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 세풍-전은 없고 후만 있는 일들

세계 유명매체의 올 10대뉴스에 많게는 3건, 적어도 1건은 제공해줬던 '월드뉴스'의 산실. 한국이 올해의 마지막 사흘을 남긴채 조용히 저물어 가고있다.세모에 간단찮은 소회나 감상이 어울리지 않지만 며칠 남지않은 금년안에의문점을 해소하고 가야겠기에 부끄럽지만 모르는 일 몇가지를 공개한다.**헷갈리는 구호정치

우선 '역사를 바로잡자'는 말의 근원과 배경이다.

원래 신한국당의 전신인 민자당의 공동 구호였던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가 어떤 역사의 필연성을 거쳐 '바로잡자'로 됐는지 헷갈리기만 한다.현재까지 파악하기로는 대통령이 전직대통령의 엄청난 부정축재를 보고 대단히 분노했다는 사실이 단초가 됐으며, 12·12담화에도 설명이 됐지만 사실전직대통령 부정은 그 이전에 이미 검찰등을 통해 내용을 알고있었다는 것이국민 일반의 판단이다. 새삼스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89년12월, 여야4당 영수들의 정치적인 합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사상 처음으로 전직대통령의 골목성명도 봤고 '증거인멸, 도주의 우려'등으로 새벽에 압송되는 모습도 보는등, 국민들은 눈요기만 싫지않게 했을 뿐 더이상은 알수가 없다.

모르는 것이 어디 이뿐인가. 부정축재금액으로 두차례 선거를 치렀고 여당의 경상비로 충당했으며대선에도 소용됐는데 이것 모두는 접어둔채 역사만바로잡겠다니 이 논리를 무슨수로 이해할 것인가. 검찰이 밝힐때 까지 기다리면 될 일인가. 모를 일은 또 있다.

**국민의사 먼저 확인

이른바 '개혁수혈'로 불리는 공천 물갈이가 본격화 되고 있는 현상이다.멀쩡하던 정계의 중진들이 하루아침에 후진양성등을 이유로 줄줄이 정치판을떠나는 이유는 뭣인가. 아닌게 아니라 문민정부 이전시대처럼 모처로 불려가서 '주사'를 맞았는지, 도무지 전은 없고 후만 있는 형국이다. 그들을 선출해 준 국민들의 의사는 확인했는지, 물러가게 한 객체가 있다면 그들이라도유권자들에게 대신 물어봐 줬는지 도무지 민주라는 개념과는 연결이 되지 않는다. 더욱 알수없는 일들은 이들이 물러간 자리에 어느 신문 발행인, 어느종교연합의장, 무슨 환경단체 간부, 전 어느 정당 사무총장등 국민들의 의식속에는 그다지 친숙하지못한 사람들로 채운다니 이제부터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재야운동부터 하고 볼일이다.

실정법을 어겨 교도소에 몇차례 들락거리면 더욱 금상첨화인 셈이다.그뿐인가. 여권의 지도체제 개편논의는 심심하면 떠오른다.사퇴를 하겠다며 버티던 대표위원을 대통령이 말려서 주저앉힌지 몇주일이지났다고 또 흔드는지, 흔드는 사람이나 흔들리는 사람 모두가 딱한 일이다.요컨대 '역사 바로 세우기'만 내세우면 어떤 주장이라도 최소한의 명분은얻고 보는 것이 최근의 정치판인 성싶다.

그들의 논리인즉 이렇다. '두 전직대통령을 구속하는등 역사 바로 세우기작업을 하면서 현재의 대표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것이다.

**깜짝쇼 이젠 안될말

대통령의 야당시절, 즐겨하던 주장중의 하나가'예측 가능한 정치'였다.그시절 현실정치의 판세를 예측하지 못할 경우, 정치생명의 사활이 걸릴수도있었으니 야당총재로서는 절실한 얘기였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으로 변신한 지금, 아무도 정치권의 앞날을 예측할 수없다. 각료인선에서, 정치판 구상에서, 야당관계에서 등등 모든분야에서 그는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깜짝쇼란 것은 조그만 야당을 경영하면서 불시에 당직개편을 발표할때나씀직한 수법이다. 그 바탕엔 애정이 깔려 있으니까.

(최창국 ·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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