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

"이건 무슨 동물이고, 색은 무슨 색깔이지요?"노경주가 마디 굵은 손가락으로 동물 하나를 짚는다.

"사자, 빨간색"

"이건요?"

"원숭이, 갈색"

"그럼 이건?"

"치와와, 노란색"

노경주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치와와가 뭐지요?"

"집안에서 키우는 작은 갭니다"

나는 다소곳이 대답한다. 치와와는 사람이 잡아 먹을 수 없다는 말을 하고싶다. 나는 참는다. 배 속이 쓰리다. 배가 고프다. 그 책에는 많은 짐승과새가 알록달록 그려져 있다. 나는 그 이름들을 정확하게 맞힌다. 색 구별도틀리지 않는다. 코알라·라마까지 이름을 맞힌다. 그 동물들은 우리나라에살고 있지 않다. 펠리컨·가마우지도 그렇다. 나는 색상도 정확히 구별해 낸다. 연초록·녹두색·진보라·분홍색·꽈리색·쥐색·남색도 맞힌다."제법인데. 그 방면은 8~9세쯤 되겠군. 그렇담 정박이 아니구 자폐 아냐?"한종씨가 내 옆에 서서 말한다. 노경주는 대답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식물이름은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식물의 이름을 맞히는 책은 없다."됐어요. 이제 이걸 테스트해 보기로 해요"

노경주가 빈 종이에다 무엇인가 기록한다. 서랍에서 여러 장의 종이를 꺼낸다. 짝짓기 그림, 미로 찾기, 숨은 그림 찾기 따위이다. 갑자기 나는 테스트를 더 받기 싫다. 나는 이런 종류의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었다. 어릴 적이었다. 아버지는 나를 정선읍내로 데리고 나갔다. 그 시절 우리 식구는 여량역 가까이에서 살았다. 여량역에서 기차를 탔다. 나는 읍내로 여러 차례 나간 적이 있었다. 기차는 강을 따라 달렸다. 나는 노랗게 질려 있었다. 읍내로 나갈 적마다 낯선 세계가 두려웠다. 아버지는 읍내 어느 큰 건물로 나를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나는 테스트를 받았다. 테스트가 끝났을 때, 아버지의 표정이 참담했다.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나오며 분개했다.-이따위 지능검사를 나는 믿을 수 없어. 아이젠크나 젠슨같은 작가가 무슨 근거루 아이큐(IQ) 유전율을 80프로라구 단정해. 1백프로라고 우기지 왜 80프로야. 그럼흑인은 다 바보구 백인은 다 똑똑해? 인종과 지능에 상관 관계가 있다니? 히틀러가 이따위 학설을 신봉해 게르만 우성설을 주장한 것 아냐. 우생학적 유전 좋아하네. 시우야, 넌 너대루 값어치 있는 삶의 길이 있어. 반드시 있구말구. 내가 너를 그렇게 만들테야. 이따위 테스트가 엉터리임을 증명해 보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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