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미 경수로회담 결렬 안팎

20일 오후5시40분(한국시각 21일 새벽0시40분) 베를린 북한이익대표부 분관에서 수석대표회담을 마치고 나온 북측 김정우수석대표는 협상결과에 대해묻는 기자질문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오늘 회담에서 합의된 것 없다. 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미국측은 회담속개 여부는 21일 오전9시(한국시각 오후4시)쯤 협상대표단에게 통화를 해보면 알 것이라고 귀띔, 북미 전문가회담을 둘러싸고 양측은 다소 시각이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물론 북측은 지금까지의 경수로 계약시한인 21일 자정(현지각·한국시각 22일 오전7시)을 깃점으로 핵동결조치를 해제하겠다는 지금까지의 공언을 아직취소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북한측은 시한을 넘어서면 '북핵'을 전면에 등장시켜 한반도 긴장은 물론 국제적인 핵질서를 교란시킬 만반의 채비가 돼있다는 위협도 은근히 내비치면서 미국측에게 막판까지 양보(한국 중심역할 배제등)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20일 마지막 수석회담에서도 북한이 내놓은 방안을 나름대로 검토했고 그들의 생각과 희망이 한미간에 형성된 큰테두리(원칙)에 근본적으로위배되지 않는다면 어느정도 허용할 방침을 세우고 노력을 계속했으나 끝내북측은 기존입장을 고수해 더 이상 대화에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형선정, 프로그램코티네이터(PC)등 핵심사안이 먼저 해결되어야만 다른분야 일부 진전도 사실상 가능하다는 시각이 한·미·일 3국의 기본입장이었음에 비추어 그동안 부분합의등 가시적 결실에 근거, 타결을 향한 일보 긍정적평가가 오판으로 증명됐다.

한·미·일 3국은 지난해 '제네바 합의'당시 한국형 명기등 명분조항이 빠짐으로 인해서 새로운 문제이슈를 야기한 전철을 상기, 이번 협상에서는 아예완벽한 타결및 핵심사안 접근만이 후환을 예방하는 길로 보고 확고한 주장관철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미측은 핵심사안의 기본적인 전제요건이 충족되면 여타분야에서는 상당한 융통성을 발휘할 복안도 마련됐지만 북측은 아전인수식 판단으로 특유의벼랑끝정책(brinkmanship)을 이번에도 선택해 문제를 어렵게 만든 것이다.이곳 소식통들은 한미간에는 그동안 협상과정에서 북측이 내비친 유연한 주장(한국의 제한 참여)을 차선책으로 삼아 '한국형 절대 고수'에서 한발 물러선 한미간 고도의 정책적 결단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원망도 하고 있다. 조만간 미측의 새제안으로 이 결단이 협상테이블에 놓여져 파국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치 못한 상황도 현재의 숨통을 틔게 하는 일종의 가상 시나리오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능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전문가회담이 만약 파국을 맞는다면 그 이후 후속조치(고위급회담 개설등)는 고위당국자들(한·미·일) 협의와 북측의 상응한 고위채널 교감에 의해 결론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박향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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