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부총리 '실명제 보완론' 꼬리 내릴까

강경식(姜慶植) 부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금융실명제의 보완은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7일 김영삼 대통령이 강부총리에게 "금융실명제의 골격을 건드리지 말라"고 지시한 것은 현행금융실명제를 그대로 가져가라는 의미라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다.

물론 김대통령이 "합리적인 보완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충분한 공론과정을 거쳐라"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에 강부총리의 복안이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것이다.그동안 강부총리가 내세워온 '기본골격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보완'의 골자는 대략 두가지.우선 현행 금융실명제를 지하자금의 양성화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즉현행 금융실명제는 부정부패의 척결이란 경제외적 목적에 너무 치중되어 있어 지하자금을 지상으로 끌어올리는데 실패한 만큼 검은 돈을 산업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실명전환하지 않는 자금에 대해 최고 예금원본의 최고 60%%까지 부과하게되어 있는 과징금을 10%%선으로 낮춰 이 정도의 과징금만 물면 실명전환하는 자금에 대해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하되 자금소유자의 신분은 알 수 있도록 기명(記名) 장기채권을도입하는 방안이다.

강부총리 취임 이후 재경원내에서는 이같은 방안이 강부총리의 말 그대로 기본골격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보완이 될 수 있을지를 놓고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져 왔다.

그러나 대체적인 결론은 이같은 방향으로 보완이 이뤄질 경우 그것은 보완이 아니라 후퇴로 비쳐질 가능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유인책을 제공해도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것이 지하자금의 속성인 이상 기명 10%%의 과징금만 물면 자금출처조사를 면제받는다 해도 실명전환할 자금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란 실효성의 의문도 제기됐다.

또 자금출처조사 면제 자체가 금융실명제의 기본정신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 있는 것인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란 의견도 많았다. 이는 결국 금융실명제의 기본정신과는 배치된다는 의미이다.더욱 큰 문제는 금융실명제가 시행된지 3년이 지나면서 정착단계에 와있는 시점에서 또다시 보완이라는 이름의 변형을 가할 경우 엄청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규정에 따라 과징금을 물고 실명전환한 사람만 불이익을 받게 되는 점도 정부의 신뢰성에 큰 먹칠을 하게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같은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앞으로 금융실명제의 보완이 이뤄져도 국민생활에 불편을 줄이는정도의 지엽적인 문제해소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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