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가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우리정당조직이 이념이나 정강.정책은 뒷전이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리합집산을 반복해온 탓이다. 오는 8월2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대구 수성갑과 경주시 지역에서도 {적과의 동침}이 이뤄지고 있다.수성갑 지역에선 신민당 공동대표인 박찬종의원과 박철언전의원이, 경주시지역에선 민자당의 임진출경주시지구당 위원장과 경주군출신의 황윤기의원이어제는 적이었으나 오늘은 동지가 되었다. 또 수성갑 보선에 출마할 민자당의 정창화위원장도 신민당의 박공동대표및 박철언전의원과 과거 공화당과 민정.민자당 시절 동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여야로 나뉘어 수성갑 보선에서 일합을 겨뤄야하는 처지로 입장이 바뀌어 고단한 우리 정치사의 뒤안을 읽게한다.
*수성갑 보선에서 부인 현경자씨를 자신의 대리인으로 내세운 박철언 전의원과 신민당의 박찬종대표는 이번 보선이전까지 서로의 정치노선이 극명하게달라 도저히 한 배를 탈수없는 사이로 보였다. 5&6공시절 박전의원은 여권의실세로서 욱일승천의 기세로 부상한 정치인이었던 반면 박대표는 포스트 냥김시대의 야권 선두주자를 자처하던 처지였다.
특히 고 문익환목사와 전대협 대표 임수경양의 잇단 방북사건으로 인해 공안정국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89년여름 박대표는 당시 정무제1장관이던 박 전의원의 비밀방북설을 제기, 6공정부와 박전의원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이때 박대표는 출범후 1년반동안 통일정책에 실패해온 노태우정권이 한 모험적인 야심가를 내세워 평양축전 기간중에 비밀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하려하고 있다며 박전의원을 공격했다. 박대표는 또 노전대통령과 박전의원을 겨냥, 국론을 분열시키고 공안정국으로 정치를 끌고간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소 닭보듯 하던 박대표가 수성갑 보선에서 박전의원측을 지원하는이유는 무얼까. 박대표는 15일 열린 신민당 대구수성갑지구당 개편대회에서박전의원과의 관계에 대해 몇마디 언급했다. 먼저 박전의원이 자신의 서울대3년후배인 동시에 고시 10여년 후배인 점을 강조했다.아울러 박전의원이5.6공의 주요 구성원이었고 자신은 .5.6공정권의 타도에 전력을 기울이던 때여서만날 인연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6월30일 박전의원을 면회한 결과 과거와는 다른 박전의원의 면모를 알게됐다고 덧붙였다.
국민당과 신정당의 합당으로 신민당의 공동대표가 된 박대표가 국민당소속국회의원이었던 박전의원측을 지원하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견원지간이었던 관계가 동지로 발전한 사실의 설명으론 부족하다. 그렇다면박대표의 정치적 야심쪽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박대표가 민주당의 이기택대표에 대해 맹렬한 라이벌의식을 갖고있다는것은 널리 알려져있다. 지난해 대구동을보선에서 박대표는 무소속 서훈의원을지원, 이대표에게 쓰라린 상처를 남겨주었다. 이번 수성갑 보선에서도 민주당측이 후보선정에 애를 먹고있음을 눈치챈 박대표는 무소속 출마예정인 모후보를 지원하는 척하다 국민.신정당의 통합이 이뤄지자, 재빨리 당선가능성이높은 현경자씨쪽으로 선회하는 기민성을 보였다.
박대표는 15일의 신민당 대구수성갑지구당 개편대회에서 국회 의석수가 조금많다고 민주당이 제1야당이라고 하나 대주주인 DJ가 수렴청정을 하고 있는당이어서 수권 능력이 없다고 진단하고 신민당의 수권정당 가능성이 수성갑보선에 달려있다고 말해 박전의원과의 악수가 정치적 저의를 담고 있음을 암시했다.
한편 수성갑 보선에서 박전의원의 부인 현경자씨와 피할 수 없는 싸움을 벌여야 할 민자당의 정창화위원장도 박전의원과 묘한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처지여서 주목을 끈다. 정위원장은 지난90년 5공청산문제로 의원직을 내놓아야했던 정호용의원의 의원직사퇴를 반대한 서명파 의원중 한 사람이었다.이로인해 그는 노대통령의 눈밖에 나 14대총선에서 민자당 공천을 월계수 멤버로알려진 김동권의원에게 넘겨야 했고 결국 낙선했다.
정위원장은 또 신민당의 박대표와 공화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공화당청년국장이었던 정위원장은 청년인사 영입케이스로 발탁된 박대표가 9대 국회에 진입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의 황윤기의원과 임진출씨 두사람은 지난 14대총선 당시경주군지역에서 서로를 공격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야말로 정적이었다. 특히 그때 선거는예측을 할수 없을정도로 매우 치열한 상황을 보였기때문에 양자가 서로에대해 느끼는 감정이 어느정도였는지는 충분히 상상할수도 있다.선거과정에서는 물론 마지막순간까지 그들은 숨을 죽이며 긴장속에 가슴을태웠다.
개표시작후부터 계속 2천, 3천표가량 뒤지던 황의원이 투표다음날인 3월25일오전4시30분경에 들어서서야 임후보를 누르기시작, 겨우 1천3백표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는 점에서 두사람의 가슴속의 응어리를 짐작할수 있다.그로부터 2년3개월이 지난후 지금은 황의원이 경주시내의 지인들에게 림위원장을 당선시켜달라고 부탁하고 다녀야 할판이니 정치의 아이러니가 아닐수없다. 15일 경주에 내려온 황의원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상주할 계획이다.그는 임위원장을 지원할 마음이 내키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대답을 회피하면서 임위원장의 지원이유에 대해서는 이제는 남북대화를 추진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김영삼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하며 그러기위해서는 민자당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역설했다. 얼마전까지는 황의원은 당명에 따라서 그를 돕는다는 입장을 견지, 마음에 없는, 피할수없는 선택임을 시사해 왔었다.
황의원이 임위원장을 좋아서 하기보다 당과 총재를 위해 뛰는 것이지라는한 측근의 말속에서 황의원의 심사를 간접적으로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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