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물전쟁 을 대비하자

요즘 한치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한국 정치판과 맞물려 시청자들의 관심과 인기를 모으고 있는 TV드라마 용의 눈물 은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형제도 죽일 수 있는 끝없는 인간의 욕망을 그리 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형제들을 죽여가면서까지 대권을 잡은 방원(태종)은 그렇게 어렵게 잡은 권력을 재 임도중 스스로 세종에게 물려주고 하야(下野)했다.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 손에 쥔 대권을 스스로 내놓은 것이다. 사임 동기는 태종 말 년의 극심한 가뭄이 그 이유의 하나였다고 한다.

문헌비고 에 의하면 나라의 가뭄이 통치자인 자신의 부덕함에 있다고 여겨 그러한 하늘의 뜻 을 따라 세종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4년후인 세종4년 음력 5월 10일 임종때도 내가 죽어 넋이라 도 살아 있다면 반드시 이날만은 비가 내리게 하리라 는 유언을 남기고 운명했다. 그 후로 그날이면 반드시 비가 내렸다고 하여 농가에서는 5월 10일에 내리는 비를 태종우(太宗 雨)라고 부른다.

마침 내일(22일)이 세계 물의 날 이어서 경주, 안동, 청송지방의 가뭄걱정과 함께 태종우 이야기 를 곁들여 다가올 21세기에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물전쟁 과 우리의 물에 대한 의식 개혁을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20세기가 석유자원에 의한 지구 분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이 국가 분쟁의 원인이 되는 시 대가 될 것이다 는 경고가 나온 것은 재작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 물심포지움에서 세계 물정 책연구소 샌드리 포스텔 소장의 발언에서다.

물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는 강(江)들은 전세계에 2백14개. 세계인구 40%%가 먹는 물 문제로 고 통을 받고 있고 어떤식으로든 해결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의 물자원, 소위 수자원 예비율이 94년에 7%%였지만 불과 3년후인 2000년대에 들어가면 2%%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 이 시간에도 우리의 물소비 문화는 수자원 예비율이 나 물전쟁같은 곧 발등에 떨어질 경고나 재난의 위해에 대해 근심조차도 않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의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선지 벌써 2년. 그러나 영국이나 일본, 대만에 비기면 아직도 멀었다. 그런데도 물소비량에서는 하루 1인당 3백98리터로 영국이나 대만보다 많고 일본, 독일보 다도 국민소득에 비해 엄청나게 헤프게 쓰고 있다.

더구나 부엌에서의 물소비문화는 OECD선진국들과는 비교 자체가 안되는 수준이다. 물을 오염시 킨 뒤 다시 물을 살려내는데는 물밖에 없다.

생활폐수 관리문화가 얼마나 비선진인가를 보여주는 예를 보자.

한국 최대의 댐이라는 소양강댐과 충주댐은 한해 46억톤의 물을 팔당으로 내보내 한국의 심장부 인 수도권 지역에 흘려보낸다. 그러나 이중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로 사용하는 물은 불과 17억톤 나머지 28억톤은 각종 생활오수로 더러워진 한강을 깨끗이 씻어주고 정화시키기 위해 소모해 버 린다.

물자원의 낭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예다. 부엌에서 무심코 버리는 식용유 한스푼으로 오 염된 물을 다시 정화시키는데 드는 물의 양은 19만배가 넘는 2천톤이다. 된장국 먹다 버리고 나 서 다시 맑게 하는데는 7천배가 넘는 1천4백톤의 생수가 소모된다. 라면 국물 한컵 버리면 5천배 가 넘는 7백50톤의 물이 낭비된다.

21세기에 물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이런 물소비문화 의식으로 가다가는 일본이나 중국과 물 한바 가지에 승용차 1대씩 맞바꿔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자연환경에 의한 물기근을 자신의 부덕으로 인식하고 대권까지 넘겨주는 왕조시대 통치자의 물에 대한 인식같은 진지함이 오늘날 우리 정치권에도 눈꼽만큼이나마 보여진다면 우리의 물소비문화 에도 자성의 바람이 저절로 불어오리라 믿어진다.

북부지역 가뭄과 세계 물의 날을 맞으면서 21세기의 물전쟁을 내다볼 줄 아는 정치권과 국민 모 두의 슬기를 기대한다. 오늘 저녁부터라도 당장 우리집 물부터 깨끗하게 아껴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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