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 국회의원들의 날치기 예산안 통과를 보니까 해묵은 우스개 이야기가생각난다.'한강에 신부와 국회의원이 동시에 빠졌다.
길가던 행인이 둘중에 누굴 먼저 건져야될지 당황하다 아무래도 신부님을 먼저 살리는게 좋겠다 싶어 신부님의 손을 잡으려 했다.
그때 뒤에서 누가 "국회의원부터 먼저 건져!"라고 고함쳤다.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환경보호단체에서 나왔다는 그사람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신부는 깨끗하니까 좀 더 오래 놔둬도 한강물이 오염이 안되지만 국회의원은 물속에 오래 담궈둘수록 강물이 더러워진단 말이야"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을 풍자한 개그였다.
요즘 묵은 개그가 리바이벌 될까 우려될만큼 우리 국회의 비틀린 모습이 국민들 눈에 곱잖게 비치고 있다.
엊그제껜가 전국 일간신문마다 민자당이 '법을 만드는 국회가 헌법을 어길수는 없습니다'는 광고를 냈다.
최소 1천만원 짜리가 넘는 광고들이니까 '날치기 통과'를 '법 잘 지켰다'는자랑으로 선전하는데 근 억대 가까운 돈을 뿌린 셈이다.
한마디로 광고란 수용자들에게 광고주의 의견과 정서가 일치되게끔 '설득'돼야만 한다. 마치 뺑덕어멈이 립스틱 짙게 바르고 "나 어때요" 해봤자 심청이네 동네 사람들이 아무도 미인으로 안 알아주는 꼴이 되면 차라리 그 광고는안 한것만 못하게 된다.
이번 민자당의 법 잘지켰다는 광고논리도속을 들여다 보면 도대체 광고낸 집권당 국회의원과 당직자란 사람들이 헌법의 헌자나 제대로 아는가 싶을만치한심스럽다.
그들 주장은 '헌법이 정한 법정기한내에 예산을 처리해서 헌법을 지키려고'날치기를 했다는 논리다.
물론 헌법에는(54조2항) 회계연도 개시 30일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2항 바로 밑에 붙은 3항은 모른체하며 어물적 넘기고 있다.3항은 '새로운 회계년도가 개시될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하면 정부는국회에서 예산이 의결될때까지 법률상 지출의무가 있는 예산지출, 헌법과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에 필요한 예산(공부원 봉급등)은 지난해 예산에 준해 계속 집행할 수 있다고 세밀한 사항까지 규정해주고있다.
한번더 풀어 말한다면, 헌법(3항)에 의해 민주당을 설득, 원내로 끌고와 시간을 연장해서라도 충실한 예산심의를 한다면 헌법 정신을 지키면서 예산안처리를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시간을 벌 수 있는 합법적인 조항을 두고도 굳이 날치기가 아니고는 처리할수 없는 조항 쪽에만 매달린 집권당의 의정자세는 헌법에 무식했거나 알고도그랬다면 헌법조항까지 정치적으로 선택하고 이용했다는 비난을 면할수 없다.
세계 의회제도의 역사를 보더라도 의회의 존재이유와 권한은 '과세승인권'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만큼 예산심의권이야말로 회기준수라는 '시간 맞추기'보다 심의내용의 충실성이 의회존립의 더 큰 이유가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들은 3항을 택하면 시간 여유가 있었음에도 야당의 장외 정치투쟁에 김을 빼는 효과를 위해 기한내 처리라는 2항만 고집, 심의의 충실이라는본질적인 헌법적 의무는 서둘러 포기한 것이다.
헌법학자들중에는 '예산의 연도 개시전 심의' 입법원칙이 점차 퇘색돼가고있는 것이 세계적 경향이라는 주장을 한다.
특히 우리와 같은 개도국은 인플레의 심도가 높고 세계화 시대를 맞아 경제변동이 과거 10년분 변화량이 몇달사이에 바뀌어지는 상황일수록 예산심의도최대한 예산연도 개시직전까지 미뤄서 가급적 예산안과 현실과의 유리를 좁히는 것이 더 합당하다는 논리다.
3공화국때 만든 켸켸묵은 '30일이전 처리규정'의 수정은 발상조차 못하고,낡은 조항에만 5대정권이 차례로 매달린채 날치기라는 정치불신만 계속 조장해나가는 것은 국회에 대한 불신을 더욱 돋굴뿐 아무도 헌법 잘 지켰다고 추켜줄 사람은 없는 것이다.
선전광고에서 말한번 잘했더라.
'헌법은 반드시 지켜야하고 국회는 국회에서 나라일을 해야하고 예산안 심의는 물론 작은 일 하나라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되물어 보자.
헌법 54조3항은 왜 '지켜볼' 생각을 안 했고 국회에서 낡고 불합리한 법(2항) 개정이란 '나라일'은 왜 거론조차 안했으며 소홀히 해선 안된다는 예산안은 왜 '35초만에 처리'했는지.
한강에 빠지면 물 더러워진다고 비아냥 당하는 광고주인공들, 행여 우리고장낙동강 근처서는 언감생심 발도 씻지 말라고 한다면 개그가 될까. 명예훼손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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