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 하버드대 세계 115개국 인재모여

지난해 11월28일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는 학생들과 교직원은 물론 동문들에게도 큰 충격을 던진 '조그만한' 일이 생겼다. '하루 3시간밖에 자지 않는일벌레'라는 별명을 지닌 닐 루덴스타인 총장(53)이 몸살로 병가를 냈기 때문이다.대학 총장이 몸살이 나 학교를 좀 쉰다는 일은 어느 대학에서도 있는 일 이지만 하버드대학에서 크게 놀란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루덴스타인 총장은 3백50년전 개교 이래 최초로 타대학(프린스턴대학) 출신으로 총장이 된후 지난 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는 일벌레였기 때문이다.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매일 학생과 교직원을 만나는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은아무도 꺾지 못할 정도였다.

'하버드 풍토병인 일중독증에 걸린 총장' '아무도 못꺾은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이 건강에 굴복했다' 다음날 보스턴 지역 일간지들의 제목이다.그는 병가를 내기 바로 전날밤에도 교직원들과 동문들에게 하버드의 장래를걱정하는 내용의 편지 20여통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편지에서 "세계 최고 대학의 자리를 지키기위해서는 끊임없는 동문들의지원이 필요하다"고 구구절절이 도움을 호소했다.

"지금 세계는 정보과학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의학등 모든 분야가급변하고 있습니다. 지식의 성장과 기술의 발전이 금세기에 겪지 못했던 새로운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동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던지는 것입니다. '세계 최고'라는 하버드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하버드인이 상호보완, 학문의 연계발전을 모색해야하고 다양성과 창조성 그리고 야망을 지녀야 합니다. 1세기전 찰스 윌리엄 엘이어트의 비전이 오늘날하버드를 진정한 대학으로 발돋움하게 했듯이 우리는 새로운 출발점에서 대동단결해 대학의 富를 축적해야합니다"

그는 우선 풍부한 재정확보없이는 '최고의 대학'으로 군림할 수 없다고 보고3년전 취임 당시 "오는 1999년까지 21억달러의 제정을 모금하겠다"는 선언을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바 있다. 비록 지금 목표의 25%정도밖에 모으지 못했지만 그의 의지는 조금도 꺾이지 않고 있다.

그는 질적인 우수성을 위해 양적인 팽창을 자제하고 있다.

93년 현재 하버드는 수입 13억6백만달러(약1조4백48억원) 지출 13억2천7백만달러(약1조6백16억원)로 약 2천1백만달러가 적자이지만 오는 1999년부터는연간예산이 20억달러를 넘고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만큼경영도 효율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현재 1만8천6백94명인 학생수는 크게 늘리지 않고 대신 1천9백90명인 교수는10%이상 늘릴 계획이다. 지금 교수 한명당 9.3명인 학생수가 21세기에는 6.5명으로 줄게된다. 대신 가난한 학생들과 후진국의 학생들을 입학시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금도 하바드는 세계의 인재가모여 1백14개국 2천6백68명(전체의 14.26%)의 외국학생들이 재학중이다. 외국학생은 캐나다가 3백51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중국 2백13명, 일본 1백80명, 대만 1백70명, 영국 1백35명, 독일 1백25명순이고 한국은 1백16명으로일곱번째이다. 아시아계 학생수가 압도적이고 40여개국에서는 각 1명씩의 학생들이 국가를 대표해(?)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있다.

하버드는 가장 유망한 학생들을 뽑는다는 방침아래 가난하지만 도전적인 학생을 전세계에서 선발한다. 학우와 교수에게 경쟁하고 졸업후에는 사회에 도전하여 이길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며 재능의 다양성 이외에도 인격, 배경,지적우수성을 가진 학생을 양성한다는 것이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엄청난 등록금(학기당 학부의 경우 2만5천달러:약 2천만원)때문에 의지가 꺾여서는 안된다는 게 하버드의 기본방침이다. 그래서 연방보조금과 동문들의 헌금이 줄고 있지만 학부학생 3분의 2가 보조금, 대부,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학비를 충당한다. 거의 절반이 연간 1만2천불의 장학금을 받는다. 장학금액수는 전체예산의 8%로 지난해 약 3천2백만달러나 되었다. 특히 의대생은 약 70%가 각종 명목의 학비보조를 받고있다.하버드는 교수에 대한 배려도 남다르다. 최고의 대학에서 최고의 제자들을가르치고 최고의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기 위해 훌륭한 교수들이 몰려오지만그래도 대우를 소홀히 하지않는다. "교수는 학문과 영감의 살아있는 원천이자 대학의 심장입니다. 어떤 분야도 모든 학문을 커버할 수 없으므로 지금의각 분야를 상호보완 연계해 줄수 있는 분야의 교수진을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교무처 다니엘박사의 말이다.

하버드가 컴퓨터, 디자인, 예술과 과학, 보건, 신학분야에 교수확보를 위해예산을 집중 배정한 것도 21세기를 향한 주안점이 어디 있는가를 엿볼수 있다.

무엇보다도 하버드는 새로운 세기에 대비한 새로운 교수법도 연구중이다. 학생, 교수 모두가 서로 도우면서 가르치고 배우지 않고는 새로운 시대에 대처할 수 없다고 보고 소규모 학습법을 모색하고 있다. 학생·교수 1대1 교수법과 전교실을 전자 네트워크로 연결, 컴퓨터로 교실을 공개하는 것이다. 의대의 박사과정에'New Pathway'란 새로운 과정을 신설, 의학교육에 변혁을 추구하고 경영대학에는 재계에서 리더십을 기르고 평생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MBA과정을 개선하며 특히 교육대학과 보건대학의 개혁을 추진중이다.하버드는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자부심에서 의과대학의 경우 만인의 공적인 AIDS, 암, 심장병등 난치의 질병을 타파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정부문제를 공부하는 케네디스쿨에서 옛소련 장성들을 재교육하는 문제를 연구하는등 하버드는 세계와 인류의 내일을 다루는 것입니다 루덴스타인 총장의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핵전문가 카네세일 박사의 말이다.하버드의 보고라 불리는 도서관 박물관 그리고 전자 정보 시설도 과감히 개선할 계획이다. 병원자료실에는 전세계 주요 병원의 환자 자료를 받아볼 수있도록 하고 '미국 교육의 영광'이라는 도서관 장서 1천2백만권중 40%의 장정을 다시 할 계획이다.

하버드는 지식인의 봉사정신은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덕목으로 판단, 학생과교직원 3분의2가 자원봉사에 나서는 일을 계속 장려하고 있다.끝으로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최근 중국어 일본어를 수강하는 학생이 늘고 중동 이슬람문화에 심취한 교직원이 많아졌다. 특히 25년전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약소국가에 대한 연구가 붐을 이뤄 한국학연구소(소장 카터 에거트 박사)개설에 이어 올해는 한국학 석좌교수제가 신설된다.'3시간 자는 일벌레 총장'을 가진 하버드대학은 이렇게 '세계최고'와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새해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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