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대위협에 적절치 못한 대응

북한핵의혹 위기의 가장 큰 손실은 새로운 외교라운드마다 미국의 교섭력이약화돼 온 것이다. 선택여지는 더욱 좁아져 북한의 핵능력을 묵인하느냐 아니면 중대위기를 각오하느냐의 양자택일을 하지않으면 안되게 되었다.91년 부시정권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준수를 촉구하기 위해 한.미.북한 3자협의를 결정한 이래, 북한은 남북상호사찰 거부에 이어 IAEA(국제원자력기구)사찰거부, NPT탈퇴 선언까지 하는등, 클린턴정권은 문제의 성격을 설명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사태를 증폭시켰다. 주한미군은 핵무기 방패를 잃은 지금 불안정한 입장을 자각할 것이다. 한국은 독자적 핵개발 유혹에 빠져있을 것이고, 북의 미사일사정내에 들어있는 일본은 스스로 핵무기와 일반군비계획을 가속시킬 것이다. 중국도 즉응태세를 서둘게 틀림없으며, 동남아제국, 대만도 아마 핵계획에 착수할 것이다. 이란 같은 나라들도 힘을 얻어 행진에 참여하려 할 것이다.클린턴정권의 대응은 위협의 중대함에 적절치못했다. 미국이 난해한 사찰의문제점에 초점을 맞춰 2국간외교에 힘쓴 것은 사활적인 미국의 권익에 대한위협을 흐려놓았다. 중국과 일본은 분할된 한반도를 희망해, 북한의 최소한의 핵능력은 북에 보장을 안겨주는 수단의 하나라는 생각을 가진 측면도 있다.문제해결의 위험성을 미국이 짊어지기를 기대하는 한편, 잘 안되면 비난할태세도 갖추고 있다.

미국은 여러 선택의 여지를 오락가락해, 대결로밖에 달성되지않을 목표를 내놓는가 하고 생각하면 모래판에 그린 것 같은 노선을 지키려는 망설임을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93년11월7일 {북한의 핵개발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대통령이 성명을 낸뒤 후퇴한 것이다. 벌써 94년1월5일에 어느고관은 {대통령성명은 미스였다}며 북에 요구하는 것은 핵능력을 그 이상 갖지않도록 하는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꿔말하면 북한은 92년이전 제조했음에 틀림없다고 미정보기관이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2개의 핵폭탄을 그대로 보유해도 좋다는 말이며, IAEA가 92년이후 배증시켰다고 보는 플루토늄 생산능력도 유지할수 있게 된다. 북한이 기보유한 것을 묵인할 경우 가령 어느 시점에 플루토늄 재처리를 그만뒀다 해도 이미 핵국가가 되는 것은 틀림없다.이같은 후퇴는 북한에 끝없는 시간벌기가 가능하다는 인상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IAEA사찰을 수용하면 팀스피리트 훈련을 영구중단한다는 제의에도 불구하고 평양은 94년3월 모든 사찰을 거부했고 5월에는 원자로에서 핵폭탄5-7개분량의 플루토늄 추출을 개시했다. 미정권은 결국 6월에 어쩔수 없다는 듯제재태세를 보였지만, 그것도 너무 잠정적 혹은 본질적으로 무의미한 것으로,미국의 결의를 전하기보다는 망설임을 보인 것으로 비칠 뿐이었다. 그런데그마저 수일후의 카터전대통령 방북으로 의미를 잃고 말았다.카터 방북허가는 전례없는 고위레벨의 미국요인이 북한을 방문한 셈이 돼 적과 아군을 혼란시켰다. 카터는 위기의 원인이 평양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오해}에 의한 것이라며 고위레벨 접촉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혀 제재에동의했던 각국을 곤혹스럽게 했고, 북한에는 제재가 전쟁을 부를 것이라는위협에 직면한 미국이 출구를 찾는 것으로 해석하게 만들었다.당연히 김일성은 카터방문을 이용해 미국에서 또 하나의 양보를 얻어내려 했다. 그것은 핵동결을 내걸어 미국의 평양승인과 한반도에서의 핵불사용서약,경수로 전환지원등 사실상의 경제원조 계획이었다.

실제로 큰 소동속에 나온 평양의 양보라는 것은 핵의혹을 해결하려는 진지한것이기보다는 시간벌기의 색채가 강하다. 북의 핵재처리 연기조치는 추출된플루토늄이 강한 방사능으로 사실상 수개월의 냉각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감안할때, 교섭이 3개월이상 계속될 경우를 상정한 기술개발과 대형원자로건설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위험은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로 번진다.핵클럽 진입을 원하는 각국에 승산을 안겨주고, 핵계획을 포기하는 대가를요구하거나 핵을 보유하는 상태로 있게 하는, NPT체제의 큰 타격을 초래할것이다.

북한과의 교섭에 급진전이 보이지 않을 경우 미국은 NPT체제내에서 핵을 가진 각국과 동북아시아의 사활적 권익이라는 관점에서 일본을 포함한 국제회의를 열어야한다. 거기서 미국은 자신의 신념을 밝히고 95년으로 다가온 NPT연장과 관련해 각국의 제안을 요청해야한다. 그같은 회의를 통해 미국의 일방적행동도 필요한지를 결정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외교에 있어 미국의 메시지는 애매해서는 안된다.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은 신고시설과 미신고시설 의혹을 포함해 IAEA사찰을 완전히 수용케하고, 과거의 플루토늄생산 명세보고와함께 NPT복귀가 아니면 안된다. 물론 북한이 원자로에 연료봉을 장진하고 플루토늄 재처리에 착수할 경우 미국은 협의를 중단하고 전면제재를 개시해야한다.

어떠한 군사행동에 들어가든 다시한번 진지한 외교노력이 필요하다고들 하지만, 그것은 확실한 기한을 정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북한의 핵무기계획을 동결하는게 아니라 제거하는게 아니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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