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7매일신춘문예-시 당선작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의자·계단·창문

낡고 삐걱거리는 나무의자에 앉아

그녀는 창 밖을 건너다 보며

태양의 느린 걸음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지겨워, 라는 중얼거림이

하루종일 구름 몇 송이로 떠 다녔다

암수 붙어 해롱대며 날아가는 잠자리들이

엑스트라처럼 그녀의 창문을 지나갔다

은빛 날개 번쩍이며 하늘의 전령사라도 되는 듯

비행기 한 대가 바쁘게 비명 내지르며 달려갔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새들은

그녀가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의 떠나가는 뒷모습처럼

하늘 깊숙이 점점이 침몰해갔다

모든 것들, 그렇게 아무 일 아닌 듯 그녀의 창문을 다녀갔지만

그녀의 창문 같은 수많은 창문들을 지나 발랄하게 제 갈 길 떠나겠지만

죽을 때까지 떠나지 못할 키 큰 나무 한 그루,

사랑이란... 그 끔찍하게 지겨운 기다림?

지겹고도 지겹게 그녀는 그 곳에 앉아 있었다

마치 못박혀 있는 듯, 정물처럼

어쩔 수 없이!

키 큰 나무, 어느 날 그녀에게 사랑을 가르쳐줄 때까지

〈내 몸 속의 무수한 계단들, 하늘이 날 부르면

난 매일 휘파람 불며 그 계단들 오르며 내 얼굴을 버리지

내 몸의 창문들, 그 수만 개의 이파리들 활짝 열면

바람과 햇빛들 놀러와 나를 투명하게 반짝여대지〉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지난 21일 경기도 연천군에서 북한의 목함지뢰 폭발로 육군 간부 3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에 대해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뢰가 북한의 것일...
올해부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의 통상임금 지원 상한이 월 250만원으로 인상되었고, 자녀 연령이 만 12세 이하로 확대되며, 최대 3년...
추석 연휴 동안 고속도로 구간단속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휴 실종 신고는 5천155건으로 하루 평균...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