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터진 삼남매 살해사건은 무딜대로 무디어져온 우리사회 윤리기강에비춰봐도 충격적인 것이었다.자식 세명을 살해해 놓고 거꾸로 경찰에 실종신고를 낸 태연함과 20일이 지나도록 조사에 응하는 대담함을 보인 '아버지'앞에 노련하다고 자부해온 경찰관들도 할 말을 잃었다.
범행 수법 또한 잔인했다. 핏줄을 같이 한 혈육이 맞나싶게 범인은 큰 딸을목조르고 다시 흉기로 찌르는 잔인무도함을 보였다.
그는 경찰의 추궁 끝에 범행을 자백하면서 모든 원인을 가출한 아내 탓으로돌리는 가증스러움도 드러냈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한 박한상군 사건에 이어 부모가 자식을 살해한 이 사건에 대해 수사관들은 그동안 목소리를 높여온 인간성 회복운동이 공염불에 그쳤다고 한숨지었다.
지난 1월 부산에서 구속된 30대 회사원의 살인사건도 끔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ㄷ산업 영업과장이라는 범인은 내연의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아내를 살해한뒤 승합차 앞좌석에 태우고 화물트럭을 일부러 들이받아 교통사고로 가장하려 했다.
자신은 다치지 않기 위해 미리 안전벨트를 매고 운전석 시트를 뒤로 제쳐놓았던 사실도 밝혀졌다. 아내를 죽인 마당에 자신은 손끝 하나 다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살인공장 지존파사건, 온보현 부녀자 연쇄납치살해사건, 박한상군 사건, 증인보복살인사건.
다시 생각하기조차 싫은 강력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얼룩진사회에 우리는 살고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죄의식실종, 양심마비, 법경시의 단서를 살인같은 강력사건들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게 아니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자동차가 일상화된 요즘 급커브를 그리고 있는 차량 증가속도보다 훨씬 더가파른게 뺑소니사고 증가율이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93년 뺑소니사고는 모두 9천2백건으로 그 전해보다 무려 49%나 늘었다. 지난해 뺑소니사고로 억울한 피해를 입은 부상자는 1만명을 넘어섰고 비명횡사한 사람만 6백50명이나 됐다.
그러나 뺑소니를 보면 신고하는 시민정신은 그 반비례로 줄어들어 도로마다목격자를 찾는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는 형편이다.
기초질서사범으로 대표되는 경범죄나 교통사범은 이보다 더하다.비록 행정벌적 성격을 강하게 갖고있어 양심이란 문제와 직접 관련을 짓기는어렵지만 위반자가 증가하는 만큼 우리사회 법의식의 불량 정도 역시 높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탐 진 치의 삼독에 물들어 참 나를 상실하고 세상사람들로부터 지탄과 멸시를 받으며 깡패, 건달, 파렴치한이라는 인간이하의 이름으로 불려야 했던지난날의 저자신이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이제 과거의 나를 철저히 죽이고새롭게 태어나는 것만이 제게 마지막 남은 희망입니다"
서진룸살롱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고금석은 옥중에서 이같은 참회의 글을 남겼었다. 조직폭력배로 악명을 떨쳤던 그였지만 처음에는 여느 보통사람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는지 모른다. 기초질서위반에서흉폭한 범죄까지 그 거리는 의외로 멀지않다는게 강력사건을 맡아온 수사관들의 얘기이다. 〈이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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