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현철씨와 김씨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차남 김현철(金賢哲)씨가 마침내 구속됐다. 지난1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면서도 여전히 '현철씨'로 성역에 남아있던 그는 이제 미결수 신분이 되면서 보통사람 '김씨'로 내려온 것이다. 문민시대 초기부터 항간에 나돌던 루머들이 실체를 드러내면서"죄가 있으면 벌을 받겠다"던 당당함이 3개월만에 고개를 숙인것이다.

김씨는 그동안 대통령의 아들로서 예우를 받았고 그래서 김씨아닌 현철씨로 성역을 만들어왔다.국민들이 그에게서 느끼는 배신감은 이제 더이상 제2의 현철씨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결심으로이어진다.

김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알선수재와 조세포탈혐의. 소위 '떡값'으로 불리는 대가없는 활동자금에 대한 탈세가 그 죄명중 하나다. 그자신 "동창으로부터 조건없이 도움을 받았는데 왜 죄가 되느냐"고 항변했다지만 그가 대통령의 아들이 아니고 또 그에게 지금 논란이 되고있는 '힘'이없었다면 왜 대가없는 돈이 주어졌겠는가.

무엇보다 떡값을 탈세로 처벌하기까지 고민을 거듭한 검찰의 입장을 헤아리면 김씨에 대한 표적수사를 놓고 어느누구도 이해하기는 커녕 '털면 더 나올것'이란 의혹이 일만큼 국민적 미운털이 박혔다는 증거다. 그가 개혁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하다 수구보수세력들에 밀렸다는 일부 주장이 더욱 공허해지는 대목이다.

아버지가 대통령이라고 아들이 특별한 지위나 권력을 가져서는 안된다. 또 그것을 용납하는 사회여서는 제대로 된 민주사회라고 할 수 없다. 김대통령의 아들 김씨는 현철씨라는 성역속에서 국민들 마음에서 떠나있었던 것이다.

이제 대통령 아들에게도 '김씨'라는 이름을 돌려주어야 한다. 앞으로는 어떤 대통령도 그 아들.딸들에게는 같은 이름을 붙여주는것, 그것이 제2의 현철씨 파동을 막는 길이다. 〈李敬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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