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보사태-여야 연루인사 거론 배후

"피어나는 권력내부 음모설"

한보사태와 관련한 파문이 정치권으로 확산, 여권의 핵심인사가 언론에 한두명씩 거론되는 등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음모설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10일 일부언론에 총선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보도된 신한국당의 김덕룡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자청,자신의 결백을 강조하면서 "무슨 장난과 음모가 있는 것 같다"며 "하도 해괴해서 진실의 뿌리를캐내면 배경에 무엇이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의혹설을 제기했다.

그는 정치적 음해 가능성을 되묻는 기자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내 입장에서 의심이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동안 무성하던 정치적 음모설을 처음 공식적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김의원은 그러나 구체적으로 염두에 두는 곳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고 했다.

김의원의 지적대로 한보의 정치권 연루설에 대한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의구심이 드는 구석이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뭔가 앞 뒤가 맞지 않는 '구린내 나는'대목이 지적된다.통상적으로 대형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될 경우, 연루 정치인거명은, 특히 그 주인공이여권내 핵심인사라면 최후 순간까지 가급적 신중을 기해 왔고 검찰도 보안에 극도로 신경썼다는점에서 한보사태는 이례적이다.

먼저 언론에서 관련인사를 구체적으로 거명하고 검찰은 발설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하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정관계자'같이 불분명한 출처가 거론된다. 그리고는 검찰에서 추후 이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본말이 완전히 전도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두고 청와대가 검찰수사를 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여권 일각에서는 김의원의 말처럼 권력내부 음모설이 뭉게뭉게 피어 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둘을 조합하면 김의원이 제기한 음모설의 윤곽이 잡힌다. 여권내 특히민주계 내부 알력설이다.즉 한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거나 공멸위기에 몰린 민주계 보존을 위해 '누군가 짐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자신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김덕룡 희생타설'이다.

또 아직 근거가 약하기는 하지만 민주계 내부 경복고출신(김현철, 김의원, 이원종정무수석) 대 비경복고출신들 간의 알력설도 있다.

물론 정치권 일각에선 아직도 김의원과 홍인길의원의 이름이 초반에 대두된 것을 두고 김대통령의 추상같은 의지반영으로 보려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초점을 벗어나는 것 같은 검찰수사 진척상황에 비춰 볼 때 그보다는 알력설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대선주자들 간의 알력에다 김심(金心)과는 거리가 있는 세력의 김대통령에 대한 압박작전에서나온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한보사태의 파문이 커지면 커질수록 집권 핵심은 타격을 입게 되고반면에 이들의 목소리는 더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여권일각에서 법조계 내에 막강한 인맥을구축하고있는 이회창고문측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 파문의 후유증으로 나타날 여권내 계파간 힘의 균형도 관심거리다. 이런 관점에서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계에 대한 비민주계의 반격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융권에 엄존하고 있는 TK세력의 마지막 반격이라는 주장도 있어 흥미롭기는 하다.

사실 이번 사태로 PK세력과 민주계는 회복이 힘들 것 같은 타격을 입었고 반면 TK와 민정계는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이들이 뚜렷하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주가상승의 기미를 보이는 것도 주목거리다. 그러나 이들 주장은 아직 근거가 약해 보인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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