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하면서 속도를 늦춘 앞차를 직진하던 뒤차가 진로를 방해한다고 위협하다가 전복시킨 사건이 발생해 난폭운전자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앞차는초보운전자였던 모양이고 뒤차의 운전자는 성질이 상당히 급하고 고약한 사람이었으리라. 혀를 찰 일이기는 하지만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그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운전을 하는 중에 차량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욕설을 바가지로 들어본 경험이나, 급한 마음에 천천히 달리는 앞차에 짜증을 내본 경험없는 사람이 있을까. 거리 전체가, 아니 어쩌면 사회 전체가 속도를 내지 못해 조바심에 사로잡힌 것 같다.
어디 자동차만 그런가. 언제부터인가 주위에는 온통 바쁜 사람들 뿐이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기고 마음은 허둥댄다. 사전에 어렵사리 조정하지 않고는 사람 만날 약속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어제까지 편안하게 쓰던 컴퓨터가 내일이면 처리속도가 느려 더 빠른 컴퓨터로바꾼다. 일과 일사이에 토막난 자투리 시간이 되면 무언가 할 일을 잊고 있는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바삐, 이렇게 서둘러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는 것일까.낮잠을 자다가, 나무 열매 떨어지는 소리를 누군가 자신을 해치러 온걸로 알고놀라 달아나는 여우, 꾀돌이 여우가 달려간다면 무언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 뒤를 따라 달리는 호랑이, 막강한 권력자 호랑이가 달리니 무언지 중요한 일이려니 싶어 따라 달리고, 다들 달리니 그래야 하는가 싶어 뒤따르는 동물들.
혹시 우리는 지금 이솝우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기계화된 속도에 올라타 여유있는 삶을 상실한 채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경북대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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