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 장보고**이번 여름에는 모처럼 전남 완도 일대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이 지역은해상왕 장보고의 유적지가 있어 벌써부터 한번 찾아보고 싶었던 곳이다. 장보고의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필자는 지난 한 시대의 역사가 결코 빛바랜 채 화석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화.개방화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무언가 시사해 주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선대의 역사를 통하여 우리 민족의미내와 가야할 방향을 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름대로 해 보았다.
동양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하버드대의 에드윈 라이샤워 교수는 일찍이 장보고의 활동에 특별히 주목한 바 있다. 그는 당대의 신라방은 중국내 최초의한국 식민자치주라고 분석하고, 장보고는 고대 해상무역의 왕자, 동서양을통털어 찾기힘든 위대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21세기 글로벌시대를 앞두고국제화.개방화를통해 세계 무대로 진출하여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때에해상왕 장보고에 대한역사적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지극히 뜻깊은 일이라 할 것이다.
**개방때 국운열려**
우리 역사상 가장 대외개방에 적극적이고 진취적이었던 때는 통일신라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신라인들이 유학생 또는 외교사절의 자격으로 중국은 물론 인도에까지 왕래하면서 문물교류에 큰 몫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 통일 신라에 이어고려조에 들어서도 대외개방적인 정책은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다. 고려는 흑산도 등을 거점으로 하여 송과는 물론이고 일본과 동남아제국, 멀리 중동지역(사라센)과도 교역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오늘날 서양에 우리나라의 명칭이{KOREA}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은 이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그러나 조선조에 들어서는 유교가 정치질서와 백성들의 삶의 가치기준으로뿌리내리면서 사회적 신분제도를 사.농.공.상으로 구분, 사대부를 우대하고상업을 천시함으로써 상업과 무역의 기틀이 점차 무너지기 시작하였다.쇄국의 대가를 일제의 ??년에 걸친 식민통치로 치른뒤에도 우리는 남북분단.동족상잔으로 이어진 격동의 세월 속에서 곧 개방으로 나설 수는 없었다. 5백년간의 긴 은둔의 잠에서 깨어나 우리민족이 다시 떨쳐 일어난 것은 60년대초 대외지향적 경제개발에 착수하면서부터였다. 이른바 {한국모델}로 알려진대외개방전략에 의해 우리는 지난30여년동안 연평균 20-30%의 수출신장과7-8%의 고도성장을 이룩하면서 절대빈곤의 후진 농업국으로부터 일약 세계에서가장 역동적인 중진 공업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양적인 성장에 급급하다보니 성장의 그늘에 드리워진 부작용이 오히려 족쇄가 되고,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과 진운에서 잠시 눈을 뗀 나머지, 최근들어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데 다소 굼뜬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사실이다. 최근 발표된 바 있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의 {세계경쟁력보고서}는 그 평가의 객관성이나 권위는 제쳐두고라도, 단기적인 경제상황에 초점을 둔 정태적인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대비하는 장기적인 발전잠재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함을 우리에게 시사해주고 있다 할 것이다.**지금은 제2개항기**
21세기를 눈앞에 둔 오늘날의 세계는 개방화와 국제화의 큰 흐름 속에 이념과 국경,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하나의 장터로 변모하고 있다. 개방화와 국제화는 우리만의 선택이나 전유물이 아니라 경제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선진국이나 좀더 잘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는 개도국에 이르기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문호를 개방하고 앞다투어 세계의 장터로 나서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21세기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대외 지향적 전략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으며, 이러한 점에서 지금 우리는 바로 {제2의 개항}을앞둔 전환기에 서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정보화사회에서는 물질이나 에너지보다는 정보가 {힘의 원천}이될 것이며, 이러한 사회에서는 정보의 효율적인 활용이 한 개인이나 기업의 장래는 물론,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60-80년대에 산업혁명을 겪고, 산업사회의 후기를 거쳐 이제 정보사회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는 단계에 있지만, 다가오는 2000년에는 멀티미디어와 정보고속도로, 가상현실.홈쇼핑등 현란한 정보.통신 기술이 일상화된 새로운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2000년은 무엇보다도 민족적 염원인 {통일}이라는 크나큰 선물이자민족적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주게 될 것이다.
예일대학의 폴 케네디교수는 그의 저서 {21세기의 준비}에서 개발도상국의성패를 논하면서 한국의 사례를 그 첫문장에서 언급하고 있다. 즉 그는 부존자원의 한계를 교육열과 수출지향정책으로 극복한 한국은 개발도상국가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내외로부터 받고 있는 평가에 연연해서라기보다는 우리 앞에 놓여있는 엄숙한 민족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20세기를 마무리하고 21세기를 열어가는 1990년대 후반기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난날 고도성장 과정에 남아있던 과보호적 제도나 정책, 관행, 의식도 이제는 털어버려야 할 것이며, 민간의 창의와 진취성을 가로막아 온 갖가지 규제도 이제는 과감히 철폐할 때가 되었다. 앞으로의 국제 경제질서는 외국의 강압에 못이겨 마지못해 하는 개방보다는 외부의 거센바람에 정면으로 맞서는정공법을 택할 때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다. 과거 일본인들은카스미가세키가의 통산성과 대장성 건물에 밤늦게까지 불이 켜진 것을 보고그 곳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야말로 일본의 오늘을 가져온 일꾼이자 견인차라고 대견스레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들은 오히려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뒷다리나 잡기 위해 아까운 전기를 낭비하고 있다고사시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의 경쟁력이 30위권, 국제화 수준 39위에 랭크된 오늘의 우리가 정부부문 경쟁력 19위, 국제화부문8위에 올라있는 일본의 공무원들을 나무라거나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처지는못 될 것이다.
글로벌경제의 높은 파고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 10세기 전에 한때 서.남해바다를 주름잡으며 중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교역과 문화교류의 주역으로서 활약한 장보고의 그 기상과 지혜가 새삼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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