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풍백화점 붕괴-'부실'이 부른 최악의 인재

지난 6월 29일 발생한 서울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건국이후 일어난 재난가운데 가장 많은 1천4백44명의 사상자를 낸 사상 최악의 참사 기록을 남겼다.서울시 공식 집계로 사망5백2명 부상9백37명 실종5명 이라는 희생자를 낸이 사고는 우리나라 건설의 부실한 단면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준 현장이었다.

섭씨 30도 이상의 한증막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월29일 오후6시쯤서울시 서초구 삼풍백화점 5층건물 왼쪽동이 모래성 처럼 무너져내리면서 당시 쇼핑나온 사람들로 만원을 이뤘던 백화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무너져 내린 건물이 1백m 길이에 이르고 지하20m 깊이로 파진 구덩이에 콘크리트 잔해와 철근구조물이 수북이 쌓인채 건물더미에 깔린 쇼핑객들이 피를 흘리며 구조를 요청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눈뜨고 볼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이 사고는 백화점 5층이 식당가로 무단 용도변경 되면서 새로 설치된 각종시설물과 구조계산에 반영되지 않은 옥상의 냉각탑등이 부실 시공된 슬래브와 기둥에 무리한 하중으로 작용, A동 5층 북동쪽 부분에서 붕괴가 시작됐다.

사고전 건물옥상에 균열이 생겨 빗물이 새는등 대형사고가 예고된 인재여서 국민들로부터 더욱 큰 분노를 자아냈다.

사고발생 10시간 전쯤 천장부근에서 우두둑 소리와 함께 5층과 4층 바닥이침하되는등 이상징후가 나타났는데도 백화점측이 고객대피 업장폐쇄등 특별한 안전조치 없이 쉬쉬하다 끝내 대형참사를 불러오고야 말았다.추가붕괴위험 작업장의 화재 장비부족 등으로 콘크리트 잔해철거가 지연되는 동안 희생자 시체가 수십구씩 무더기로 발견되는 반면 콘크리트 더미속에서 10일이상 버티어온 생존자가 구조돼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이번 사고가 잦은 무단설계변경 건물기둥과 슬래브의 부실시공 상주감리부재등으로 인한 총체적부실과 건물유지관리 및 행정감독소홀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일어났다는 결론을 내린 검찰은 삼풍 이준회장(73)을 비롯, 백화점시공관계자 13명과 이충우.황철민전서초구청장등 관련공무원 12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과 뇌물수수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6일 열린 1심공판에서 이회장과 아들 이한상사장에 대해서 각각 징역20년과 7년, 뇌물수수로 구속기소된 전 구청장 2명등 공무원 10여명에 대해서는 징역 5~1년등이 각각 구형되는등 검찰이 관련자 모두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이번사고 역시 대구상인동 가스폭발사고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재난구조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하게 드러냈다.

소방대원 경찰 군인 공무원 자원봉사자등 6천여명의 인력이 사고현장에서구조활동을 폈으나 △통신수단 제각각 △전파탐지기등 기본.특수장비 태부족△현장공조 따로따로 △현장 총괄지휘력 부재 △사고대책본부 늑장구성등으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구조작업이 안돼, 희생자가 늘었다는 지적이다.이같은 후진국형 재난수습과정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각종 재난이 갈수록대형화 추세인 만큼 '재난관리본부'나'중앙안전대책위' 설치등 구난체계 구축과 첨단 인명구조 장비확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들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아래 훈련.소방.연방보험관리.국가대책.재난지원.비상운영국을 두고 구조과정에서 소방-경찰-병원-군대 인력을 총괄지휘하고 장비를 동원,통제하도록 돼 있는 미국의 재난구제체계 도입등을 요청했다.

영업을 전폐하고 봉사에 나선 주변업소와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인근 아파트의 아주머니 자원봉사자들의 부산한 움직임은 22일간 철야구조 작업에 나선 1천5백여명의119구조대원 5천명의 군인과 함께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큰 힘이 됐다.

각각콘크리트 더미속에 매몰된지 11일.13일.15일만에구출된 최명석씨(20)와 유지환(18) 박승현양(19)등 3명은 기적의 생환. 생존을 예언한 목포대 임경택교수(42), 인보성체수도회 박미카엘라수녀(60)등과 함께 기적을 만들었다.

성수대교붕괴-아현동가스폭발-상인동가스폭발 -삼풍참사 등으로 계속된 대형참사는 현정부의 위기관리능력 부재에서 나온 후진국형 인재라는 여론이지배적이다.

상인동가스폭발사고와 삼풍백화점붕괴사고시 PC통신 이용자들이 보내온'잘살게 하지 말고명대로 살게만 해 달라'는 절규 섞인 메시지가 대형사고로얼룩진 우리나라 국민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 초유의 최대 참사로 기록된 이 사고는 분명 거품 경제시대의 안전 불감증과 악덕 기업주의 얄팍한 상혼, 무책임 행정의 야합이 삼위일체로어우러져 빚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인재였다.

〈황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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