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심정은 답답반, 걱정반이다. 외국어 조기교육이니 국영수과외니 하는 세상 바람을 피해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배짱좋게 넘겨버리고 싶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돈 몇푼 때문에 자식의 인생에 흠이라도 남기랴 싶어 그저 남하는대로 해보자는 식이 된다. 부모가 사교육비 부담에 멍들고 있는동안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곤죽이 된다.새벽부터 새벽까지 입시전선에 끌려다니며 창조의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있다. 건전한 인생관이니윤리관이니 하는 소리는 배부른 푸념이 될수 밖에 없다.
어느 학부모가 털어놓는 실화다. 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모의고사를 친뒤 울며 집으로 돌아오더란다. 시험을 망친줄 알고 너무 괘념치말라며 등을 토닥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침 자율학습때 잠자던 버릇 때문에 시험도중 잠이 들어 한과목을 망쳤다"는 것이었다. 딸이 안쓰러웠다.우리나라 교육의 비인간화는 도를 넘고있다. 학력신장이라는 맹목적인 명분을 위해 서로가 서로의 불행을 도와주는 공생관계다. 그 결과가 요즘 잘 나타나고 있다.
전쟁나면 도망치겠다는 청소년이 전체의 3분의 1. 약물에 오염된 경험이 있는 비율 두자리수. 가출욕구 마찬가지. 나약하게 죽는 애들도 많다. 수능성적 비관, 거짓말 들통, 후배들로부터의 폭행,커닝발각, 체벌등이 그 '심각한 죽음'의 사연들이다. 선생을 폭행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건강한사고를 반영하는 것같아 그나마 불안감을 줄여준다.
국가관도 윤리성도 자기정체성도 없는 이상한 교육. 중도탈락자는 뒤돌아봐주지 않는 냉정한 교육.
피상적 느낌이지만 우리사회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교육목표는 이런 것이 아닐까. 학교, 학부모,교육정책입안자가 공범이 되어 애들을 막다른 길로 몰아가고 있다. 자녀들이 괴로워 하든말든, 공부가 되든말든 학교에 오래 붙잡아두면 공부를 열심히 한것으로 자위하는 어른들. 사회부적응아가 되더라도 일류대학에 많이가면 교육이 잘된것인양 착각하는 어른들. 이렇게 성장한 청소년들이 진짜 우리사회를 건전하게 지탱하는 힘이 되고있는지를 검증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너나 없이대책없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국가의 장래를 세상물결에 맡겨놓고 있는 요즘이다.대구시교육감이 또다른 임기 4년을 시작한다. 능력과 청렴성을 갖춘 분인만큼 대구교육을 이끌고갈 자질은 충분하다. 그러나 대구 교육계를 바라보면 너무 고지식하고 낡다는 생각을 떠올리게된다. 절대빈곤시대 공부만이 살길이던 시대의 논리와 집착이 지금껏 너무 강조되고 있는 것은아닌지. 여행, 인터넷을 통한 세계화, 선생을 앞서가는 학생, 10대 기업인의 등장…. 겁나게 변화하는 세계를 담아내기에는 우리 교육이 너무 경직되고 늦어보인다.
새교육감은 재선 인터뷰에서 학력일변도의 교육행정에 대한 비판론을 의식한듯 독서지도를 충실히 하겠다는 '가벼운' 대안을 내놨다. 그러나 학력지상주의에 대한 당위성을 후퇴시키는 입장은아니었다. 여러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어려운 그의 고뇌는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소수 중심의 학력주의가 이시대를 담아내는 그릇이 될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숙고가 요구된다. 하나의 틀로 수많은 학생을 인도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다변화 되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재능 있는 꼴찌, 착실한 평재들을 위한 길도 열려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연간 2백명 가까운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견뎌내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현실. 새교육감에게 학생들이 학업의 틈새에서 인생의 한조각 따사한 빛이라도 누릴수 있는 여유를 줘볼것을 권고하고싶다. 상무(尙武)와 예악이 빛나는 대구교육을 희망해보고싶다. 자신이 소속된 사회를 망각하지 않는 국적 교육에 힘 쏟아주기를 주문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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