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등학생 조직폭력배의 모정

27일 아침. 대구 남부경찰서 유치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범죄단체 조직 혐의로 구속된 향촌동파 조직폭력배 21명을 검찰로 이송, 대구교도소에수감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자식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려는 부모들은 애를 태우며 유치장 주변을 서성댔다. 한꺼번에 스무명 이상을 송치한 적이 없었던터라 경찰도 부산했다.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고등학생들. 수갑을 찬 자식을 본 부모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애인과 친구를 보러나온 젊은이들도 애써 검찰 송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표정.오전 9시. 경찰서 앞마당은 울음소리로 뒤덮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범죄조직에 가담했고업소 주변에서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듯 한 어머니는 한참동안 콘크리트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가출과 비행을 거듭했지만 부모자식관계는 하늘이 맺어준 것. 이 어머니는 아들을 면회하며 "친구사이의 의리만 생각하지 말고 네가 한 일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수차례 주문했다. 그러나아들은 "걱정하지 말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버스에 올랐다.

전날엔 하룻동안 이들을 면회하기 위해 경찰을 찾았던 사람만 50여명에 이르렀다. 시간 제한이없는 곳이지만 이날만은 5분이상 면회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변호사를 사서 빨리 빼내 달라는수감자들의 주문이 있었지만 일부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묵묵부답했다.

자식이 떠난 뒤 20여분 지나도록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던 한 어머니. 장마가 한숨을 돌리고 적막이 흐르던날 아침. 여전히 하늘엔 곧 무너져 내릴 듯 비구름이 빼곡히 차 있었다.〈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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