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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시의 푸른나무(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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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그늘진 곳의 생존 ⑪"전 테스트를 해야겠어요. 이건 한종씨가 참견할 성질이 아닌, 제 임무예요"노경주가 한종씨에게 새침하게 말한다. 그녀가 책 세권을 꺼낸다. 대형판 얄팍한 책이다. 책장을 넘긴다. 그녀의 손마디가 억세다. 손등이 넓고 살갗이두텁다. 섬머슴애의 손같다. 노경주가 책장을 넘기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동그라미가 여러개 쌓여있다. 하수도 토관을 묻기 전에 그렇게 쌓아둔다."이게 모두 몇개예요?"

나는 턱짓으로 동그라미를 센다. 어느 사이 턱짓 한번에 오른손 손가락을 하나씩 꺾어 나간다. 오른손이 주먹이 된다. 아직 세지 않은 동그라미가 남아있다. 왼손 손가락까지 동원한다.

"여덟개"

"그럼 이건 몇 개지요?"

노경주가 책 다른 쪽을 펼친다. 네모난 상자가 삼각형꼴로 쌓여 있다. 한쪽의 네모상자가 옆면과 윗면을 보인다. 뒤쪽에도 같은 상자가 있다. 여러개의상자들이 앞상자에 가려 있다. 나는 그 상자 모두를 셀 수가 없다. 나는 그냥 웃고만 있다.

"정말 몰라요?"

나는 머리를 끄덕인다. 나는 민망해져 노경주를 본다. 안경알 안쪽 눈아래에주근깨가 소복하다. 눈썹은 가늘고 눈꼬리가 찢어졌다. 얇은 입술이 조그맣다. 목이 달린 검정 쉐터를 입고 있다. 목이 짧아보인다. 비누냄새가 난다.아이보리 비누냄새다. 인희가 옆에 오면 그 비누냄새가 났다. 인희가 보고싶다.

"아이구 머리야"

노경주가 한 손을 이마에 짚는다. 그녀가 다른 책을 펼친다. 동그라미 두개가 크게 그려져 있다.

"이것과 이것중에 어느것이 커요?"

차이가 났기에 나는 큰 동그라미를 가리킨다. 답이 맞을때 그녀는 말이 없다. 그녀가 다음 쪽을 펼친다. 별 세개가 그려져 있다. 그녀가 세개중에 어느것이 중간 크기냐고 묻는다. 나는 한개를 손가락으로 짚는다."틀렸어요. 시우씨, 적당히 대답하는건 아니죠?"

나는 머리를 흔든다. 나는 엉터리로 대답하지 않았다. 세개의 별은 크기가비슷하다. 한종씨가 참견한다.

"포기를 하래두 그러네 나는 척 보면 착이요. 60정도될까. 4세? 겨우 주어·술어에 보어를 조금 활용하는 정도지. 수리능력은 그나마 3세. 물건도 제대로 못살걸"

한종씨는 줄곧 우리쪽을 넘겨다 보았다. 노경주는 한종씨의 말을 들은 척도않는다. 그녀는 마지막 한권 책을 펼쳐 놓는다. 한가지 색으로 한 동물씩 칠해 놓은 그림이다. 여러 동물이 제가끔의 자세로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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