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라는 인구 8백만의 아프리카 작은 나라에서 부족간 싸움으로 1백만명가량이 살해당하고 3백만이나 되는 피난민이 이웃나라로 대피하다가 굶주림과질병으로 매일 길에서 3천명씩 죽고 있다는 끔직한 소식이 연일 신문지면을메우고 있다.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부랴부랴 긴급원조로 7천6백40만달러를 배정하고 비전투부대를 파견하여 난민구호를 돕기로 한것은 퍽 다행한 일이지만 많은 나라들이 뒤를이어 나서지 않는한 이 비극은 좀처럼 일찍 끝날것 같지않다.르완다는 아프리카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면서 국토 거의가 산악지대로 자원이 모자라는 가난한 나라다. 농사짓는 후투족이 84%이고 소몰이하는투씨족은 15%밖에 안되지만 1962년 독립하기전까지 소수인 투씨족이 지배층대부분을 차지했다. 위임통치를 하던 벨기에가 키가 크고 잘생긴 투씨족을내세워 후투족을 지배해온 것이다. 그러나 다수인 후투족의 반란이 성공해서새 공화국을 세운 이후로는 계속 후투족이 일당독재로 권력을 독점해 왔다.그간에 투씨족 대량학살이 간간이 자행되기도 했다.
지난 4월6일 비행기사고로 죽은 하비아리마나 대통령도 물론 후투족 출신이었다. 이것은 투씨족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선전한 후투족정부가 민병대를 풀어 투씨족 말살을 기도한 것이 불씨가 되어 참극이 빚어진 것처럼 알려지고있어 부족간의 싸움이라는 냄새를 물씬 풍겼다.
그러나 대통령이 타고 있던 비행기를 누가 격추시켰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후투족은 투씨족 조직인 르완다 애국전선이 한 짓이라고 우기지만 그곳 국제인권단체들 말로는 현정권내 극우세력이 탈권을 위해 저질러놓고 투씨족에게 덮어씌운 음모라는 것이다. 르완다 애국전선은 1990년에 해외망명 투씨족이 만든 좌파세력으로 하비아리마나 정권타도를 목표로 무장투쟁을 해왔던 만큼 그런 누명을 씻기 어렵게 돼 있다. 후투족이 장악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국들은 [애국전선이 쳐들어오면 후투족은 멸망한다]고 무력투쟁을 선동, 투씨족들의 씨를 말려야한다고 떠들어댔다고 한다. 헛소문은 꼬리를 물고 퍼졌고 글못읽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이 사회를 벌집 쑤신듯 발칵 뒤집어 놓았다는 것이다. 결국 권력에 눈먼 정치인들이 쓴 각본에 대중들이 놀아난 어처구니없는망동으로 무수한 양민들만 떼죽음을 당한 셈이다.
석달동안 치열한 전투가 계속된 가운데 애국전선의 반격으로 정부군이 패퇴하여 수도 키갈리가 함락되었다. 반란군 지도자 카가메는 휴전을 선언하고 피난민들의 안전한 귀향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피난민들은 후환이 두려워 차라리 길에서 죽었으면 죽었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나자빠져있는 상태다.
새뮤얼 버들러라는 정치학자는 [권력이 사람을 도취시키고 그 향내는 뇌를마비시키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제정신을 가진 온전한 권력자가 그만큼 드물다는 뜻이다. 그것은 아프리카 경우에만 국한된 말이 결코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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