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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선인장이야기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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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느 쪽인가 하면 혜수가 하고 있는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시간을 축내봐야 별 수 없다고 여기는 쪽이었다. 대답이 없는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혜수의 물음에 대답을 한다면 그건 주제넘는 일일터였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분명히 해 두고 싶었던 것은 아마 이런 것일거다. 영어를 예로 든다면 애매한 표현에 매달리기보다 확실한 문법을 공부한다는 식.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자는 그 원칙은 나의 전공 선택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나는 대학원에서도 문학은 젖혀두고 어학을 선택하였다.나는 결코 알 수 없는 일에 온 마음을 바치고 싶지는 않았다.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결혼을 안하게 된 것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이야기겠지만 그 이면에는 결혼을 하는 일이 내겐 아주 설명하기 곤란한 난해성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한이부자리에서 잠들고 깨어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에겐 어떨지 몰라도내겐 그게 참으로 난해한 생활태도로 보였다. 내가 예외적으로 잘 이해하지못하면서도 내 생활 깊숙이 받아 들이는 게 있다면 음악이나 본질적으로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애착 정도였다. 음악을 들을 때의 그특이한 마음 상태나 본질적으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경이감에 대해서라면 나는 할 말을 무진장 갖고 있었다. 그러니 혜수의 그 비현실적인 질문 같은 것은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을 약간 벗어나 있다고느끼는 건 차라리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끈을 놓아버린 풍선이 하늘 높이사라져가듯 마음이니 정신이니 영혼이니 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들이 되도록내게서 멀어져 가도록 애써 왔으니까 말이다.어쩌면 내가 음악을 듣기 좋아하는 것도 내 속에서 아예 그런 생각들이 살아꿈틀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한 방법에 다름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음악을듣는 동안만큼은 이 수수께끼 같은 인생사에 관해서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구체적인 생각이 필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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