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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타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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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의 시간-8놀이터에는 저녁 한때를 즐기는 조무래기들로 득실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의 놀이에도 유행이 있는 모양이었다.전에는 롤러스케이트였는데 언제인가부터 훌라후프로 바뀌어 있었다. 형형색색으로 돌아가는 훌라후프의 원무를 자심히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그만 돌려보고 싶어졌다.

우리 집은 놀이터 뒤에 있었다. 붉은 벽돌로 지은 세개의 이층 양옥 가운데꽁무니에 붙어 있었다. 내가 국민학교 1학년이던 늦봄에 이 곳으로 이사해왔다. 그 전에는 어느 맨션에서 살았다. 또 그 전에는 어느 한옥에서 살았지만 살았다는 느낌뿐, 거기에 관한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긴맨션에서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빛 바랜 흑백 사진을 들여다보듯 연결되지 않는 장면들이 아스라이 떠오를 때도 있긴 했지만, 그 장면 속에서 어떤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나의 진정한 고향은 바로 이 곳이라고 할수 있었다.

여자들은 대개 일생을 살면서 두 개의 고향을 갖는다고 한다. 태어나서 자란고향과 시집 가서 꿈을 일군 고향. 그러나 대개의 여자들은 오래도록 제1의고향을 배경으로 꿈을 꾼다고 한다. 만일 내가 시집을 가게 되면 그때 내가꾸게 되는 고향의 꿈은 아마도 이 곳을 배경으로 꾸게 될 것이다.우리 집은 아버지가 손수 지으셨다. 건축과 출신이신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위해 특별히 설계하고 직접 감독하여 지은, 말하자면 아버지의 작품인 셈이었다. 착공한 지 석달만에 집이 완공되어 이사하던 날은 여문 봄볕이 단풍처럼 타고 있었다. 지금은 다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시골에 사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올라오셨고, 부산의 고모, 가까이 사는 두 분 이모도 오셨다. 나는 며칠 전 부터 새 집으로 이사간다는 설렘에 잠을 설쳤고, 그런 나를 동무들은 마냥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보았었다. 어쩌면 그때가 우리 가족들에게 가장 화려했던 행복의 클라이맥스가 아니었던지.......

나는 집을 향해 타박타박 걸으며 훌라후프를 돌린다. 선드러지게, 뱅글뱅글. 파란 훌라후프는 파랗게 돌고 하얀 훌라후프는 하얗게 돌고 빨간 훌라후프는 빨갛게 도는데, 내 마음의 훌라후프는, 그러나 슬프게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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