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공산 일대의 실태

경북지역 팔공산자락은 이미 농촌이 아니다. 대도시 유흥가를 뺨칠정도로 여관·식당등 소비시설이 들어서있다. 그러나 이런 시설들이 빈틈없이 들어선 모습에서는 균형을 찾을 수 없다. 대구·경북지역의 최대 녹지공간인 팔공산을 개발하면서도 집단지구 고시나 장기계획을 세우지 않은 탓이다. 미래를 염두에 둔 개발이 아니라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 자연환경을 무분별하게 훼손시켰다는 비난을 사고있다.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 가산산성과 파계사로 갈라지는 삼거리 일대는 23개의 여관이 난립,여관촌으로 불리고있다. 올들어서만도 신규허가를받아 신축중이거나 설계중인 것이 11개에 이른다. 가산산성 방면으로 올라가면 도로변은 물론이고 계곡 곳곳마다 식당이 즐비하다. 작은 식당까지를 합치면 모두 1백32개다. 이처럼 식당이 많이 들어서다보니 일부에선 장사가 안된다며 울상을 짓고있다.

팔공산 동편자락인 영천시 청통면 치일리 은해사 일대도 러브호텔과 식당이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고있다. 은해사 입구인 계포리일대는 그동산 관광농원이외에는 여관·모텔등 숙박시설이 없었으나 지난해부터 숙박시설이 속속 세워졌다. 지난 95년 청통파출소옆에 여관 3개소가 들어서는등은해사 입구에 지난 2년동안 들어선 여관등 숙박시설은 모두 7개다.

영천시는 또 이일대에 온천단지인 치산관광단지 개발계획을 세우고 현재 사업을 진행중이다. 신령면지역에는 산자락을 깎고 토석을 채취한후 세운 전문대 건물이 들어서기도했다. 경산군 와촌면 음양리 팔공산아래도 사정이 마찬가지지만 이지역은 자연경관이 빼어나 도로변의 경우 관광휴양지로 개발돼야하는데도 공장허가신청이 늘고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대구 인근 농촌지역의 본격적인 위락시설 난립은 지난 94년 준농림지역에도 근린생활시설 건축이가능해지면서부터다. 칠곡군의경우 지난94년 4월부터 불과 3개월만에 16개의 여관신축허가가 쇄도하기도 했다. 그통에 칠곡군은 허가를 규제, 6건을 반려했다. 그러나 허가를 반려받은 건축주 2명이 잇달아 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 군은 더이상 허가서를 반려하지못할뿐 아니라이미 반려한 허가건도 모두 승인해주고말았다. 이후 경치가 좋은 땅에는 어김없이 여관·식당이들어서 농촌지역의 정서를 허물어뜨릴뿐 아니라 생태계마저 어지럽히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그러나 팔공산의 대구지역은 사정이 다르다. 대구시가 녹지공간 확보를 위해 가능한한 건축허가를 제한하고 있으며 설사 허가를 내주더라도 5층이상 건축을 규제하고 있다. 팔공산 순환도로를달려보면 대구시와 경북도의 경계는 여관·식당등이 들어선 양태를 보고 한눈에 알 수 있다. 대구시동구지역에는 아직 푸른 녹 지가 그런대로 살아있으나 경북경계로 들어서면 곧바로 삐죽이솟은 여관과 식당건물등을 만나게 된다. 경북지역의 신축건물들과 달리 대구지역 건물들은 최근것이 아니다. 팔공산에서만은 대구가 오지이며 경북은 번화가다.

여관·식당의 난립은 환경오염을 불러온다. 이들업소들에서 나오는 오폐수는 팔공산과 계곡을 멍들게 한다. 실제로 칠곡군일대 대형식당과 여관 10개소는 지난14일 정화조를 가동하지 않은채 오수를 마구 버리다 적발되기도 했다. 게다가 상당수 여관·식당건물이 농지를 전용, 농사지을 땅은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준농림지역의 근린생활시설물 건축과 개발붐은 땅값이 싼 지역에 건물을 신축, 이윤을 챙겨보려는 자본의 논리가 환경보전의 논리를 압도한 결과다. 토지 개발이익을 도시주민만 누릴수는 없다는 논리는 준농림지역 개발의 찬성론에 해당한다. 그러나 인위적 개발의 파급효과는 당장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잘못된 개발의 폐해는 엄청나다. 한번 개발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그러기에 전문가들은 개발에 앞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대식 영남대교수는 "90년대들어 추진된 토지이용규제의 완화는 경제논리를 충족시키는 대신 난(亂)개발을 조장, 환경보전이라는 정책목표달성은 어렵게 했다"며 토지이용규제의 완화가 도시외곽지역과 농촌지역에 미칠 파장을 심각하게 검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윤교수는 또 "도시외곽지역을 벗어나면 충분한 녹지공간을 만나고 이용할수 있어야하는데도 난데없는 아파트나 음식점,여관등이 들어서고 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라며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현세대와 미래세대간 복지의 균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