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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시의 푸른나무(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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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아, 아파요?"쌍침형에게 내가 묻는다. 아까부터 그 말을 묻고 싶었다.

"이젠 참을만 하다. 죽다 살아났지. 강변파 놈들한테 당했어""혼자서요?"

"그래. 내 불찰이었어. 술에 취해 있었구. 채리가 아니었담, 난 갔을 거야"작년 늦가을, 그날 밤이 생각난다. 와이셔츠짜리가 길바닥에 쓰러졌다. 기요가 골프백을 들고 지하실에서 급히 올라왔다. 짱구는 일본도를 들고 있었다.쌍침형이 쥔 회칼에 피가 묻어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주인공의 활약이 대단하다. 맨손으로 혼자서 싸운다. 여러 명을 상대로 모조리 쓰러뜨린다. 등 뒤에서 각목이 달려든다. 주인공이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각목이 다시 내려치자, 주인공이 손으로 막는다. 다른 자가 긴 칼로 주인공을 찍는다. 주인공이 얼른 몸을 구른다. 칼 끝이 주인공의 허벅지를 찍는다. 짱구가 저런 영화를 두고 홍콩 느와르라고 말한다."내가 당할 때가 저랬어"

"예?"

"여기 갇혀 있게 되자, 너가 보고 싶었다. 너는 조직에 맞지 않는 앤데, 너생각이 나더구나. 어디서 뭘 하는지. 우리 그 항구에서 같이 올라오지 않았느냐. 낯 설고 물 선 이곳으로. 새로운 터를 개척할 흥분에 들떠서. 상무님의리 하나만 믿구말야"

쌍침형은 화면만 보고 있다. 원래 과묵한 형이다. 오늘은 말이 많다. 측은한목소리로 천천히 말한다.

"내가 나다닐 수 있을 때까지 너가 날 지켜줘야 해. 내가 키유와 짱구를 지켜주듯, 널 지켜줄테니"

"예"

나는 머리를 숙이고 있다.

"내 허락없이 여길 떠나면 안돼. 이제는 멀리 가지 마"

"예"

"넌 복지원으로 넘어갔담서?"

"예"

장애자복지원에서 나는 독방에서 지냈다. 이 옥상에서 나는 쌍침형과 함께지낼 것이다. 이 옥상에도 쥐가 있을는지 모른다. 쥐가 있다면 김밥 한 개를줄 수 있다. 통닭 살점도 조금 나누어 줄 수 있다.

"나는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 분하기 때문이다. 너는 내 마음을 헤아리지못할 것이다"

화면에는 여전히 폭력이 난무한다. 쌍침형이 리모컨으로 화면을 지운다. 비디오 테이프가 작동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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