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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어른들이 부끄럽다"

귀가길에 성폭행을 당한 여중학생이 이를 숨겨오다 산통으로 교실에서 병원으로 이송중 출산한사건이나 초등학생 소녀가장을 마을 청년들이 번갈아 성폭행하여 자살기도에 이르게 한 사실이신문지상에 보도되어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게 하더니, 지역에서도 의붓딸을 수년동안이나 성폭행해온 파렴치한 아버지가 구속되어 이젠 개탄을 넘어서서 깊은 슬픔을 자아내게 한다.성폭행이 비단 어제 오늘 있어온 일이 아니고 이미 몇년전부터 성폭행 발생률 세계 3위라는 수치스러운 위치에 올라 있는 줄은 익히 알고 있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 도가 지나쳐 도덕성 마비의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가해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들은 모두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동네 청년들, 자취하는 집 주인 아저씨와 아들, 계부, 학교 선생님, 유치원 원장선생님, 아파트 경비원, 3세 여아에게까지 성폭행한 대학원생이 그들이다. 이들모두가 정신병질자도 인격파탄자인 것도 아닐 것이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장소에서 의심하지않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는 성폭력이 여성과 아이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어 처벌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먼저 우리 사회의 점점 타락해가는 성문화에서 그 원인의 일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쾌락추구적 풍조, 또 이를 부추기는 상업주의, PC통신 등의 정보매체를 통해 홍수처럼 쏟아지는 성정보,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비정상적인 성을 부각시키는 음란비디오, 잡지, 만화등이 사람들을 마비시키고 또한 장삿속이라면 미성년자도 가리지 않고 이러한 음란물을 제공, 유포하는 어른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의식을 왜곡시키고 병들게 한다. 결국 자신의 이득과 쾌락추구를 위해서는 남을 짓밟는 것을 예사로 알고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가지지 않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인 성의식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없다. 빼앗는 성을 남성다움으로 오해하거나 성폭력을 범죄가 아닌 남녀간의 문제로 환원하여 피해자의 행실을 탓하는 것은 일반인의 의식에서뿐 아니라 성폭력범죄를 다루는 경찰 및 법조계의관계자들에게서도 흔히 목도할 수 있는 바이다. 또한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순결이데올로기는 성폭력 신고율을 낮추고 성폭력 범죄를 증가시키는 소지가 되고 있다. 신고를 막기 위한 강도행위와 부녀자 강간은 바로 그러한 실례이다.

성폭력은 명백한 범죄이며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그것은 씻을 수 없는 죄악이다. 가해자에게 더욱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음란물을 제작, 배포하는 자와 미성년자에게 그것을 제공하는 자에게도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 음란물 추방에는 법적, 행정적 규제 뿐아니라시민들,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나서서 신고, 고발하고 음란물 추방을 위한 대대적인 시민운동을 벌여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성의식과 지식을 교육하고 스스로를 방어하는 방법을 가르치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폭력 피해여성이나 아동을 상담,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에대한 적극적지원책이 필요하다.

〈계명대교수.가정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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