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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선인장이야기(7-프롤롤그 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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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겪고난 한참 후에야 그 일에 대해서 생각하곤 하는 이런 버릇도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는 거겠지. 자리를 깔고 누웠다가 잠을 이룰 수 없어일어나 앉아서는 시간을 하염없이 흘리며 이런 반성 아닌 반성을 하고 있는내가 한심하고 멍청하게 여겨지기도 하다.미수는 저녁시간이 지나서야 돌아갔다. 제부가 찾아와 미수를 달래는 걸로봐서 내 짐작이 크게 틀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노처녀로 늙어가는 언니의 생일을 챙겨 내게 어울리지도 않아 보이는 화려한 스카프를 내밀긴 했어도 까불락거리는 조카를 데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제 집으로돌아가는 미수를 보니, 미수의 방문은 내 생일을 핑계삼은 것과는 달리 제부와의 사소한 다툼의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 것임이 분명하였다. 어머니도 그럴줄 알았다며 미수의 등을 떠밀어 돌려 보내셨다.

미수가 돌아가고 난 후의 저녁시간은 다시 되돌려 생각하고 싶지 않을 지경이다. 텔레비전의 소리를 한껏 높여 두기는 했어도 어머니나 나나 보고 있지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런 무위의 시간을 우리는 오랫동안 지속해 왔는지 모른다. 어머니의 노후를 바라보는 일로 중년을 보내면서 나는 시간이 모자란다고 투덜대는 사람들 틈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런 투명한 시간을 살아온셈이다.

어머니와 나 사이에 대화가 사라진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고 그런 상태에대해서 둘중 누구도 문제 삼지도 않았다. 어떤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 봐야 벌써 여러 수십번을 하고 또 한 것이니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뭔가 만들기 위해재봉틀을 돌리는 쪽이 차라리 낫다고 여기시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과 달리나의 결혼에 대해서도 어머니는 크게 채근하지 않으시는 걸 보면 나의 성격은 어쩌면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쥬스를 한잔 갈아 마시며 나는 폴란드 출신의 영화감독인 쥴랍스키가 만든 영화 {격정(격정)}을 비디오에 넣었다. 이건 더 이상 할일이 없고 이제 잠자리에 드는 일만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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