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243)-강은 산을 껴안고(36)

"수입원이라면?"정수가 묻는다.

"향린동이 유흥가 밀집 지역이요. 술집 납품업만 해도 수입이 쏠쏠하죠.뜯을 업소도 많구. 그런데 강변파에서 항복한 도식이성님이 향린동을 계속맡고 있지 뭡니까. 큰성님이 그렇게 결정을 했다더군요. 그러니 우리 성님밸이 꼴릴 수밖에요. 우리 성님이 향린동을 맡았담 나도 한 가락하는 건데.물론 시우도 새끼 몇을 거느릴 수 있구"

짱구의 시퉁한 대답이다.

"하여간 시우가 출세를 했어. 시우가 그런 조직체에서 활동하다니"춘길형이 나를 보고 감탄한다.

"사람은 모름지기 도시로 나가야 돼. 늙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아우라지에 눌러 있음 마냥 그 꼴아냐. 나이 먹어 고향에 돌아오면그래도 그간 장만한 아파트라도 떨어지잖아. 애들 공부 제대로 시키고. 말이그렇지, 읍내 중학교 애들 수준하고 서울의 중학교 애들 수준하곤 엄청난 차이가 날걸"

창규형이 말한다.

바깥에서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가 들린다. 순옥이의 목소리다. 반갑다. 나는 얼른 방문을 열고 나간다. 순옥이 비틀거리며 걸어온다. 구름 사이로 둥근 달이 슬쩍 모습을 드러낸다. 내일 한가윗날이다. 마당이 형광등을 켠듯환하다. 순옥이의 원피스 자락이 후줄근하다. 물에 흠씬 젖었다."어디 갔다 이렇게 늦게 와요. 모두들 걱정하며 얼마나 기다렸다구"할머니가 부엌에서 나오며 말한다.

"할머니, 나 술 먹었어. 많이 취했어요"

순옥이가 해롱댄다. 한 손에 든 비닐주머니를 흔든다. 마루에 걸터앉더니번듯이 눕는다. 큰 방에서 짱구가 나온다.

"예리, 너 왜 이래? 무슨 추태야. 못 일어나!"

짱구가 소리친다.

"짱구, 너가 내 약혼자라며? 너가 왜 내 약혼자니? 미친 소리 다 듣겠군.시우오빠가 약혼자라면 또 몰라"

순옥이가 몽롱하게 지껄인다. 취했다. 순옥이를 일으켜 건넛방에 눕혀야한다. 취했지만 무사히 돌아온 게 다행이다. 순옥이를 안아 들어야 하는데,나는 망설인다.

"너 말 다했어? 엇따대고 반말에 욕지껄이야!"

짱구가 순옥이를 걷어찬다. 짱구도 취했다.

"형씨, 참으슈. 여자분이 취한 것 같은데"

춘길형이 끼어든다.

"왜 쳐! 너가 뭔데? 너가 뭔데 치냐말야. 이 개자식아, 폭력배면 다야?"순옥이가 바락바락 악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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