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금가고있는 한미공조

한승주외무장관의 미국행은 우리의 불만을 토로하는 장이 됐을뿐 실질적으로거둬들인 이득은 없는 방문이었다. 미국측은 한외무의 입을 통해 전달된 한국의 불편한 심기에 대해 {인식만 같이} 했을뿐 딱맞아 떨어지는 결론은 어느한부문에서도 내려주지 않았다. 이번 한외무의 워싱턴행은 가득담긴 보따리를풀어놓고 빈 보자기만 가져오는 셈이되고 말았다.한외무의 방미목적은 위반으로 느껴질 정도의 미국의 대북 외교화해 속도에제동을 걸어 우리 입장에 맞추고 남북대화의 창구를 다시 열어 보기 위함이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미관계개선은 남북대화와 병행돼야 하고 *경수로 지원은 한국형이어야 하며 *북핵해결은 특별사찰을 포함한 실질적인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등 3가지 큰 묶음을 대북관계 기본정책으로 정하고 추진해왔다.

한장관도 이번 방미에서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북.미관계가 한국이배제된채 진전되고 있는데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를 받아 들이는갈루치차관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식으로 달랬지만 정작 핵심은 깔아 뭉개버렸다.

예를들어 보자. 갈루치차관보는 북.미관계 개선이 "남북관계 개선과 상호연계돼야 한다는 것은 한미양국의 공통된 인식이지만 협상테이블에서 북측에 강요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미국은 한국형경수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그 이상은 말할수 없다" "북핵해결을 위해 특별사찰이 아직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갈루치차관보의 말을 종합해 보면 미국이 대북관계 개선에 한국과 협의는 하지만 독자적인 정책을 추구하겠다는 뜻은 분명한것 같다. 한장관과 만난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도"북한이 한국과의 실질적인 대화를 재개하지 않는한 핵문제는 해결될수 없으나 남북대화의 재개를 미.북연락사무소 개설의 전제조건으로 못박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미국의 핵심관료가 밝힌 미국의 기본정책이 {독자노선}으로 명확하게 밝혀진이상 그동안 노심초사하며 미국에만 의존해온 우리외교는 {닭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우리 외교는 문민정부 초입인 1년반전의 수준에서 한발짝도 진전하지 못했으며 어쩌면 등반가가 산길을 잃고 헤매는 {링반데룽}현상에 걸리지 않았나 의심이 될 정도다.

외교는 피흘리지 않는 전쟁이라고 한다. 전쟁에는 전략과 전술이 적절하게운용되지 않으면 절대로 적을 제압할수 없다. 우리 외교는 어리석을 정도로남을 믿고, 때론 정책이 나이브할 정도로 낭만기를 보일때도 있었으며 내부적으로 박자를 맞추지 못해 난조를 보일때도 많았다. 지금 우리 외교안보팀이해야 할 일은 대미를 비롯 국제공조가 금가지 않도록 서두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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