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사회에서 세계화라는 말은 일상언어의 하나가 되었다. 냉전체제의와해 이후에 치열해진 국가 및 민족간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하여 우리 정부가 세계화의 구호를 줄곧 앞장세운 덕택이다. 그런데 중앙의 높으신 어른들이 제창해온 세계화의 구체적 내용들이 일반 국민의 일상생활수준에 이르면 주변적 사항이 오히려 핵심적 기준으로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 주객전도의 사례발생은 보통사람들이 개념적으로 복잡하거나 추상적인 것보다도 단순명료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을 따르기가 쉽기 때문이다.
청소년 三個化 확산
세계화를 통해 지금까지 나타난 우리 국민들의 행태는 크게 세가지 붐으로 나타난다.
첫째, 해외여행의 붐이다. 이미 여권신청접수에서부터 추첨을 통해 발급할 정도로 업무량이 폭주한다는 것이다. 둘째, 영어과외의 붐이다. 요사이 유치원생마저영어공부하랴 바쁜 실정이고 벌써 초.중등학생들의 해외어학연수는 부유층 자녀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셋째 인터넷이용의 붐이다. 너나 할 것 없이컴맹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하지만 세계 각처의 정보를 탐색하여 지식을습득하는 통로로써 인터넷에 대한 관심은 열병처럼 확산해가는 추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다가오는 21세기의 주역인 지금의 청소년들은 아예 세계화라고 하면 유행처럼 번져가는 해외여행, 영어과외, 인터넷이용이라는 세 개화(三個化) 로 받아들이는 듯한 인상마저 들게 한다.
이득보다 손실 많아
과연 세 개화 가 세계화 일 수 있을까? 올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에서 지출하는 돈은 줄잡아 80억달러에 이르고 여행수지의 적자폭도 25억달러를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값비싼 대가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중에 보여준 추태때문에 한국인의 이미지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유럽의 고급호텔에서는 한국의단체여행객에 대하여 물품사용 보증료를 특별히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아무리 영어가 국제공용어로 자리매김을 하였다하더라도 외국어학습이라면 왜 유독 영어만 가르쳐야 하는지 안타깝다. 다가올 시대에는 오히려 비영어권의 국가들과 활발한 교류를 할수 있는 인재를 두루 키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우리 교육이 일부 선진국만을 모델로 하였기 때문에 국민들이 편협한 세계관과 뒤처진 국제감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않다.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차라리 소홀히 해온 한문을 포함한 다른 외국어 학습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할 줄 안다.
그리고 일부 학생들은 컴퓨터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지만, 대부분은 오락게임을 하거나 때로는 음란물을 관람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측면이 짙은게 현실이다.
이렇게 보면 다른 나라 사람 사귀기 와 문화 익히기 를 빼놓고 치르는 해외여행, 외국어학습, 인터넷 이용은 당사자에게나 국가적으로나 이득보다는 손실이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도층 인식전환 기대
우리는 문명사적으로 세기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문명을 창출하기위한 대비와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마당에서는 개방적이고 창의적이면서 융통성과 유연성을 지닌 사람들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새로운 문명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세 개화 는 도저히 곤란하며, 적어도 새 개화(新開化) 의 정신을 심고가꾸어야만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화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홍익중심의 문명개화라는 한민족 의식개화를 밑바탕에 두고 추진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사실 남북협상에 아무런 진척도 없이 민족통합마저 뒤로 미룬채 세계화를 자꾸만 주창하는 것은 공염불에 가깝다. 남들보다 많이 배워서 실력있는 학실(學實) 한 지도층에서부터 세 개화에서 새 개화로 확실하게 인식전환하는데 앞장설 것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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