다.UR타결은 필자가 10월25일자 본란 {쌀시장 개방에 대비하여}에서 지적했듯이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다 예견했던 일이지만 이것을 뻔히알면서도 {표}를 의식한 정치권(대통령,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에서는 그런말을 할 용기가 없었고 따라서 모두 농민이 듣기 좋은 소리만 높였다. 그래서 대통령도 {쌀시장개방불가}를 외쳤고, 여야 국회의원들은 추곡매상가격과매상량 인상 경쟁으로 농민의 환심사기에 급급하였다. {량약은 고어구}라 여기에 언론까지 가세하여 바른말 하는 사람은 {반역자}로 몰아치고 {인민재판}식으로 성토하였다. 그러니대통령부터 바른 말을 할 용기가 없었고 사탕발림식으로 시류에 따라갔다. 그러다가 UR이 타결되자, {왜 국민을 속였느냐} {왜미리 대비를 안했느냐}등 {준비}해두었던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또 언론이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이제라도 먼 장래를 바라보고 냉정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때이다. {농업}은두글자로 되어 있다. {농}자에 중점을 두면 {농자는 천하지대본}, {농업은우리의 안태본}, {농업은 민족의 숨결}등 누가 들어도 반대할 수 없는 말이신문의 지면을 채운다. 중학때까지 농촌에서 자랐고 17년간 UN식량농업기구요원으로서 후진국의 농업발전을 위해서 일한 필자에게는 특히 가슴에 와닿는말들이다.

소비자 지각가치대책을 그러나 이런 구호로는 당장에 {표}는 더 얻을 수 있을는지 몰라도 우리나라농업의 국제경쟁력향상에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시장경제를 주축으로 하는 국제적인 추세는 농민이 {업}자에 치중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되어나가고 있다. 이런 경향은 UR협정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업}은 비즈니스 즉 {소비자의 수요충족}의 개념이다. 시장경제하에서는 소비자는 {천하지대왕}이고 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업}은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데 소비자의 수요는 가격과 비가격요인의 두가지에서 영향을 받는다.도시에서 세대당 월 3-4만원정도인 쌀값수준으로는 가격은 수요에 별 영향을 못미친다. 그보다도 품질이 더 문제이다. 한국의 소비자는 쌀의 경우 맛,색깔, 원산지, 건강, 요리의 간편성, 상표및 포장의 7가지요인을 기준으로품질을 평가한다. 이런 요인에 의해서 판단해서 소비자가 느낀 {지각품질}의수준이 {가격}보다도 높을수록 {가치}가 있는 것이고 소비자는 이 {가치}가큰 쌀을 택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한국농업의 경쟁력강화책은 분명하다. 그러나 개방에 대비하는 정책안들이 대부분이 가격경쟁력에 치중하고 있고 소비자의 수요를 잡기위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농협은 이제 {쌀시장개방반대}만 외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한국쌀에 대한 소비자의 {지각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강구하여 농업을 지원해주고, 쌀생산자는 그러한 지각가치를 올리도록 노력하고 상호협조하여야 한다. {농}자에 치중하면 {신토부이}가 통하지만 {업}자에 치중하면 {소비자는 국적이 없다}는 냉엄한 경제원리를 용기있게 인정하여야 살아나갈수 있다. {우리것}이기 때문이 아니고 {좋기 때문에} 소비자가 먹어주어야 한다. {신토부이}이기 때문에 우리것을 먹어야 한다면 연간 30억달러 가까운 우리농산물을 외국에 수출할때에는 무어라고 선전해야 하는지.농민 또 실망시키려나 정치계 특히 국회의원들은 아직도 {충언}을 할 용기가없고 언론은 여전히 시류에 편승하고 있으며 단위조합장과 중앙회장을 선거로 정하는 농협은 당장에 농민이 듣고 싶은 말만 외치고 있다. 충치를 앓는아이에게 사탕을 주라는 격이다. 이러다가는 명년에 농민을 또한번 실망 시킬것이다.

이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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