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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편지로 비둘기집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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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입이 짧아 도시락반찬 투정이 심한 편이었어요. 궁리끝에 도시락을 쌀때마다 짤막한 편지를 써넣었죠. 멸치는 칼슘이 많다는둥, 당신은 태음인체질이라 이러이런 반찬이 몸에 맞다는둥…. 꾸준히 편지를 썼더니 나중엔아주 싹싹 다 비우더라구요. 도시락 편지 받는 재미로 외식을 거의 하지 않았대요"전화대화, 컴퓨터대화가 범람하는 요즘 오히려 전통적인 편지글로 생활속에 '느림의 멋'을 찾는 주부편지모임이 있어 이 가을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편지가족 전국어머니모임 대구·경북지회'(회장 이순녀)는 전화에 밀려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있는 편지쓰기를 통해 일상의 희로애락을 서로 나눔으로써 지난시절 우리네 삶의 지혜이기도 했던 '생활의 뜸들임'을 되살리고있다.

주부편지모임은 지난 93년부터 체신청 편지쓰기장려회가 주최해온 전국 주부편지쓰기공모 입상자들로 전국모임이 발족됐고 이어 대구·경북지회도 창립됐다. 현재 대구·경북지역 회원은 1백50여명·20대후반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다.

"말로 하면 주눅들 때도 있고 꾸밀 때도 있지만 편지로는 솔직하게 자기생각을 전할 수가 있죠. 자신을 돌아보고 또 서로간의 진솔한 대화를 위해서는 편지가 가장 적합하다고 봅니다"라고 이순녀회장은 힘주어 말했다.회원들에겐 남편이나 자녀, 시어머니,동서 등 가족, 친지와 친구 등 주변사람들 모두가 편지쓰기의 대상이다. 서로 마음을 털어놓음으로써 정을 살찌우고 또 불필요한 오해의 벽도 걷을 수가 있다는것. 한달에 백통정도 쓰는경우도 있다고한다. 회원 권택순씨(46·청도군 매전면 동산리)의 경우 매월1회씩 인근 동산국민학교의 전교생 85명에 편지지와 봉투, 우표를 자비로사주며 편지쓰기 요령을 가르치기도 한다. 회원들의 편지글을 모은 회지 '눈으로도 못다한 말이 있거든…'도 2집까지 나왔다.

요즘 이 주부편지모임은 정서가 메말라가는 어린이들에게 찬찬히 생각하는마음을 길러주는한편 글쓰기의 생활화를 위해 '어린이 편지쓰기대회'를 가질 계획으로 의욕에 부풀어 있다. 경북체신청이 주관, 대구·경북지역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오는 20일부터 11월20일까지 한달간 가족에 보내는 편지(2백자 원고지 7~8매)를 경북체신청 우무과에서 접수, 11월30일 발표하고 12월12일 시상할 예정이라고 이회장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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