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5일 발표 금융시장 안정대책

"위기근본치료엔 한계"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발표된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골자는 기아사태에 따른 국내 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촉발된 금융기관들의 외환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 위기를 촉발시킨 가장 근본적인 요인인 기아문제에 대해서는 종전의 불개입원칙을 고수, 기아그룹은 물론 기아협력업체에 대해 더 이상의 추가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분명히하고 있다.

즉 국내 금융기관들의 위기 해소와 기아사태의 처리는 분리해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가 이같은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은 기아사태의 해결은 김선홍 회장의 퇴진을 포함해 채권은행단이 알아서 할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 하락이 기아사태로 빚어진 것이긴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기아사태가 극적으로 해결된다 해도 국내 금융기관의대외신인도 회복은 당장에 이뤄지지 못할 것이란 점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원칙을 벗어난 기아사태의 조속한 해결이 아니라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차원의 직접적이고 대규모적인 지원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자세는 강경식 부총리가 "기아에 대한 지원과 금융시장의 안정은 별개의 문제다.국내 금융시장이 교란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밝힌데서 이미 감지되어 온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언명과는 달리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행동개시는 상당히 굼뜬 것이었다.말로만 금융시장의 불안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인 정책의 마련에는 이상하리 만치여유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제일은행에 대한 한은특융 지원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한은특융이 돈을 찍어 금융기관에 장기저리로 지원하는 것인 만큼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다른 은행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미국의 S&P사 등 해외의 유명 신용평가기관이 국내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실제로 제2금융권에서는 일부 종금사의 경우 부도 가능성까지 제기될 만큼 외화차입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등 위기의 윤곽이 확실해지자 부랴부랴 종합대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책은 그동안 금융계가 건의해왔던 대책들이 대거 망라된 것이긴 하지만 이미 상당한 정도로 국내 금융기관의 위기가 진행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정부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이와 함께 이번 대책이 부족한 외화를 더 들여오거나 원화자금을 더 풀어 급한 불을 끄는 물량작전의 성격이 강한 만큼 이같은 물량작전이 당장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앰플주사는 될 수 있을것이나 대외신인도 하락이라는 위기의 본질을 치유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비판도나오고 있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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