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보다 질...{자기혁신} 몸부림

93년도엔 워낙 큰 사건들이 많아서 {대학}문제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한 편이었다. 그러나 대학에 관한한 93년도는 역사에 기록될 만큼 엄청난 진통을시작한 한해였다.지금까지 대학들은 그냥 {있어왔다}고 말해져도 될만큼 편안하게 지내왔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학들은 국가의 {지도}대로 행동하면 됐고, 입학희망자가 넘쳐나니 학교키우기에만 전념하면 됐었다.

그러나 이러한 태평성대는 93년도 들어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될 고행의 시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 다시태어나는 과정은 바로 지난시절 태평성대때 추구했던 것을 버리고 그때 버린 것을 다시 챙기는 과정일 것이다.

대학이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93년도 이전에도 당연했던 명제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하필 93년도에 와서야 그것이 명제가 되고 공인되고 추구되기 시작했을까.

무엇보다도 새 정부에 의해 조성된 개혁분위기에 크게 영향받았을 것이다.이 바람을 타고 대학사회에서도 개혁주장이 세를 얻었을 것이란 얘기이다.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리 경제가 맞닥뜨리고 있는 어려움, 즉 노동집약사업체제의 한계를 몇년째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스태그상황을 보다 깊숙한 사회경제사적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이미 국제경쟁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사업구조조정 지연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는 훌륭한 인력 양성이 가장중요한 돌파구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바로 대학혁신이 필수불가결한 선행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사회경제사적 이유외에 대학들이 점차 상호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점도 개혁분위기 가속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점차 대학입학 희망절대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됨으로써, 질놓은 대학이 아니고는 이제 학생조차 제대로 충원하지 못하게 될 적자생존의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이렇게 해서 93년도에 나타나기 시작한 대학의 자기혁신 노력은 여러가지 였다.

그 첫째는 대학의 감량경영시도, 업무보다는 사람을 위해 만들었던 여러가지보직들을 줄여 지출을 아끼자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지역 대학중 경북대가 가장 발빠른 운신을 보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비슷한 경우로 학과통폐합 노력도 돋보였다. 양적팽창시대에 모집정원 늘려받기에 혈안이 된 대학들은 비슷한 성격의 학과를 이름만 다르게 해 마구 신설, 이제와서는 오히려 경영에 부담이 돼 왔었다. 영남대가 처음으로 성과를보였으며, 다른 대학들도 관심이 크다.

둘째는 대학의 신뢰도 높이기 노력. 서울의 홍익대가 작년에 처음 학교재정을 일간신문에 공고한 것이 시발이며 올해는 서울지역 3개대 외에 역내 영남대도 참여했다.

세번째는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영남대가 강의평가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며, 한신대등 전국 대학들이 이 제도 도입을 결정하거나 검토중이다.

넷째는 연구의 질 높이기. 영남대는 교내연구비에까지 자유공모제 지급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이를 선도했다. 이어 계명대는 연구부진 교수는 호봉승급까지 정지시키기로 결정했다.

다섯째는 재정확충노력. 대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 만큼대학들이 {발전기금}을 모아 이에 대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그러나 대학혁신노력은 이제 첫발을 떼었을뿐 갈길은 엄청 멀다. 서울대가강의평가제등을 도입키로 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주저앉은 것등이 예일 것이다.대학에 특히 심한 섹터주의 등 복병도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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