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흔일곱의 실업자 김모씨. 그는 불과 한달전 까지만해도 포항철강공단내 대기업 직원이라는 자부심속에 나름대로 과장 부장자리의 야심찬 내일을 그려보는 잘 나가는 회사원이었다.고교동창모임에서도 그는 늘 자신감 넘치는 대기업 사원으로 비쳐졌다. 그러던 그의 요즘 일과는신문 구인광고와 거리의 생활정보지를 들추는 것이다. 지난달 회사가 45세이상은 명예퇴직, 그와같은 30대에게는 희망퇴직이란 감원방식으로 잘라낸 2백명의 사표대열에 끼이고 나서 생긴 일과이다. 여기 저기 구인광고를 보고 부지런히 전화를 걸어보지만 자리도 잘 없고, 간혹 제시하는대우는 종전에 비해 너무 형편없어 힘없이 수화기를 내려놓기 일쑤다.
포항철강공단내 ㄱ사의 마흔한살 과장인 이모씨. 올해로 입사 14년째인 그의 요즘 심경은 불안하고 초조하고 그리고 한편으로는 분하다는 생각뿐이다. 회사가 올 연말까지 관리직 사원 감원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판이니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단두대에 오를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집과 회사만 오가며 산 게 고작인데 막상 허허벌판에 툭 떨어질 날만 남은 것같아 솔직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미리 회사를 빠져 나갈 방도를 궁리해 보지만 뚜렷한 대안도 없어 그저 막막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강단지인 포항에도 감원바람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한창 일해야할40~50대들이 하루 아침에 명예 라는 희한한 꼬리표를 부치고 퇴직대열에 길게 늘어서고 있다.최근에는 30대 까지 감원대상으로 삼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어 봉급생활자들의 얼굴에는 실직위기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포철이 지난해 1천4백여명을 내 보낸 것을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감원바람은 올들어 전 계열사로확산, 포스코 개발 2백명, 포철로재 3백명, 포스틸 2백명 등 2천명이 넘는 봉급자들이 회사를 떠났다. 일부 계열사들은 현재도 계속 명퇴 대상자를 모집중이어서 올 연말까지 전체 퇴직자는 2천5백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포항공단내 ㅅ, ㄱ등 지역내 다른 그룹사의 계열사들도 올 연말까지 관리직 사원의 상당수를 명예퇴직 등의 방법으로 대규모 감원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같은 감원바람은 대기업의 협력 하청회사 등 중소업체에 까지 번지고 있어 직장인들 사이에는하루살이 인생 이라는 자조적 유행어가 돌고 있다.
구미공단의 감원바람은 올해초부터 일부 대기업을 필두로 몰아쳐 올해말쯤에는 대대적인 감원회오리가 불어닥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업체 사원 특히 나이가 비교적 많거나 대리급 이상 부장까지의 사무직종 사이에는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눈에 띌 정도로 공단 분위기가 얼어 붙고 있다.
섬유회사인 ㅋ사는 올 3월 노조원을 제외한 비노조원을 대상으로 명퇴를 실시, 2백명을 감원시켰으며, 명퇴조건으로 보상금 형식으로 30개월분의 월급을 추가 지급했다.
전자회사인 ㄷ사의 경우는 5백여명을 감축키로 하고 자연 퇴직에 대한 충원을 않는 한편 명퇴 희망자를 받는 방식으로 감원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올 연말쯤에는 본격적인 감원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전자회사 ㅎ사는 현 인원의 20%% 정도를 감원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퇴직자는 4백명선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공단내 대기업들은 또 경비원 운전기사 등의 직종까지 감원에 포함시켜 이들을 내보낸 뒤 경비업무와 출퇴근 버스 운행 등은 용역회사에 맡겨 경비를 절감하는 감량작전을 펼 정도이다.대구은행은 이미 1년전 금융계에 불어닥친 감량경영 바람에 휩싸여 모두 44명의 직원을 명퇴시켰다.
구미공단 관계자는 우리나라 굴지의 ㄱ, ㄹ회사 역시 겉으로는 감원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내부적으로는 추이를 보아가며 감원작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구미공단내 한 전자회사의 생산직 과장인 이모씨(50)는 회사는 공정 자동화와 전자부품의 불경기를 들먹이며 현재 인력의 50~60%%는 불필요하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며 그간 선뜻감원을 하지 못하던 회사들이 유행처럼 번지는 감원추세에 너도 나도 편승하는 것 같아 불안하기짝이 없다 고 말했다.
이같은 감원바람이 언제 자신의 직장에도 불어닥칠지, 직장을 나가서는 무엇을 할지, 샐러리맨들은 지금 우울한 가을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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