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태계이야기-생존력 차이

안질방이, 앉은뱅이로 불리는 민들레는 전세계에 약 4백여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노란색 꽃을피우는 민들레, 산 민들레, 서양 민들레등과 흰 꽃을 피우는 흰 민들레를 포함하여 5종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가 봄에 도심 주위에서 보는 민들레는 대부분이 서양 민들레이고 자생 민들레는 거의 볼수 없다.

서양 문물이 판을 치는 세상에 식물까지도 외국의 것에 밀리는 기분이 든다. 서양 민들레는 이름에서 볼수 있듯이 유럽이 원산지로 1910년경 건너온 귀화식물중의 하나이다. 구한말이후 외국과의 빈번한 물자교류때 선박이나 곡물등에 묻어서 이 땅에 상륙한 것이다. 사람도 외국에 귀화하여 살아가려면 강인한 생활력이 필요하듯이 이 서양 민들레도 자생 민들레와는 다른 특유의 생존력을 갖고 있다.

첫째, 자생 민들레는 이른 봄에만 꽃이 피고 여름이 되면 꽃을 피우지 않는데 비해 서양 민들레는 일년 내내 성장하면서 여러번 꽃을 피운다.

둘째, 서양 민들레의 종자 생산능력은 자생 민들레보다 2배가량 높으며 연중 4회 이상 꽃을 피우므로 종자의 총생산량도 훨씬 많은 강점을 지니고 있다.

셋째, 종자 무게의 경우 서양 민들레가 자생 민들레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가벼워 바람에 의한종자 살포시 더 폭넓게 자리잡을수 있어 유리하다.

이러한 강점외에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생식방법이다. 자생 민들레는 자가불화합성이 있어 자기의 꽃가루가 암술에 묻어도 씨앗이 생기지 않는다. 이는 식물들의 보편적인 생식방법이다. 그러나서양 민들레는 자가불화합성이 없어서 자기의 꽃가루로 씨앗을 만들수 있다. 이 때문에 자생 민들레는 자기 주위에 여러 개체의 자생 민들레가 없으면 종자 생산이 어려워지지만 서양 민들레는한 개체가 홀로 있어도 종자를 만들수 있다.

서양 민들레는 이상과 같이 자생 민들레보다 번식하기 쉬운 생존전략을 많이 가지고 있다. 언뜻보기에는 서양 민들레가 자생 민들레를 몰아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택지나 도로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이 파괴돼 자생 민들레가 그 급격한 환경변화를 견디지 못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서양 민들레는 이러한 변화를 이겨내어 계속 번식하면서 그 세력을 확장하고있다. 서양 민들레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식물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에게원인이 있는 것이다.

조영호(영남자연생태보존회·식물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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