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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가방과 샌드위치 어린이

요즈음 어린이들은 웬만하면 가방을 서너 개는 더 가지고 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가방은물론이고 방과 후에 다니는 학원 수만큼 가방을 바꿔가며 들고 다닌다. 음악가방에는 악보, 미술가방에는 스케치북 하는 식이다. 게다가 학원을 종종 바꿀 경우에는 울긋불긋한 가방이 수두룩하게 쌓일 지경이다. 버리기에는 아깝고, 계속 쓰기도 곤란하다.

그것은 바로 가방이 별로 실용적이 아닌 탓일 뿐만 아니라 덕지덕지 눌려 찍힌 학원 이름 탓이다. 학원에 처음 등록할 때 아예 가방 값이 등록금에 포함되거나 자기 학원 가방을 강요받기도한다. 물론 어린이는 새로운 가방이라 좋아하고, 나아가서 그 집단에 소속되는 안도감을 가방에서부터 챙긴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이젠 미키마우스 정도는 찍힌 폼나는 가방이라야 직성이풀린다. 이래저래 가방 소비가 늘고 폐품만 느는 것이다. 책과 문구를 지니는 가방이 일회용 소모품이 된 것이다. 이것 또한 무시 못할 환경문제 아니겠는가.

또한 이러한 가방은 곧 학원 선전물이며 상호를 찍은 간판인 셈이다. 코흘리개 어린이는 거리를나다닐 만할 때부터 학원 선전원 노릇을 강요받은 것이다. 그 큰 가방에 끌려 다니는 꼴이다. 이젠 윤리문제라 할 만하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거리의 샌드위치맨처럼 학원 선전하는 가방꾼이 되길 원하겠는가? 어린이 가방문제는 과욕적인 부모와 학원의 상업주의와 무심한 사회 탓이다. 교육한답시고 어린이에게 과소비와 선전부터 가르치면 곤란하다.

그 어느 문화에도 드문 보자기를 고안해 낸 지혜를 지닌 우리인데, 컴퓨터시대에 가방하나 제대로 못 만들겠는가? 광고는 물론 없이 튼튼하고 맵시있는 가방 하나로써 유치원에서부터 수년간애용하고 잘하면 초등학교까지 자랑하거나 동생에게 물려주는 그런 가방은 없을까? 가방이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 아니듯이, 가방이 많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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