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엄마일기-솜이불

뜨거운 찻잔을 감쌀때의 느낌이 마냥 좋은 계절이다.얼마전 큰 추위가 있던 날이었다. 아파트 쓰레기통옆에 유난히 큰 더미의이불 보따리가 놓여져 있었다. 전날 이사간 사람이 버리고 간 듯했다. 솜이불, 캐시밀론이불 등 몇채가 들어있었는데 그다지 낡지도 않아 아직도 쓸만했다.

버려진 이불들을 볼때마다 지난 시절이 생각난다. 50대인 내가 어렸을 때는 이불이 얼마나 소중했던가. 이불이 모자라다보니 이불 하나를 여러 남매들이 함께 덮어야했다. 올망졸망 드러누우면 저마다 발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오곤 했지만 우리는 그런건 아랑곳없이 전신에 땀이 나도록 이불속에서 장난을 치며 재미있어하곤 했다. 잠결에 서로 이불을 잡아당기느라 아침에 일어나보면 이불깃이 터져있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그 초라한 솜이불이 얼마나따뜻했던지.

거기 솜이불속에선 형제지간의우애가 피어났고, 서로가 양보하는 이해심도 있었으며, 상대를 생각할 줄 아는 마음도 있었다. 요즘처럼 가볍고 화려한 이불에 비하면 겉모양은 너무도 초라했지만 어찌 요즘의 이불에 비할까.오늘날은 많지않은 자식에다 넉넉한 생활여건 때문일까, '우리'보다 '나, 내것'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다. 그러다보니 형제간이든 이웃이든상대를 생각해주거나 양보하는 배려가 없어진것 같다.

이 겨울, 버려진 이불보퉁이를보면서 왠지 빈 들판처럼 허허로운 마음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내 주위를 한번쯤 돌아보고 사랑을 나눌 줄 아는,솜이불처럼 따뜻한 온정이 그립다.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호반맨션 101동 1303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