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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제갈부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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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차다. 당돌하기까지 하다. 이 세계가 어떤 세계라고 징치고 장구치고 소리까지 한다. 제갈부선(24.여). 무녀수업이 한창이라고 하지만 벌써 별신굿판에서는 한판거리쯤 자신있어 할 만큼 어엿한 무녀로서의 성숙미를 보여준다.

그도 무녀로서의 마지막 세대임을 직감하지만 그러나 결코 이 업은 끊어질 수 없다고 믿고있다.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치과간호보조사로 3년간 일하면서 끝내 핏줄의 그 엉김을 이기지 못해 그것도 몇달전 이 길로 들어선 것이다.

김석출의 둘째 딸인 김영희의 둘째딸. 지난 추석때 울산에서 외할아버지인 김석출과 별신굿을 벌이면서 그곳을 첫 무대로 삼았지만 그러나 이 험난한 길을 이미 예상했던지 평소에 무업을 갈고닦은 보람으로 굿판의 관객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없다.

"솜씨 있는 무녀가 되어야지요". 현대 감각을 살린다는 말인가. 너무 세련된 말솜씨가 되레 분위기를 잡칠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오늘의 무속을 더 훤히 보이게하는 역할을 하는것 같다.외할머니로부터 온갖 무속사설을 익히고 식구들로부터 배운 무속사물 솜씨로 그는 이미 별신굿판에서 뺄수 없는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무속세계도 앞으로는 연기력이 좌우합니다. 모든 무악은 기본입니다. 소리도 멋스럽게 읊어대야하며 춤은 말할것도 없지요. 이런 사람을 종합예술가라 할 수있을까요"

몇주전 포항시 구룡포읍 삼정리 3년짜리 별신굿판에서 만난 그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신나게 징채를 휘두르는 폼이 이미 예사내기가 아님을 말해주었다. 이 날도 굿판이 시작되면서 그가 나서꽹과리가 잔 가락을 내기 무섭게 첫 박을 두텁게 울려 무악사물의 박을 확실히 짚어 주었다. 놀랄 일이다.

굿은 시작되었고 다른 사물이 소리를 막으면 그는 징으로 다시 소리를 열어 주며 판을 달궈갔다.정말 바람같이 이끌어 갔다. 그래서 징소리를 바람에 비유하는가 보다. 가만히 치면 부드러운 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며 마치 그녀의 일기장을 펼쳐보이듯 아슬아슬하고, 지이잉하고 힘있게 치면그녀의 일기장이 닫히는듯 무상한 변화를 보인다. 그래서 징소리는 더욱 바람이다."나로서는 이제 시작이니까 온 가족이 더욱 신나는 굿판을 만들수 있도록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가능할까요?"

아무리 삐딱하게 보아도 그것이 가능할것 같다.

〈金埰漢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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