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 '세풍'-나라살리기와 나라 만들기

"홍종흠〈논설주간〉"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의 대전방문에서 일부 당원들이 당명(黨名)개칭을 건의했다는 보도는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보비리와 김현철비리 의혹으로 집권당의 인기가 떨어지니까 현재의 당명으로는 선거에 불리하다는 계산에서 그런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당원이 현재의 당명을부끄럽게 여기거나 마땅찮게 여기는 것은 단순히 선거만을 의식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집권세력으로서 국민의 불신과 지탄을 받고있는 극한상황을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실패한 '새로운 한국'

이는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당초 신한국당(新韓國黨)이란 이름을 지을때의 깊은 뜻이 실패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신한국당이란 이름이 김대통령의 '새로운 한국' 만들기를 추진할정치세력의 결집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새로운 한국'도 만들지 못했고 그것을 위한 정치세력화도 좌절된 것이다.

김대통령의 신한국만들기는 무엇인가. 92년 대통령선거에서 42%% 득표율의 지지를 받은 것은 안정확보 능력과 '한국병 치료'라는 개혁공약 때문이다. 다수의 국민들은 김대통령에게 나라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부정부패, 정경유착, 비능률, 불필요한 규제등 30년간 쌓여 온 군부출신 집권기간의 병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 건설을 맡긴 것이다. 김대통령은 4년여의 집권기간동안 사정과개혁, 역사바로세우기, 세계화 등을 새나라 건설의 목표로 내세우고 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과많은 부패관련 정치인·고위공직자를 감옥에 보내고 금융실명제등 숱한 개혁작업을 단행했다. 만만찮은 반발과 부작용도 따랐지만 어쨌든 그것은 국민의 요청을 받아들인 새로운 나라만들기 과업의 추진이라 할 수 있었고 그래서 국민들도 4·11총선에서 국회안정세를 다시 확보시켜 주었다.

다른한편 김대통령과 신한국당의 국정수행에는 새로운 나라 만들기의 요란한 작업과는 대조적으로 멀쩡한 나라 망치기 인상을 더 진하게 풍겨왔다. 대형사고, 대형참사는 말할 것도 없고 단군이래의 최대 역사라고 하는 경부고속철도사업은 국가예산을 거덜나게 할 단군이래의 최대 부실사업이 되고 있다. 거기다 한보비리와 김현철비리 의혹은 지금까지의 개혁작업을 무위로 돌려놓았고,김대통령의 개혁진의를 근본적으로 의심케하고 말았다. 아울러 신한국 만들기의 기수가 되어야할 신한국당의 많은 국회의원들도 '깨끗한 정치'구현을 표방했으면서 거꾸로 '더러운 정치'의 늪속에 더 깊이 빠져들었고 정치권전체의 부패를 확대촉진시키는 촉매역할마저 맡았던 것이다.*포기할 수 없는 '新'한국

결국 한국병의 치료는 고사하고 한국병이 대통령의 자녀에까지 번질만큼 골수에 깊어졌다. 새로운 나라만들기는 이제 망친 나라 살리기로 바뀌고 말았다. 온나라가 침체된 나라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러나 누가 어떤 방법으로 나라를 살릴 것이며 새로운 나라만들기는 포기해야 할것인지, 자문(自問)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쉽사리 해답을 낼수는 없지만 궁극적으로 국민의 각성만이 나라를살릴 수 있고, 국민이 행복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 새로운 나라만들기는 포기할 수 없다.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제 국민의 선택 남아

개혁의 기치를 걸었던 현정권이 구악에서 헤어날수 없었던 것은 30년 권위주의 정권의 반사이익으로 탄생된 태생적 속성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여야를 막론한 3김정치 체제는 모두 그같은 반사이익 속에 온존해왔고 그런만큼 이전의 부패관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지금 차기정권을 맡겠다는 예비후보들이 뛰고 있다. 국민들은 구악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을눈여겨보고 그들중에서 나라살리기와 새나라만들기의 역량을 가진 사람을 골라 지금부터 힘을 모아주고 이 위기를 극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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