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철 慶州우회

"政府 '왔다 갔다'...지역갈등 조장"

경부고속철도 경주통과 노선과 관련 건설교통부와 문화체육부간의 1년여에 걸친 줄다리기는 문체부쪽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경주통과노선에 대한 논란은 매듭지어졌는가. 유감스럽지만 아니다. 부처이기주의에 매몰된 한심한 발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건교부는 도심통과노선이 좌절되면서 딴죽을 걸고 있는 인상이다. 건교부는 문체부안을 수정한우회노선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또 경주시 내남면 월산리를 고속철도 경주역사 예정지로 검토하고있다는 설을 흘리고있다. 게다가 역사만 세우고 신도시 건설은 백지화하겠다며 문체부안에 재를 뿌리고있다.물론 문체부안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문체부가 기술적인 문제를 검토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그렇다 해도 월산리에 경주역사를 세우겠다는 건교부의 발상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건교부는 월산리가 문체부와 건교부 노선안이 합치되는 곳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월산리는 여러가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월산리는 건교부가 북녁들에서 수정제안한 경주역사 예정지 이조리에서 남쪽으로 불과 2㎞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신라 문화의 보고인 국립공원 남산이훼손될 위험을 여전히 안고있는 것이다. 더욱이 월산리는 원삼국시대 이전인 석기시대의 생활유적과 도요지가 매장된 유적지로 알려졌다. 따라서 고고학계와 문화계의 반발이 불보듯 예상되는곳이다.

이와 관련 경북산업대 金載錫교수(도시및 교통공학)는 월산리에 역사를 건립하겠다는 건교부의방침은 체면을 세우겠다는 단세포적인 발상 이라고 비난했다. 金교수는 월산리에 역사만 건립하고 신도시 건설을 백지화하겠다는 말을 누가 믿겠느냐 고 덧붙였다. 결국 경주시민의 개발욕구를막지못해 월산리부터 경주시가지까지 개발로 인한 문화재 훼손이 오히려 확산될 것이란 얘기다.월산리는 중앙선과 동해남부선 등 경주를 통과하는 기존 철도와의 연계성도 썩 좋지않은 위치다.특히 월산리에 역사를 세우면 중앙선 철거를 통한 신라 왕경의 복원은 더욱 힘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월산리 일대는 지금까지 역사예정지로 검토된 지역중 가장 면적이 좁아 신도시 건설은 엄두를 낼 수 없는 입지조건을 갖고있다.

건교부가 월산리로 역사예정지를 수정제안한 속셈은 무엇일까. 단순히 자존심과 체면때문에 월산리 역사건설을 제안했을까. 월산리는 경주의 끝자락에 있는 곳으로 울산과 거의 맞붙어있다. 울산지역 주민들은 고속철도 역사유치를 간절히 바랐다. 이에 울산출신 국회의원들도 건교부장관에게역사유치를 강력하게 로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지는 우연의 일치인가.경주시민들이 다른 지역과 학계 및 문화계의 비난을 무릅쓰고 고속철도 도심통과를 소리높여 외친 것은 행여 역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갈까 걱정한 때문이다. 그만큼 경주시민들의 역사유치를통한 개발욕구는 절실했다. 신라 천년유적의 보존이란 명분에 눌려 개발에서 소외된 한을 고속철도 역사유치와 신도시 건설을 통해 풀어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건교부가 모를리 없다. 그런데 건교부가 월산리를 역사예정지로 고려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경주시민을 볼모로 당초 노선을 관철하려는 저의는 아닌가.

고속철도 경주역사 입지와 관련 건교부는 당초 도심통과를 전제로 북녁들을 제안했다. 그러나 문체부와 학계및 문화계의 반발에 부딪히자, 내남면 이조리로 수정했다. 그러나 이조리마저 국립공원 남산을 훼손한다고 문체부등에서 반대하며 건천역사를 주장하자, 이번에 월산리를 그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러한 건교부와 문체부의 대립은 경주시내 지역과 건천지역 주민들간의 불화를 야기했다. 이런판에 울산과 지근거리인 월산리에 역사를 건설하겠다는 건교부의 재수정안은 경주와 울산사이의지역간 갈등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역사가 울산 두동면으로 옮겨갈 것이란 소문도 나도는 실정이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은 국민들에게 피해만 줄 뿐이다.

〈崔美和.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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