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넋 하나만 얻는다"고 했던 시인 백석. 그의 시를 읽으면 흔들리지 않는 민족정서의 혼백이 살아나고 잃어버린 고향길이 떠오른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은 고향이 지척에 있되 어쩌면 영원히 찾아갈 곳 없는 정신의 실향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자꾸만 건조해지는 시쓰기의 헛헛함을 느낄때면 서가에 꽂힌 빛바랜 백석의 시집을 꺼내어 조용히 소리내어 읽는다. 그의 시에는 뿌리뽑힌 삶의 가난과 외로움, 슬픔마저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것으로서가 아니라 소중하고 아름다운것으로 다가온다. 춥고 배고팠던 시절 탓일까. 시편마다 유난히 식물적 상상력이 많이 동원된다. 가장 순결하고도 서늘한 정신의 홍복을 누린 자의 숨결이 뜨겁게 전해온다. 고향으로 가는 길엔 아스팔트가 깔리고 산해진미에도자주 입맛을 잃어가는 우리는 어디서 저 순수한 식욕의 언어를 다시 만날 수있을까.훤한 전등불 아래 시를 쓰며 가끔은 저 고즈넉한 북방의 밤, 고방의 시금털털한 냄새의 순수한 식욕 속으로 빠져들고 싶어짐은 지독한 회고취미이며 정신의 사치일까.
자고나면 참 많은 것들이 흘러가고, 또 그 빈자리마다 새로운 것들이 태어난다. 하지만 그 변화무쌍함속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지…. 햄버거며 랩음악에 맛이 든 자라나는 다음 세대들을 위해 앞으로 그들의 국어교과서에 백석의 시를 맨앞자리에 앉혔으면 싶다. 일가친척의 가족사며 세시풍속으로부터 먼훗날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민족혼의 숨결을…. 백석은 우리 한국시사의 도도한 혈맥속에 섬처럼 외로이 떠서 언제까지나 끝없는 향수를 부르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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