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화-소형화 시스템
프랑스 고속전철 TGV를 타고 파리에서 북쪽으로 한시간을 가면 릴르(Lille)라는 도시가 나온다.릴르는 벨기에 국경과 가까운 공업지대 중심도시로 교통의 요지. 대구처럼 섬유공업이 주력이고화학, 기계공업 규모도 크다. 최근에는 경전철 VAL시스템으로 더욱 유명하다.
VAL은 프랑스의 마트라(Matra)사가 중소도시 신교통수단으로 제작한 시스템. 유럽의 경우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하철이 구축됐지만 문제는 인구 1백만 안팎의 중소도시 운송수단이었다. 지하철의 경우 제작, 건설, 유지에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중소도시로서는 그림의 떡. 그래서 제작된 것이 VAL이었다.
VAL은 지하철보다 차량길이를 훨씬 짧게 했다. 차량길이가 짧으면 역사가 짧아지고 터널, 교량,차량기지, 정비창 등 건설경비가 전체적으로 작아진다. 또한 배차간격도 짧게 할 수 있어 그만큼이득.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져 타고 내리는 승객 숫자가 적기 때문에 역에 사람이 덜 밀리게 된다. 소규모 역사로도 쾌적한 공간조성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운전기사가 없고 운영요원이 거의필요없는 완전자동화 시스템을 추구, 유지비를 크게 줄였다. VAL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바로 소형화와 자동화에 있다. 이렇게 14년전 릴르에 처음 도입된 VAL은 세계 각국으로 수출돼현재 13개노선 1백7km가 운행중이거나 건설단계에 있다
▨ 운영경비 20%%이상 절감
릴르시는 자체 인구가 20만명도 안되는 도시. 릴르를 포함한 일대 인구밀도가 낮아 도시화를 촉진시키는 한편 신도시 개발, 인근 지역과의 연계 등을 위해 VAL이 도입됐다. 주체는 릴르와 두꾸왕, 후베 등 3개 중요도시를 포함한 인근 도시들이 구축한 광역 커뮤니티(Community). 커뮤니티 인구는 1백20만 정도. 건설비용은 도시별로 인구수에 따라 분담했다. 하지만 계획, 건설단계회의체에는 인구수와 관계없이 도시별로 1명씩 참가해 권리를 행사한 것이 특징.릴르VAL은 거의 지하구간을 달리지만 규모가 작은 경전철이기 때문에 기존 중량전철에 비해20%%이상 건설경비를 절감했다. 전동차와 역사 내에 승무원이 없는 무인자동화 운전체제를 갖춘것은 세계 최초. 기차가 움직일 때마다 초당 2만2천신호가 중앙통제실로 입력돼 모든 상황을 관리한다. 중량전철의 경우 인건비가 운영비의 60%%를 넘고 있으나 VAL의 경우 40%%이하다. 직원 1인당 연간 승객수송량으로 따질 경우 중량전철이 7만~10만명인 반면 경전철인 VAL은 16만5천명에 이른다.
릴르VAL의 차량은 2대가 1편성. 정원은 1백70명으로 많을 때는 2백명까지도 탄다. 배차간격은러시아워 때 1분, 상황에 따라 조절되지만 최고 6분 이내여서 역은 크게 붐비지 않는다.기자가 오전8시쯤 실제 승차할 때는 출근시간이라 승객은 이미 만원이었다. 얼떨결에 우리 식으로 차량에 바짝 붙어서 비집고 타려는데 역에 있던 사람들의 눈길이 이상했다. 탈수 있는 몇명을제외하고는 아예 탈 생각을 않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성질이 느긋해서가 아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탈만한 여유가 있는 차량이 분명히 도착하기 때문에 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쑥스럽게도 1분을 기다리니 다음 차가 들어왔다.
▨ 개발중인 3호선 차량
VAL은 1호선 13.6㎞, 2호선 12.8㎞가 운행중에 있으며 고속전철 TGV와의 연계수송을 위한 3호선 공사가 현재 진행중이다.
3호선부터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차량을 종래 206형에서 208형으로 바꿀 계획. 208형은VVVF(Variable Voltage Variable Frequency)방식이 차량운행에 도입된다. 종래 궤도형 차량들은2개의 모터로 4개의 바퀴를 돌렸지만 이 방식은 각 바퀴마다 모터가 별도로 달려있다. 이렇게 되면 모터에서 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기어박스가 없어져 소음이 크게 줄어든다. 국내에도 이미잘 알려진 방식.
새 차량의 경우 모터 변화외에 차창이 커져 전망이 훨씬 좋아졌다. 햇빛이 그리운 프랑스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 타고내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출입문도 종전 2개에서 3개로 늘렸다. 좌석을 줄이고 입석을 늘려 보다 많은 승객수송을 꾀하고 있다. 2량 1편성인 206형이 시간당 1만1천명 정도를 수송하는 반면 208형은 1편성을 6량까지 늘일 수 있어 시간당 3만7천명까지 수송가능하다. 이밖에 터널내 사고에 견딜 수 있도록 단열, 강화처리도 했다.
206형을 타고 정비창에 도착하니 시험운행 궤도 위로 한층 날씬한 모습의 208형이 달리고 있었다. 시험운행만 무려 2년째. 최근에야 승객이 많지 않은 주말운행에 투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아 개발중이라는 설명. '돌다리에 홈이 파일때까지 두들겨보는' 그들의 신중함이 돋보였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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