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아름다운 인사

오늘 아침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여고시절의 선생님께서 신문에 난 글을재미있게 읽으셨다는….대수롭지 않고 지나칠수도 있고, 바쁜 일상 속에서 금방 잊어버릴 수도있겠지만 몇번이나 전화를 하셨다고 한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직업도 아니고 서툰 글인 것을 아시면서도 철부지였던 제자의 글이니까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씀해 주셨으리라.

나이가 들었어도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들으니 하루종일 기분이좋았다.

우리민족은 정이 많으면서도 겉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감추는 것을 점잖게여겨온 것 같다. 기쁨이나 슬픔, 놀라움, 고마움, 반가움 등의 표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삭이는 것이 습성이 되어 무표정해 보인다.처음 비엔나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에 당황한 적도 있었다.이 낯선 도시에서 나를 아는 사람은 없을텐데, 그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웃음을 띄운다든지 다정하게 '그뤼스 고트'라는 비엔나식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그 이후 그곳의 한가족과 살면서 아름다운 말들을 배우게 되었다. 할머니는 나를 부를 때 꼭 '사랑하는 박양'이라고 하셨다. 외국인인 나에게만 그러시는 줄 알았는데 같이 사는 가족에게도,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도 그렇게 하셨다.

더욱 놀라운 것은 딸이 출근하는 길에 할머니를 태워드렸을 뿐인데도 그걸그렇게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이 이상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서서히그러한 표현들이 아름다워 보이고, 무미해지기 쉬운 일상을 훈훈하고 윤택하게 해준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맑고 푸른 가을에 유쾌하고 아름다운 인사를 나누고 싶다.피아니스트·대구신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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